[비즈 칼럼] 조세소송 패소율의 함정에서 벗어나야

국세청의 과세 품질 평가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말이 ‘패소율’이다. 고액소송 패소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언론·국회 등에서 빈번히 지적되곤 한다. 과세관청이 패소하면 ‘부실과세’ ‘일단 때리고 보는 징세편의주의’ 등의 자극적인 언어가 등장한다. ‘패소=부실과세’라는 잘못된 고정관념 때문이다.
법원에서 하급심의 결론이 상급심에서 뒤집어졌다고 해도 하급심 판결을 ‘부실재판’이라고 낙인찍지 않는다.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다수의견에 대한 반대의견을 ‘부실의견’이라 할 수 없는 것도 당연하다.
필자가 서울지방국세청 송무국장으로 재직할 당시, 1차거래 적립 포인트로 결제한 2차거래 대금 부분이 에누리액에 해당해 2차거래의 공급가액에 포함할 수 없는지가 문제된 부가가치세 사건에서, 1심과 2심은 과세관청이 승소했다. 그러나 대법원에서는 ‘8(다수의견):5(반대의견)’로 과세관청이 패소했다. 이를 ‘부실과세’라 낙인찍을 수 있을까? 만일 그 처분이 ‘부실과세’라면 1심판결과 2심판결 역시 ‘부실판결’이요, 대법관 5인의 반대의견은 ‘부실의견’이라 일컬어야 한다. 과세처분은 행정심판전치주의에 따라 조세심판원의 결정을 거쳤기에, 그 역시 ‘부실결정’이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과세관청 입장에서 보면 10~20%의 패소는 소송제도상 있을 수 있는 오차다. 특히 조세의 부과·징수를 직분으로 하는 세무공무원의 과세 잣대는 법관과는 다르다. 예컨대 가상자산처럼 기존에 없던 신종 거래유형이나, 해외 페이퍼 컴퍼니를 이용한 증여,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업체의 과세 여부 등 새로운 과세 쟁점에선 적극적 과세로 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법률의 위헌, 시행령의 위법 무효, 감사원의 감사 지적에 따른 위법 과세는 집행기관인 국세청의 잘못이 될 수 없다. 지나치게 낮은 패소율은 오히려 소극적인 국세행정으로 인해 납세기피행위가 방치돼 성실납세를 약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미국 국세청(IRS)은 소송패소율 통계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는다. 의회에서 패소율 자체를 문제점으로 지적한 경우도 확인되지 않는다. 납세자보호부서(Taxpayer Advocate Service)는 패소율 추세를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소송이 빈발하는 주요 이슈를 선정해 매년 의회에 보고함으로써 납세자의 불편을 줄이는 제도 개선을 유도하고 있다.
과세 품질의 평가는 패소율을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과세 전 단계에서 공정하고 치밀한 검증이 이뤄지는지, 소송 후에 재발방지를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지, 나아가 새로운 거래유형에 대처하기 위한 제도개선 노력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에 대해 전문가의 객관적인 평가와 피드백이 이뤄질 때 비로소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과세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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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수 법무법인위즈 변호사·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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