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아파트 단골층 맞물린 이중 상권, 유동인구따라 권리금 격차 최대 1억원 육박

영등포시장역 일대가 최근 직장인과 인근 아파트 주민을 동시에 흡수하며 ‘이중 수요’ 상권으로 주목받고 있다. 오래된 삼겹살 노포부터 신축 아파트 단지 주변의 신흥 맛집까지, 세대와 소비력을 아우르는 상권이 형성되면서 ‘낡음과 새로움이 공존하는 거리’라는 독특한 매력을 더하고 있다. 여의도와 불과 두 정거장 거리라는 입지적 강점 덕분에 점심·퇴근 시간대 직장인 수요가 꾸준하고 재정비 촉진지구 지정으로 상권 전반이 새 옷을 갈아입으며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영등포시장역은 출구 방향에 따라 상권 성격이 확연히 다르다. 초등학교 인접 지역은 업종 제한으로 조용하지만 2번 출구 일대는 1400세대 규모의 신축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며 새 상권이 빠르게 자리잡았다. 반면 노후 건물이 몰린 3번 출구는 재개발 예정지로 장기 임대보다 단기 영업이 유리한 지역으로 꼽힌다. 이미 먹자골목이 형성된 4번 출구 주변은 유동인구가 가장 많아 권리금이 가장 높은 ‘핵심 구간’으로 통한다.
재정비로 달라진 영등포시장역 일대…출구마다 다른 상권에 고객층도 제각각
최근 몇 년 사이 영등포시장역 일대가 재정비 촉진지구로 묶이면서 재개발이 예정되거나 이미 완료된 구역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상권의 성격은 출구별로 확연히 갈리고 있다. 1번 출구는 인근 초등학교와 주택가가 밀집해 학원, 문구점, 편의점 등 생활형 업종이 중심을 이루며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다.
반면 2번 출구 일대는 약 1400세대 규모의 ‘포레나영등포센트럴’과 ‘아크로타워스퀘어’가 들어서면서 신흥 상권으로 빠르게 부상했다. 이 지역은 외부 유입이 많지 않은 대신, 배후 단지 내 소비층이 탄탄해 안정적인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 ‘항아리 상권’으로 분류된다.

‘포레나’ 단지와 ‘아크로타워’ 사이 골목에는 카페, 와인바, 디저트 전문점 등 소형 트렌드 업종이 늘고 있으며 직장인 점심 수요와 입주민의 주말 브런치 수요가 자연스럽게 증가하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사에 따르면 단지 주민과 주변 직장인의 생활동선이 겹치는 시간대가 많아 낮에는 카페, 밤에는 와인바 형태로 운영되는 복합 업종이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
3번 출구 인근은 노후 건물이 밀집한 지역으로 최소 20년 이상 된 소형 건물이 대부분이다. 인근 영등포시장 재정비 사업이 예정돼 있어 건물주들은 장기 계약보다 단기 임대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에 따라 신규 창업자나 프랜차이즈보다는 단기 임대 기반의 이자카야·호프집·분식점 등이 주로 입점한다.
4번 출구 주변은 다양한 음식점이 모여 있는 먹자골목이 형성돼 있다. 퇴근 시간대와 주말 저녁이면 인근 직장인 손님이 몰리며 전체 상권 중 가장 높은 유동과 매출을 기록한다.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영등포시장역 상권의 2분기 기준 소비 비중은 남성이 53.5%로 절반을 넘었고 요일별 매출은 토요일(16.2%)이 가장 높았으며 금요일(15.7%)이 뒤를 이었다. 시간대별로는 오후 5시~9시 사이 매출이 집중돼 직장인의 ‘퇴근 후 1차 수요’가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공인중개사 박지훈 씨(45·남)는 “영등포시장역 일대는 신축 단지 입주와 기존 노포의 공존이라는 특수한 구조 덕분에 단골이 많은 안정형 상권으로 성장 중”이라며 “지속적인 재개발이 예정된 만큼 상권의 스펙트럼이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출구마다 권리금 차이 최대 1억…“상권 특성에 따른 매물 가격 격차 커”

