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라이더 50만 시대, 기준을 세우는 이들 라이더유니온

 

코로나 시대에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고, 소화물 운송의 ‘라스트 마일’을 책임졌던 사람들이 있다. 바로 배달 라이더다. 도로 위에서 숱하게 마주치는 배달 라이더들의 난폭운전은 악명이 높았고, 레저 바이크를 타는 이들에게도 공감받지 못했다. 배달 라이더들의 노동환경 개선과 준법 라이딩을 확산시키고자 노력하는 ‘라이더 유니온’의 전성배 서울 지부장을 만났다.

 

Q.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A. 4년 차 전업 배달라이더(배민&쿠팡 플랫폼 배달 라이더)이자 라이더유니온 서울지부장 및 라이더 안전강사 활동을 하고 있는 전성배라고 한다. 업무용 PCX외에 레저 바이크로 야마하 트레이서를 타고 있다.

 

 

Q. 바이크에 입문한 계기가 궁금하다.

 

A. 천안에 있는 대학교에 다니면서 통근용 바이크로 시작했다. 혼다의 줌머였고, 통학용으로 최고였다. 서울 성수동에서 직장 생활(패션기업)을 시작하고 CB125를 구입해 통근했다. 직장 생활을 하다가, 경직된 조직문화와 스트레스에 번아웃이 왔고, 우울감이 깊어져 그만두게 됐다. 그 당시가 2019년인데, 배달의 민족 광고 문구를 보고 눈이 뜨였다.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기쁨과 일한 만큼 돌아오는 성취감이 좋았다. 

 

Q. 라이더유니온은?

 

A. 배달 일을 하다 보면 다양한 불합리와 마주하게 된다. 사회적인 시선은 차치하고서라도 제도적인 보호를 받기 어려웠다. 맥 라이더 출신인 박정훈 위원장과 뜻을 함께하는 이들이 설립한 최초의 ‘배달 라이더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은 배달 라이더의 처우개선과 권익을 보호하고자 설립된 단체다. 배달 라이더가 아니더라도, 라이더가 아니더라도 가입할 수 있다. 배달 라이더 개인으로서 극복하기 어려운 일들을 해결하고자, 안전한 노동환경을 만들고자 가입했다. 물론, 라이더유니온의 활동은 ‘시민의 안전’이란 가치도 우선한다. 구체적으로는 배달 라이더들의 산업재해 발생 시 지원받을 수 있는 기금을 모으고(자차수리공제사업), 안전한 라이딩 문화를 교육해 시민과 라이더 모두 안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라이더 안전교육) 정부 기관과 배달 라이더를 포함한 이륜차 운전자 관련 정책에 의견을 전달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Q. 다양한 활동 중에서도 손꼽히는 성과가 있다면?

 

A. 국내에서 배달 라이더는 ‘특수 고용직’으로 분류되어, 대단히 특이한 직종 구분을 받게 된다. ‘사업주와 개인 간의 도급계약’을 통해 근무하는 사람이 되기에 보통의 노동자들과 달리 산업재해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없는 것과 퇴직금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이 있다. 보통 화물차 운전기사, 캐디, 통신업계 현장 출동 설치기사, 학습지 강사, 배달 라이더 등이 포함된다. 라이더 유니온은 노동권 사각에 있던 배달노동자를 노동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2019. 10. 15) 일례를 든다면 대리운전노동조합이 10년간 활동해 얻어낸 것이 바로 이것이다.

Q. 일부 사람들은 배달 라이더들이 코로나 특수를 누렸다고만 생각한다. 사실인가?

 

A. 많은 분이 코로나 때 배달 수요가 폭증해 돈을 많이 벌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당시 언론들도 자극적인 제목으로 여론을 만들어 갔다. 정확한 것은 코로나 사태의 특수성(배달 수요 폭증)만이 아니라 부업으로 배달을 하는 이들이 다수 유입되면서 시장이 커진 것이 크다. 플랫폼(배민, 쿠팡)이 서로 경쟁적으로 배달 라이더들을 흡수해 지배력을 넓히려고 경쟁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결과적으로 수입이 늘어나긴 했으나 엄청나게 높은 수입 증가는 아니었다. 그만큼 많은 라이더가 유입됐으니.

Q. 지금은 어떤가? 배달 시장이 많이 위축됐나?

 

A. 코로나가 해금되고, 플랫폼의 배달비가 인상되며 배달 시장이 줄어들었다고 생각하겠지만, 배달 수요 자체가 큰 폭으로 줄진 않았다. 배달 기본료가 코로나 때 이전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줄은 부분도 있다. ‘알뜰배달’이 생겨나며, 기본 배달료인 3천 원의 배달비가 2천200원으로 줄어드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물가와 상관없이 배달료는 인상되지 않은 것이다. 소비자가 부담하는 배달비의 인상은 플랫폼의 이익으로만 전환되고 있다. 현재 ‘특수 고용직’이라는 단어를 ‘노무 제공자’로 바꿔 부르는 것도 앞으로 있을 노동환경의 변화로도 해석된다. 

Q. 안전교육 강사 활동이란?

 

A. 경기도는 안전한 배달 서비스 생태계 조성을 위해 배달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이륜차 교통안전 실습 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배달노동자들이 이륜차 면허취득 시 기본교육 외 별도 안전교육을 받지 못한다는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하고자 시행하는 것인데, 나는 2020년부터 안전교육 강사로서 활동하고 있다. 현재까지 4천여 명에 달하는 교육생을 배출했으며,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배달 라이더가 알려주는 교육이기에 교육생들에게 전달력이 매우 좋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강사들이 교통법규와 바이크 자체 운용에 관한 내용으로만 교육했다면, 저는 배달 라이더가 겪을 수 있는 상황들을 사례별로 대응할 수 있도록 강의하고 있어, 현장의 반응이 뜨겁다.”

Q. 95db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A. 올해 초 환경부가 예고한 소음관리진동법 시행규칙 개정 입법예고안(일명 95db 법)이 최근 규제개혁위원회(규제위)의 ‘재검토 권고’에 부딪쳤다. “배달 라이더 폭증으로 소음 민원이 증가한 것은 맞다. 그러나 현행 규정으로도 단속이 잘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단속기준을 높이는 것(105db -> 95db)만으로 소음 민원이 줄어들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굉음을 내는 라이더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나, 일반 라이더들까지 혼란에 빠질 수 있는 법안은 찬성하기 어렵다.”

Q. 앞으로 라이더유니온의 목표는 무엇인가?

 

배달 라이더에 대한 편견과 비 라이더인 시민이 함께 공존하려면, ‘라이더 자격제’와 ‘배달대행사 등록제’가 필수적이다. 전업과 부업을 포함한 배달 라이더는 50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두 제도는 갑질을 일삼고 불법을 종용하는 배달대행사를 퇴출하고(배달대행사 등록제), 최소한의 자격 조건을 갖춘 라이더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시민의 안전까지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