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3년] 지구 온난화로 생활 환경이 바뀌는 히말라야
눈 앞에 닥친 위협, 기후재앙시대 ③
지난 1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고개라고 불리는 네팔 안나푸르나국립공원 내에 위치한 토롱라 패스(해발 5천416m)에는 차갑고 건조한 바람만이 불었다. 히말라야하면 떠올리는 하얀 눈과 얼음은 많지 않았다. 정확히 표현하면 정상 대부분은 흙과 자갈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눈 대신 토롱라 패스 정상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안내판과 그 주변을 둘라싼 타르초만이 눈에 들어 왔다. 타르초는 만국기처럼 5가지 색상의 천을 길게 매단 것을 말하는 데, 타르초의 천에는 티베트 경전이 적혀 있다.
히말라야 5천400m대에서도 지구온난화로 인해 자연환경이 바뀌고 있는 모습을 쉽게 체감할 수 있었다.
5년 전 같은 코스로 토롱라 패스에 올랐을 때는 눈이 쌓여 있어서 아이젠을 착용하기도 했지만 이번 산행길에는 눈과 빙하가 없어서 아이젠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토롱라 패스에서 바라본 다울라기리(해발 8천167m) 산군도 정상 부근에만 눈이 쌓여 있을 뿐 히말라야하면 떠오르는 만년 설이 수북이 쌓여 있는 모습이 아니었다.
또 5년 전 새벽 두꺼운 재킷과 옷을 껴 입고 토롱라 페디에서 토롱라 패스로 올랐었다. 특히 영하 20℃ 이하의 체감 온도로 인해 손과 발이 얼어서 토롱라 하이캠프에 위치한 롯지에 들어가 해가 뜰 때까지 기다렸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이번 산행에서는 그런 추위를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해가 뜬 후에는 날씨가 따뜻해서 땀나지 않도록 체온을 조절하기 위해 내피용 재킷을 벗고 걸었다.
이런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는 국제통합산악개발센터(International Centre for Integrated Mountain Development, ICIMOD)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ICIMOD는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 본부를 두고 있는 다국적 연구기관이다.
ICIMOD는 보고서에서 네팔과 파키스탄, 부탄, 인도, 중국, 미얀마 등의 접경지역 2천500㎞에 걸쳐 있는 힌두쿠시산맥의 빙하가 2011~2020년까지 10년 동안 이전 10년 보다 65%가 소실됐다고 소개했다. 특히 이 지역 빙하 소실은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1.5~2℃ 이상 높은 온난화 상태여서 2010년까지 30~50%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섭씨 3℃에서는 네팔과 부탄을 포함한 동히말라야의 빙하가 최대 75% 소실되고, 4℃의 온난화에서는 80%까지 사라질 것으로 추정된다.
ICIMOD는 빙하가 녹아 갠지스강, 인더스강, 메콩강을 포함한 이 지역 12개 강 유역의 물 흐름이 금세기 중반쯤 절정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대규모 홍수 사태가 발생해 하류 지역에 큰 침수 피해 등이 발생하지만 결국 빙하가 녹고나면 물 공급이 줄어 들어 식수 및 농업용수 부족 등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영국 리즈대학 연구진도 2021년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소빙하기 당시 한때 2만8천㎢에 이르렀던 히말라야 빙하의 면적이 현재는 1만9천600㎢로 30%가량 줄었고, 빙하의 부피도 390∼586㎦나 감소했다고 밝혔다.
실제 네팔은 2010년 이전까지만 해도 인도에서 전기를 수입해야 하는 국가였다. 하지만 히말라야 빙하가 녹으며 충분한 수량이 확보됨에 따라 다목적댐을 건설해 전기를 수출하고 있다. 또 척박했던 고산 지역에서 농사를 짓는 면적이 늘어나고 있다.
반면, 빙하의 소실과 건조한 날씨 등으로 인해 고산 지역에서는 산사태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한국어 가이드 키숄 씨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빙하가 녹아 계곡과 강에 물이 많아져 크고 작은 수력발전소가 들어서고 있다. 예전에는 히말라야에서 전기를 사용하기 힘들었지만 수력발전소가 만들어져서 전기가 풍부해 지고 있다. 하지만 건조해진 지형으로 인해 산사태가 자주 발생해 사람과 가축들이 죽는 사고들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키숄 씨는 "네팔은 건기와 우기가 뚜렷한 기후였지만 지금은 이런 기후 조건이 바뀌고 있다. 건기에 비가 오고, 우기에는 비가 오지 않아 농사 짓는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뜻해져서 좋은 점도 있지만 생활 환경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어서 걱정이 많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를 네팔은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김종화·김유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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