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였다" 4392억 루키의 충격적 부활, 적장도 감탄했다…'ERA 13.00' 난적 SD 탈락시키다니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우리가 본 야마모토의 투구 중에서 최고였다."
적장 마이크 실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감독마저 감탄했다. LA 다저스 우완 야마모토 요시노부(26)가 미국 메이저리그 데뷔 후 최고의 투구를 펼치며 벼랑 끝에 서 있던 자신과 팀을 모두 구했다. 다저스가 올 시즌을 앞두고 왜 12년 총액 3억2500만 달러(약 4392억원)로 투수 FA 역대 최고액 및 최장기간 계약을 안겼는지 증명한 무대이기도 했다.
다저스는 12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샌디에이고와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5차전에서 2-0으로 신승했다. 다저스는 시리즈 3승2패로 승리하면서 2022년 샌디에이고와 디비전시리즈에서 1승3패로 무릎을 꿇고 탈락했던 아픔을 설욕했다. 아울러 다저스는 지난해 디비전시리즈에서 6번 시드였던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3전 전패로 탈락한 아픔도 씻어냈다. 다저스는 2021년 이후 3년 만에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5차전 선발투수들의 몫이 중요했다. 다저스는 야마모토, 샌디에이고는 베테랑 다르빗슈 유를 앞세웠다.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최초로 일본인 투수들의 선발 맞대결로 눈길을 끈 가운데 당연히 다르빗슈의 우위가 점쳐졌다. 야마모토는 1차전에 선발 등판했다가 3이닝 5피안타(1피홈런) 2볼넷 1탈삼진 5실점으로 무너졌지만, 다르빗슈는 2차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82구 3피안타 2볼넷 3탈삼진 1실점 호투로 10-2 완승을 이끌었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야마모토가 기적을 썼다. 야마모토는 5이닝 63구 2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펼치면서 값진 포스트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직구 구위가 평소보다 훨씬 좋았다. 직구 최고 구속은 98.2마일(약 158㎞)까지 나왔다. 경기 초반 스플리터를 봉인하고 직구와 다른 변화구 위주로 투구하면서 샌디에이고 타자들을 당황하게 만드는 전략이 통했다. 직구(32개), 스플리터(11개), 커브(11개), 슬라이더(5개), 커터(4개)를 섞어 샌디에이고 타선을 요리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1차전을 마치고 미국 현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샌디에이고가 야마모토의 투구 습관을 간파한 것 같다"는 의혹을 제기했는데, 5차전에서는 볼 배합에 변화를 주면서 난적을 무너뜨렸다.
샌디에이고는 루이스 아라에스(1루수)-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우익수)-주릭슨 프로파(좌익수)-매니 마차도(3루수)-잭슨 메릴(중견수)-잰더 보가츠(유격수)-데이비드 페랄타(지명타자)-제이크 크로넨워스(2루수)-카일 히가시오카(포수)로 선발 라인업을 꾸려 야마모토에 맞섰다. 3차전부터 샌디에이고 방망이가 차가워지긴 했지만, 야마모토는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을 포함해 샌디에이고와 3경기에서 1패, 평균자책점 13.00(11이닝 11자책점)으로 부진했다. 샌디에이고 타자들이 자신감 있게 덤빌 만했다.
4번째 맞대결의 뚜껑을 열어보니 야마모토의 압승이었다. 1회초를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처리했다. 아라에스를 1루수 땅볼로 처리한 뒤 타티스 주니어를 헛스윙 삼진, 프로파를 2루수 땅볼로 돌려세웠다. 2회초에는 마차도와 메릴을 범타로 처리하면서 순식간에 2아웃을 잡았다. 보가츠를 볼넷으로 내보내며 잠시 아쉬움을 삼키긴 했지만, 페랄타를 2루수 땅볼로 처리하면서 무실점 투구를 이어 갔다.
