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면접 보이콧" 임현택 탄핵 위기에 사분오열 의사들, 각자도생?

정심교 기자 2024. 10. 28.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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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암연구소 이건희홀에서 진행된 고등교육기관의 평가·인증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에 대한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입장 기자회견에서 안덕선 한국의학교육평가원장의 입장문 발표를 듣고 있다. 2024.10.1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의사들의 유일한 법정단체'이자 '의사들의 대표성을 띤 단체'로 자신을 지목하며 정부와의 갈등 선봉에 서온 대한의사협회(의협)가 내홍을 겪고 있다. 의협 내부에서 "임현택 회장을 탄핵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자"는 안건까지 발의됐는데, 이런 분위기에서 전공의, 의대생, 의대 교수들은 저마다 '각자도생'의 길을 찾아 나선 모양새다.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는 다음 주 임현택 의협 회장 탄핵안과 비대위 구성안에 대해 논의하고, 11월 중 열리는 임시대의원총회에서 투표를 통해 가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만약 임 회장이 탄핵당하면 의협 대의원회는 연말까지 비대위를 꾸려 내년 초 정부와의 대화에 나서며 성과를 내고 3월부터 의대 학사 일정, 의료현장 정상화를 이루겠다는 로드맵까지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의협 내부에선 임 회장의 탄핵 추진 사유로 △간호법 제정을 막지 못한 것 △의정 갈등에 대한 의협 대응이 미흡한 것 △잇따른 막말 논란 △전공의들의 불신 등을 들고 있다. 총회에서 의협 대의원 103명 가운데 재적 3분의 2(164명) 이상 출석, 출석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돼 임 회장은 탄핵당할 수 있다.

김교웅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임 회장이 그간의 회무를 되뇔 필요가 있다"면서 "의사를 평생 직업으로 삼으려 한 전공의들을 자극하고, 전공의 단체와 대립각을 세우는 일은 사태 해결에 실질적인 도움이 안 됐다. 임 회장이 잘 생각해볼 일"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만약 임 회장이 탄핵을 피하더라도 입지가 좁아진 만큼 사실상 의협 회장의 대내외 영향력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의협이 의사들의 대표성을 띠지 못하자, 8개월 넘게 정부의 의대증원책을 저항해온 전공의와 의대생, 의대 교수 등 의사 집단 내 각 직군에서 각자도생을 선택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6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대한재활의학과의사회 학술대회'에 사직 전공의들이 참석해 강의를 듣고 있다. 2024.10.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사직 전공의들은 개원가를 기웃거린 지 오래다. 의협은 수련을 멈추고 나온 전공의들을 위해 각 전문의 '선배들'에게서 과외 수업받고 있다. 전문의의 길은 포기하더라도 '일반의'로서 개원가 취업을 위해 필요한 기술을 익히기 위해서다.

실제로 의대증원에 반대하며 사직한 전공의의 절반가량이 재취업해 의사로 일하고 있다는 정부 조사 결과가 나왔다.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사직 또는 임용 포기 레지던트 9163명 중 4111명(44.9%)이 의료기관에 취업한 상태다.

이 가운데 56.9%인 2341명이 의원급 기관에 채용됐다. 이들이 의원에서 진료하는 과목은 내과(457명), 정형외과(199명), 이비인후과(193명), 피부과(168명), 안과(164명) 등 순으로 많았다.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은 '기피 진료과'는 일반의 신분인 사직 전공의에게서조차 '기피 진료과목'으로 나타난 셈이다.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의사 부족에 따른 응급실 의료대란에 정부가 군의관을 추가 투입하기로 한 9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군인이 지나가고 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응급실을 둘러싼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오늘 추가로 군의관 235명을 응급의료를 중심으로 인력이 필요한 의료기관에 배치한다. 2024.9.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예비 의사'인 의대생 중 남학생은 군 입대를 선택하는 분위기다. 일종의 '현실 도피성'이란 게 의대생들의 전언이다. 휴학한 남성 의대생 A씨는 "어차피 휴학계를 낸 상황이고, 의정 갈등이 길어지고 있지 않으냐"면서 "휴학한 김에 일반병으로 입대했거나 입대하려는 동기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이어 "군의관으로 3년 다녀올 바에야, 차라리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의정 갈등 기간에 일반병으로 입대하면 군 복무도 하고 더 빨리 제대하니 시간상으로 손해 볼 게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최근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의대 증원에 반대해 수업을 거부해온 의대생 1000명 이상이 군 입대를 이유로 휴학을 선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 의대 40곳 중 37곳에서 지난달 23일 기준 입대를 이유로 휴학하기로 한 의대생은 총 1059명으로, 지난해(162명)보다 6배 이상 많다. 또 전공의 수련을 포기한 이들 중 내년 3월 입영 대상은 4353명으로, 예년보다 4배가량 많다.

이런 가운데 2025학년도 의대 증원분 백지화를 요구해온 의대 교수들은 정부가 1509명 증원을 그대로 추진할 경우를 대비해 '면접 보이콧' 카드를 만지고 있다. 실제로 의대 교수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가 지난 25~26일 전국 40개 의대 교수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의대 교수(응답자 3072명)의 89.8%(2758명)는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2025학년도 대입 전형(면접관 등)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전의교협·전의비 측은 "내년 대입 전형에서 의대 지원자가 폭증하는데, 현 의료상황에서 번아웃 된 의대 교수들이 면접관 등에 참여할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 이면엔 면접 보이콧으로 의대 신입생을 뽑지 않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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