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4년, 폰티악(Pontiac)은 중형 세단 템페스트(Tempest)에 새로운 옵션 패키지를 얹어 시장에 내놓았다. 이름은 GTO(Gran Turismo Omologato). 본래 FIA 레이스 인증 차량에 붙는 이탈리아식 명칭을 과감히 차용한 것이었다. 이는 명백히 페라리 250 GTO를 겨냥한 것이었고, 당시 6배 비싼 슈퍼카와 자신들을 동일선상에 올려놓는 대담한 선언이었다.

GTO 패키지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었다. 전용 배지, 버킷 시트, 스타일리시한 흡기구가 포함됐지만, 진짜 핵심은 파워트레인에 있었다. 템페스트의 326 큐빅인치(5.3L) V8 대신, 389 큐빅인치(6.4L) V8 엔진이 탑재됐다. 최고출력 325 hp(약 330 ps)에 세 개의 2구 카뷰레터(트리-파워)와 4단 수동 변속기(허스트 플로어 시프터 포함)가 조합되며, 당시 미국 소비자들에게 강렬한 성능 경험을 제공했다.

이 과감한 시도의 배후에는 폰티악의 수석 엔지니어였던 존 들로리언(John DeLorean)이 있었다. 그는 389 엔진을 직접 템페스트에 얹고 개인 차량처럼 몰며 개발 방향을 다듬었다. 당시 폰티악 마케팅을 맡았던 짐 완저스(Jim Wangers)는 《Car and Driver》지를 설득해 GTO와 페라리 GTO의 비교 기사를 실었고, 이는 폰티악 GTO가 단순한 미국차를 넘어 정통 스포츠카 반열에 오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GTO는 곧 "머슬카"라는 장르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팬들은 '호랑이'를 내세운 광고 대신 '더 고트(The Goat)'라는 별명을 즐겨 사용했다. 1966년에는 옵션 패키지에서 독립된 모델로 승격되었지만, 1970년대 오일 쇼크와 연비 규제 속에 인기는 급격히 식었다. 1974년 단종을 맞은 후, 2004년 호주 홀덴 모나로 기반의 리바이벌 모델이 미국에 출시되었으나, 2006년 다시 단종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64년형 폰티악 GTO는 최초의 진정한 머슬카로 기억된다. "시간과 거리를 압축하는 장치"라는 당시의 홍보 문구처럼, 이 차는 성능과 열정을 갈망하던 미국 소비자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준 기념비적인 존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