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의 재료를 제대로 이해하고, 각자에게 맞는 것을 고르는 일은 비용을 들이는 것 이상으로 중요하다.
Q.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빌트인 가구회사 ‘와셀로(Wacello)’의 대표 이병관이다.
Q. 브랜드의 탄생 배경이 궁금하다.

한국 가구 시장은 부동산 경기와 건설 시장과 함께 발전해 왔다. 신축 아파트에 대량으로 공급되는 특판 가구가 성행했고, 브랜드사를 중심으로 생산되었다. 오랫동안 주방가구 영업과 판매를 했지만 ‘파는 일’을 하면 할수록 ‘만드는 일’에 집중하게 되었다. 효율성만 따져 대량 납품을 우선시 하다보면 한계에 부딪힌다. 그보다는 고품질과 완성도 높은 작업을 추구하고자 하는 의지가 더욱 커졌다. 그러던 중 대량 생산 체제에서 벗어나 프리미엄 가구 제작을 실현하고자 와셀로를 설립했다.
Q. 지금까지 어떤 작업을 했는지 궁금하다.

2014년만 해도 당시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가구는 몇몇 브랜드뿐이었다. 인지도 높은 회사 제품이 곧 주방가구 기준이었고, 원하는 품질과 크기로 주문하는 ‘맞춤 가구’에 대한 수요가 적었다.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건 프로젝트를 할 때마다 이전에 시도하지 않았던 디자인과 고품질에 투자하는 것이었다. 똑같은 형태로 판매하는 획일화된 제품만이 아닌 단 1cm까지도 사용자에게 맞추는 가구도 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지금까지 노력해 왔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공간, 혹은 가장 마음에 들었던 프로젝트가 있다면?

‘지음(知音)’이라는 말처럼 ‘아는 만큼 보이는 가치’에 대해 공감하는 관계가 있다. ‘삼청동 주택’ 프로젝트에서 주로 쓰인 발크로멧(Valchromat)은 일반적인 가구의 몸통과 도어에 쓰이는 PB와 MDF보다 높은 가격이지만, 표면이 마치 도자기를 닮아 고유의 묵직함을 전달하며 강도가 높은 고밀도로 내구성이 뛰어나다.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소재를 받아들이고 적용하는 기회를 만들어 가는 과정은 정말 중요하다.
Q. 자신만의 디자인 1순위 원칙은 무엇인가?

관습화된 태도는 발전적일 수 없다. 익숙한 방식은 비용을 아끼고 몸도 편할 순 있지만, 그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하지만, 마음가짐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빌트인 가구가 완성되기까지 설계 이후 제작과 설치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년 동안 공장과 시공자들과 손발을 맞춰가며 자체적인 프리미엄 가구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 해내려는 집념이다.
Q. 그렇다면 인테리어 과정에서 마지막까지 타협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가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서리(Edge)’ 마감 면이다. 가구 품질은 마감 면의 완성도로 결정된다. 건축, 인테리어에 비해 온도, 습도, 오염과 같은 외부 환경에 직접 노출되는 생활과 밀접한 특성을 갖기 때문에 주로 원목이 아닌 표면재를 활용한다. 완성된 마감은 시간이 흐르면 필연적으로 변하지만, 그 모습마저 자연스러울 수 있도록 재료에 대해 신중하게 고려하여 결정한다.
Q. 클라이언트들이 와셀로를 찾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일반 고객 외에도 고유의 디자인 언어를 가진 아틀리에 및 건축사사무소와 협업을 주로 진행한다. 공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시점에 투입되는 것이 아니라 시공 훨씬 이전에 기획 설계 단계에서부터 참여한다. 길게는 몇 년 동안 긴 호흡으로 함께 논의한다. 우리 범위를 빌트인 가구만으로 한정 짓지 않고 전체 영역을 종합적인 관점에서 해석하고 디자인한다. 와셀로를 하나의 공간 디자인 그룹으로 인정해 주시는 분을 만났을 때 보람되고 활력을 얻는다.
Q. 클라이언트에게 다른 곳에서 예산을 아끼더라도 꼭 이것만은 투자하라 권하고 싶은 게 있을까?

이미지가 전부로 느껴지는 세상이다. SNS에 업로드된 사진만으로는 같은 색 가구라도 어떤 재료로 만들었는지 정확히 구별하기 힘들다. 하지만, 가구는 매일같이 보고 만지고 느끼며 함께 생활하는 존재이다. 가구 재료를 제대로 이해하고, 각자에게 맞는 것을 고르는 일은 비용을 들이는 것 이상으로 중요하다.
Q. 와셀로가 내세우는 디자인 철학은 무엇인가.

와셀로는 모든 도면을 직접 그린다. 스튜디오에서 도면을 그리는 일은 당연하지만, 단 하나의 요소도 공장에 임의로 맡기지 않기 때문에 발주 도면 분량이 매우 많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가구 몸통, 도어, 상판, 무늬목, 도장, 세라믹, 석재, 금속, 유리 공장으로 도면을 보내는데 세세하고 치밀하게 표현해야만 현장에서 조립될 때 오차가 없다. 도면은 곧 얼마만큼 통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역량을 보여준다. 이러한 정교함이 곧 장인 정신이며 와셀로의 디자인 철학이다.
Q. 작업할 때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받나?

모든 사물에는 디테일이 있다. 길을 걷다가 전봇대에서도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 있듯이 일상에서 면밀한 관찰력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가 중요하다. 가구의 기본은 구조와 디테일이다. 의과대학에서 가장 먼저 ‘해부학’을 배우듯이 가구의 세세한 부분까지 해체해 봐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예민함을 장착해 주변을 둘러본다면 익숙한 것에서 새로운 것을 만나게 될 것이다.
Q. 존경하는 디자이너나 인물이 있나?

스승님이자 친구이며 동료인 이정섭 목수님이다. 언제나 와셀로가 나아갈 방향을 함께 바라보며 앞으로의 행보를 진심으로 응원하신다. ‘좋은 물건’을 만들기 위한 실험정신의 줄을 팽팽하게 당기는 분이다. 가구를 만드는 태도와 그를 둘러싼 환경과 시스템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진지하게 논의하며 밀도 높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제작자이다.
Q.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마감재, 창호, 가구, 조명 브랜드가 있나? 어떤 브랜드이며, 그 이유는?

‘와셀로’도 오디오 브랜드로부터 나온 이름일 정도로 오디오를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나그라(Nagra)’를 좋아한다. 어릴 적부터 매일 용산전자상가를 다닐 정도로 최고의 음향을 구현하는 오디오에 애정과 관심이 많았다. 오디오는 그 자체로 디자인, 재료, 기술이 모두 집약적으로 녹아 있다. 기술이 곧 재료와 형태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와셀로가 추구하는 맞춤가구와 많이 닮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