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미터뷰] 서명진, ‘고졸 프로 직행’ 김건하 보며 떠올린 첫 날들 “외롭고 힘들테지만…”

[점프볼=용인/정다윤 인터넷기자] 현대모비스 서명진(26, 188cm)이 재계약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운동화 끈을 조여 맸다.
지난달 30일부터 울산 현대모비스가 훈련을 시작했다. 소집은 해마다 반복되는 익숙한 풍경이나 올해만큼은 분위기가 달랐다. 5년, 4억 5000만 원. 첫 FA 계약서에 사인한 뒤 팀에 돌아온 서명진의 모습엔 책임의 무게가 배어 있었다.
3일, 훈련 후 만난 서명진은 “매년 소집 때마다 새로운 기분이 들지만, 이번엔 FA 계약 이후 처음이라 마음가짐부터 달라졌다. 더 책임감 있게 임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왔다. 몸 상태도 적응을 했다. 처음부터 운동을 빠지지 않고 컨디션을 차근차근 올리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이우석과 신민석이 상무로 입대했다. 예전엔 옆에서 함께 불빛을 나누던 동료들이 있었지만, 앞으로 길을 먼저 밝히는 등불이 자신이라는 걸 실감하고 있다.
이어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동기들이 많아 의지하는 부분이 컸다. 이제는 기대기보단 내가 팀을 이끌어야겠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며 양동근 감독과 오간 내용을 묻자 “농담으로 감독님이 내게 ‘40분 중 48분을 뛰어야한다’고 하시더라(웃음). 감독님의 말씀을 잘 새겨듣고 몸 상태를 잘 끌어올리면 퍼포먼스도 잘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FA를 마치고 누가 가장 먼저 연락을 줬는지 묻자, 서명진은 마침 지나가던 김동준을 가리키며 웃었다. “쟤(김동준)요. 동준이한테도 연락이 왔고 가스공사 (김)준일이 형, (김)국찬이 형도 연락을 줬다. 형들이 ‘돈 값해야지’라며 사적인 농담도 건네줘서 축하 인사를 받게 됐다”고 전했다.
농담 속에 스며든 익숙함이었다. 서명진은 증명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오프시즌 내내 신발 끈을 조여 맸다. 부상이라는 뿌리를 단단히 잡고 스스로 끊어내야 한다는 생각뿐인듯 했다.
서명진은 “시즌 종료 후 바로 핀 제거 수술을 받았다. 그래서 노는 것 대신 수술 후 곧바로 재활에 집중했다. (김)동준이, (이)우정이 형과 함께 스킬 트레이닝을 하면서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데 힘을 쏟았다. 제주도와 일본을 짧게 다녀오긴 했지만 이후에 운동에만 집중하며 시간을 보냈다”며 말했다.
‘99즈’. 현대모비스에서 1999년생 동갑내기들(서명진, 이우석, 신민석, 김동준)이 뭉쳤을 때 별명이다. 한때는 코트 안팎으로 뜨거운 케미를 자랑했지만, 이제는 시기 다른 입대가 현실 앞에 놓였다. 최근 이우석과 신민석이 입대하면서도 연락이 오갔다고.
군면제자인 서명진은 “가기 전에 통화도 했고 어제도 했다. (이)우석이는 진천에서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 (신)민석이는 요즘 상무에서 할 게 없다고 자기랑 놀아달라고 맨날 연락온다. 훈련소에서 많이 힘들었다고 하더라. 미안하지만 내가 그 부분을 공감하지 못한다(웃음). 휴가 나오면 군대 에피소드도 한번 듣고 싶다”고 전했다.
헤어스타일에 대해 한마디를 얹었다. “민석이는 외모가 훌륭하니까 삭발도 잘 어울린다. 근데 우석이는…. 좀 많이 가꿔야겠던데(웃음). 다운펌도 해야겠더라. 해야 될 게 많은 선수다”며 농담도 던졌다.

한편, 현대모비스에는 새로운 가족이 생겼다. 김건하(178cm, G). 무룡고 졸업 예정자이자 현대모비스의 연고 지명 선수다. 2018년 서명진 역시 부산중앙고 졸업 후 드래프트 3순위로 팀에 입단했다. 대학을 건너뛰고 프로에 발을 디딘 만큼 누구보다 그 마음을 가장 잘 알고 있을 터.
서명진은 서울로 처음 올라왔던 기억을 꺼냈다.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왔을 때,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다. 친구들은 대학생이었고 U리그 시즌이라 바빠서 만날 사람도 없었다. 자연스럽게 숙소에만 머물렀어서 외롭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렇지만 서명진은 낯선 환경을 스스로 이겨내며 팀의 핵심 선수로 자리잡았다. 어떻게 극복했는지 묻자 서명진은 “선배들이 나를 정말 아기 대하듯이 다정하게 잘 챙겨주셨다. 당시 양동근 감독님이 현역 선수였고 (이)대성이 형도 있었다. 이번에 코치님으로 오시는 쇼터 코치님도 그땐 외국선수로 있었는데, 나랑 정말 많이 놀아주고 가르쳐주기도 했다. 덕분에 외로움도 덜 수 있었고 고마웠던 기억이 남아 있다”며 말했다.
이어 “외롭고 많이 힘들 거다. 나도 그 시기에 그런 부분을 많이 느꼈다. 이곳은 정말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라 그런 것만 잘 적응 하면 된다. (김)건하도 능력이 좋은 친구기 때문에, 충분히 자기 재능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덧붙였다.
“그래도 각오를 단단히 하고 와야 한다.” 묵직한 한마디였다.
선수단 구성 변화 속에서 서명진은 자신에게 주어진 몫을 더 단단히 받아들였다. 다가오는 2025-2026시즌. 땀방울이 성과가 되는 그날까지 오프시즌을 갈고닦는 데 바칠 생각이다.
서명진은 “매년 느끼는 거지만 한 번 크게 다쳐가지고, 부상없이 하는 걸 출근할 때마다 마음에 새기고 있다. 이제는 정말 보여줘야 한다. 우리 팀이 약하다는 얘기가 있는데 내가 한 발짝 더 뛰어서 높은 순위로 오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이어 “개인 기록과 더 여유 있는 플레이를 보여주고 싶다. 리더십 부분도 감독님께 많이 배워서 팀원들이 내게 의지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갓 고등학교를 졸업하고서 누군가에게 기대던 선수가 누군가가 기댈 수 있는 선수가 됐다. 서명진이 ‘돈값’ 그 이상의 무게를 코트 위에서 보여줄 지 기대된다.
#사진_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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