엔리케 에르난데스의 솔로포에 힘입어 1-0으로 앞선 3회초 야마모토는 이날 유일한 위기를 맞이했다. 선두타자 1사 후 히가시오카와 아라에스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해 1, 2루 위기에 놓였다. 타티스 주니어와 승부가 중요했는데, 집요하게 변화구 위주의 투구를 했다. 볼카운트 3-1로 몰릴 정도로 신중한 승부를 선택한 가운데 5구째 슬라이더를 던져 3루수 병살타를 끌어내 이닝을 매듭지었다.
다저스는 4회부터 불펜에 투수를 대기시켰는데, 야마모토는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4회에는 프로파-마차도-메릴을 삼자범퇴로 처리했고, 5회에도 보가츠-페랄타-크로넨워스를 역시나 삼자범퇴로 돌려세우면서 다저스 팬들을 열광하게 했다.
다저스는 6회부터 불펜을 가동했다. 에반 필립스(1⅔이닝)-알렉스 베시아(⅓이닝)-마이클 코펙(1이닝)-블레이크 트라이넨(1이닝)이 무실점 릴레이 호투를 펼치면서 승리를 지켰다. 샌디에이고는 24이닝 연속 무득점 굴욕을 당하면서 짐을 쌌다. 올 시즌 내내 가장 만만한 상대로 생각했던 투수 야마모토의 손에 탈락해 샌디에이고는 더더욱 큰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실트 감독은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본 야마모토의 투구 중에 최고였다. 정규시즌 초반과 이번 시리즈 초반 야마모토를 상대했을 때는 타자들이 잘 쳤다. 야마모토의 직구는 정말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일본에서 매우 흥미롭게 지켜볼 경기였는데, 야마모토는 정말 좋았다. 그의 직구는 몸쪽과 바깥쪽 모두 좋았고, 필요할 때는 변화구를 던졌으나 우리는 어느 공도 공략할 수 없었다"고 인정했다.
로버츠 감독은 "그는 경기 분위기를 주도했다. 야마모토는 프로 생활을 하면서 많은 성공을 거뒀다고 생각한다. 전에 말했는데, 그는 큰 경기에 등판해 투구한 적이 있다. 나는 그가 해낼 것이라 믿었다. 그리고 그는 오늘 엄청났다. 나는 그가 지금 자리에서 도망치지 않으리란 것을 알았다. 야마모토가 월드시리즈까지 팀을 끌고 가길 기대한다"며 엄지를 들었다.
야마모토는 "직전 등판에 내 몫을 해내지 못해서 5차전에는 잘 준비하려 노력했다. 스스로 준비를 잘하기 위해 집중했고, 오늘은 내 공이 잘 통했던 것 같다. 샌디에이고는 훌륭한 라인업이기에 어떻게 공격할지 몇 차례 미팅을 진행했다. 공격적으로 던지려 했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야마모토는 메이저리그 역대 포스트시즌 승자 독식(winner-take-all) 경기에서 5이닝 이상 던져 무실점한 역대 3번째 신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1909년 월드시리즈 7차전에 나섰던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베이브 애덤스, 올해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결정 3차전에 나섰던 밀워키 브루어스의 토비아스 마이어스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다저스 동료 테오스카 에르난데스는 "내가 전에도 말했지만, 야마모토가 올해 던진 경기 가운데 최고의 경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오늘 밤 우리는 지켜봤다. 그는 놀라웠다"고 했다.
다르빗슈는 패전의 멍에를 썼으나 박수받기 충분한 투구를 펼쳤다. 6⅔이닝 77구 3피안타(2피홈런) 1볼넷 4탈삼진 2실점 호투를 펼치고도 침묵한 타선 탓에 울었다.
로버츠 감독은 "야마모토는 고국인 일본을 위해 던졌다고 생각한다.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일본을 대표해 던지는 것처럼 말이다. 그는 좋은 투구를 했고, 다르빗슈도 그의 공을 인정해야 할 정도로 좋은 투구를 했다"며 명품 투수전을 펼친 두 투수에게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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