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前회장 부정대출 파장…전문가 "임종룡 현 회장도 자유롭지 않다"

서울 중구 우리금융그룹 사옥 전경 /사진 제공=우리금융그룹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 친인척의 부정대출로 파장이 일면서 임종룡 현 회장의 책임론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부적정한 방식으로 돈이 빠져나가는 것을 인지하고도 최고경영자(CEO)로서 묵인했다면 마땅히 내부통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12일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번 사건을 둘러싼 우리금융 측의 사후약방문식 대응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전날 금융감독원의 현장검사 결과 손 전 회장의 이름이 분명히 거론됐지만, 우리금융 측은 "전 회장 때 이뤄진 일로 현재 경영진과는 무관하다"며 선긋기에 급급했다.

이에 대해 여전히 관치금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난이 터져나왔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우리은행의 대응을 보면 '원팀'이라기보다는 각자가 '잘못이 없다'고 변명하는 데 급급하다"며 "내부 시스템으로 어디서, 어떻게 문제가 발생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고, 추후 적발해 어떻게 대처했는지만 설명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우리금융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안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임 회장에게도 책임을 물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우리금융에서 일선지점 직원부터 회장에 이르기까지 보기 드문 대형 금융사고가 잇달아 터지는 상황에서 이번 일의 발생 시기와 인지 시점에 관해 정확한 조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올해 초부터 이 사안을 인지하고 있었다면 임 회장과 현직 사외이사들도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며 "내부통제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해 발생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임 회장이 지난해 취임 이후 강조해온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시각도 있다. 외적 팽창에만 초점을 맞춰 사실상 내실 다지기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앞서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손 전 회장의 친인척(처남댁 및 처조카 등) 관련 법인과 개인사업자에게 지난 4년간 616억원 상당을 대출해준 것이 검사 결과 적발됐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19일 기준 대출잔액은 총 304억원(16개 업체, 25건)이며, 이 중 269억원(13개 업체, 19건)이 단기(1개월 미만) 연체거나 부실화된 상태다.

검사 종료 이후인 이달 9일 기준 대출잔액은 총 303억원(16개 업체, 25건)이며, 단기연체 및 부실대출 규모는 198억원(11개 업체, 17건)이다. 담보가용가 등을 감안하면 실제 손실예상액은 82억~158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우리은행은 자체 내부통제, 부실여신 책임규명 과정에서 발견된 A 전 본부장의 취급여신 중 부당취급 의심건에 대해 올 1~3월 1차 자체검사를 벌였다고 전했다. 부실에 책임이 있는 관련 임직원(총 8명)에 대해서도 면직 등 엄정한 제재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또 1차 자체검사 과정에서 발견된 특이 자금거래 동향 및 여신감리 등을 기초로 친인척 관련 여신 전체를 대상으로 2차 자체검사를 진행하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임 회장도 이날 직접 나서 "부적정 대출 사고는 허점이 있는 내부통제 시스템, 잘못된 업무처리 관행, 부당한 지시 등이 원인"이라며 "고객들에게 절박한 심정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