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약에도 쓰일 만큼 독성 강한 미국자리공, 한국선 '장녹나물'로 재탄생

과거 사약 재료로도 쓰일 만큼 강한 독성을 지녀 미국에서는 '공포의 독초'라고 불리지만 한국에서는 나물로 즐겨 먹는 특별한 식물이 있다. 바로 미국자리공이다. 미국자리공의 어린순을 데쳐 만든 나물을 한국에서는 보통 장녹나물이라고 한다.
'공포의 독초' 미국자리공

미국자리공은 북미가 원산지다. 1950년대 구호 물품과 함께 한반도에 들어온 이후 자연에 적응하며 귀화식물로 자리 잡았다. 생명력이 매우 강해 좁은 공간에도 쉽게 뿌리를 내리고 한 번 번식하면 통제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미국자리공은 북미 전역에 걸쳐 분포하는 식물로 기후 적응력이 뛰어나 산림, 초지, 길가 등 다양한 환경에서 자라난다. 특히 토양 조건에 크게 구애받지 않으며 양지와 그늘을 모두 견딜 수 있어 확산 범위가 넓다. 줄기는 성장하면서 자주색을 띠고 목질화되는 경향이 있다. 높이는 2~3미터까지 자라기도 한다. 꽃은 보통 여름철 길게 늘어선 형태로 피어 난다. 가을이면 송이 모양의 열매가 검붉은 색으로 익어 외관상 식용 열매처럼 보이기도 한다.
열매는 새들이 즐겨 먹는 편이라 이들을 통해 씨앗이 먼 지역까지 퍼진다. 인간에게는 독성이 강하지만 새들은 독에 대한 면역이 있어 먹어도 괜찮다고 알려졌다. 뿌리 또한 굵고 깊게 자라며 한 번 제거했다고 해도 잔뿌리에서 다시 싹이 돋는 특성이 있다. 일반적인 제초 방식으로는 완전한 제거가 어려워 경작지나 임야 주변에서 문제로 인식되기도 한다.
미국자리공은 제초제를 써도 잘 죽지 않을 만큼 독성이 강한 식물이다. 줄기, 잎, 열매, 뿌리 등 전 부위에 독성이 있어 한때 ‘공포의 독초’로 불렸다. 특히 생열매는 먹는 즉시 위험할 수 있다. 입에 넣으면 혀가 마비되고 즙이 피부에 닿기만 해도 수포가 생긴다. 뿌리는 인삼이나 더덕처럼 생겨 식용으로 오인되기 쉽고 실제로 이를 착각해 중독 사고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독성의 강도는 사약의 원료로 쓰였던 기록에서도 확인된다. 미국에선 이 식물을 세 번 데친 뒤 먹었는데도 중독 증상이 나타난 사례가 있다.
한국에서는 나물로 먹는다

이처럼 미국에서는 강한 독성을 가지고 있어 위험한 식물이지만 한국에서는 오랫동안 식용해왔다. 자리공의 어린순을 데쳐 독성을 제거한 뒤 만든 나물을 ‘장녹나물’이라 부른다. 물론 생으로는 절대 먹지 않고 반드시 독성 제거 과정을 거친다.
보통은 끓는 물에 2~3회 이상 데친 뒤 찬물에 오랫동안 담가두는 방식으로 독을 줄인다. 식물 전체에 퍼진 유독 성분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반복적인 데침이 필수다. 이런 과정을 제대로 거쳐야만 식용이 가능하다.
장녹나물은 이뇨작용에 특히 좋다. 일부 민간에서는 부종을 줄이거나 몸을 가볍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고도 알려졌다. 섬유질이 풍부해 장운동을 돕고 봄철 입맛을 돋우는 데 쓰이기도 한다.
저열량 식재료로서 부담이 적고 채소 섭취가 부족한 계절에 활용도가 높았던 점도 장녹나물이 오랫동안 식탁에 오른 이유 중 하나다. 다만 식용 가능한 부분은 철저히 제한된다. 어린 줄기와 잎 이외에 성숙한 식물체, 열매, 뿌리 등은 모두 독성을 포함하고 있어 섭취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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