영등포시장역 상권이 꾸준한 활기를 유지하는 배경으로는 ‘아파트 단지 주민’과 ‘직장인 고객층’이라는 이중 수요가 꼽힌다. 인근 대단지 아파트 거주민들이 단골 고객층을 형성하고, 여의도와 영등포 일대 직장인들이 퇴근 시간대 유입되면서 안정적인 소비 흐름이 만들어졌다는 평가다. 이러한 탄탄한 소비층을 기반으로 형성된 상권의 특성은 매물 가격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서울 영등포구 영중로 65 1층 매물은 전용면적이 13평에 불과했지만 먹자골목 초입에 위치해 권리금이 1억원에 달했다. 보증금과 월세 역시 각각 3000만원, 265만원으로 규모에 비해 높은 편이었다. 해당 매물을 담당하는 공인중개사는 먹자골목에 위치할수록 안정적인 수익 창출은 가능하지만 권리금과 보증금 부담이 커진다며 객단가가 높은 업종을 대상으로 1차 고객 중심으로 영업할 수 있는 업종을 추천한다고 설명했다.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로35길 23에 있는 전용면적 30평 매물 역시 권리금으로 1억원을 요구했다. 보증금과 월세 역시 각각 2000만원, 260만원으로 유동인구가 많은 먹자골목 내부에 위치해 있어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2번 출구 인근에 있는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54길 10 매물은 현재 이자카야로 운영 중이며 내부 면적은 8평이다. 권리금은 5000만원, 보증금 2000만원, 월세는 180만원으로 책정돼 있다. 해당 매물은 2017년 아파트 입주 시점부터 영업을 시작한 곳으로 초기 창업 시 가게 내부를 복층 구조로 꾸며 8평임에도 공간이 넓게 느껴진다. 또한 상가 내 다른 매물과 비교해 특색이 있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아파트 단지로 들어갈수록 권리금이 낮아졌다.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54길 10 아크로타워 스퀘어에 위치한 14평 매물은 아파트 단지 내부에 있어 유동인구가 다른 곳들에 비해 적은 편이다. 다만 내부 시설을 모두 사용하는 조건임에도 권리금이 500만원으로 낮게 형성돼 있다. 보증금과 월세가 각각 3000만원, 170만원이다.
이곳의 특징 중 하나는 주방 위에 작은 다락이 있어 브레이크 타임에 직원 휴식 공간으로 사용하거나 비품 보관 장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곳이다. 해당 매물을 소유하고 있는 공인중개사는 항아리 상권 내에 있는 매물인 만큼 어느 정도의 꾸준한 수익 창출은 가능하나 입주민 외에는 외부 유입 수요가 적은 만큼 이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업종의 입점을 권했다.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로37길 26 매물은 면적이 6평에 불과하다. 다만 3번 출구에서 도보로 1분이면 도착할 만큼 입지가 좋아 권리금이 3000만원에 형성돼 있다. 보증금과 월세는 각각 1000만원, 100만원이다. 다만 해당 건물이 재정비 촉진지구에 묶여 있어 향후 재개발될 가능성이 있는 곳이다. 이에 공인중개사들은 장기 영업보다는 단기 운영이 가능한 업종의 입점을 권했다.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로37길 26 2층 매물은 전용 면적 17평 규모로 권리금은 따로 없으며 보증금 1000만원, 월세 130만원 수준이다. 주변에 아파트 단지나 먹자골목과 같은 상권과 떨어져 있어 유동인구가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공인중개사 정현수 씨(58·남)는 “영등포시장역 주변 상권은 위치에 따라 유동인구가 크게 차이가 나다보니 가격의 편차 역시 크다”며 “특히 초등학교가 있는 1번 출구 주변으로는 추천 업종도 제한적인 만큼 본인이 준비하고 있는 업종에 따라 상권 적합성이나 운영 전략을 신중히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글=고인혜 르데스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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