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사진 입문기] 역광에 대처하는 자세, 순응하거나 대응하거나

렌즈교환식 카메라를 사고 가장 당황하는 순간은 역광을 만났을 때다. 휴대폰으로 찍었을 때는 파란 하늘도, 그 하늘 밑에 웃음 짓는 얼굴도 멀쩡하게 나오는데 한참 더 비싼 DSLR이나 미러리스는 하늘이 새하얗게 나오거나 피사체가 너무 어두워 사진이 형편없어진다.
왜 그럴까? 또 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김종연 사진기자와 함께 역광에 대처하는 자세를 알아봤다.
역광 사진은 왜 어렵나?
역광은 카메라에 광원(산악사진에선 보통 태양)에서 직접적으로 들어오는 광선을 의미한다. 이처럼 역광일 때 사진을 찍으면 사진 안에서 밝은 곳과 어두운 곳의 차이가 심해 피사체를 또렷하게 담기 어렵다. 카메라가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 각각에 최적화된 노출을 선택하지 않고, 두 부분을 모두 일정한 노출에 따라 촬영하기 때문이다.


산악사진을 예시로 풀어 설명하면 이해하기 쉽다. 태양 아래에 사람을 세우고 촬영한다고 가정하자. 그럼 태양 부근의 밝기에 노출을 맞추면 사람이 어둡게 나오고, 사람 얼굴이 나오도록 노출을 맞추면 태양 부근의 광선이 과다해 하늘과 태양이 전부 하얗게 나오게 된다.
그래서 역광 사진은 촬영이 몹시 까다롭다. 기자가 다른 사진기자 선배들에게 기사 발제 단계에서 "역광일 때 어떻게 찍어요?"라고 묻고 다닐 때 대부분 고민하다 "안 찍으면 되지?"라고 답한 것도 같은 궤다. 사실이 그렇다. 태양을 등지고 촬영해야 고른 밝기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스마트폰 사진은 잘 나오는 걸까? 비밀은 HDR 기능에 있다. 최근 출시된 스마트폰 카메라 어플에는 대부분 HDR 기능이 탑재돼 있다. 이 기능은 사진 안에 밝고 어두운 각 부분에 각기 최적화된 노출로 자동 보정해 준다. 그래서 역광이어도 하늘이 하얗지 않고 푸르고, 피사체의 얼굴도 잘 드러난다.

역광 사진 잘 찍는 법 (1) 대응하기
역광 사진을 찍는 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역광에 순응해서 역광이 주는 묘한 감성을 최대한 살려 촬영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반대로 역광에 대응해서 역광이 주는 폐해를 최대한 사진에서 제거해 주는 것이다.
여러 방법 중 대표적인 것만 살펴보자. 먼저 플래시(스트로브)다. 피사체가 인물인 경우 주로 사용된다. 강한 자연 빛으로 인해 인물이 어둡게 나오기 때문. 엄청나게 맑은 날에도 연예인 야외 화보 촬영 현장을 보면 쉬지 않고 플래시가 터지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여기서 김종연 사진기자의 팁은 색온도필터. 그는 "플래시는 인공적인 빛이라 인물이 주변 배경에 비해 이질적으로 보일 때가 있다"며 "이를 해결하려면 색온도필터를 사용해 그 상황에 맞는 빛을 인물에 주는 것이 좋다. 특히 붉고 노란 일출, 일몰 빛을 받은 인물을 찍을 때 매우 효과적이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하나는 HDR 기능을 사용하는 것이다. 현재 출시된 디지털카메라 상당수는 이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효과나 원리는 위에서 설명한 스마트폰의 기능과 같다.
그 다음은 브라케팅 촬영 후 후보정하는 것이다. 브라케팅 기능을 사용해 촬영하면 한 번의 셔터로 어두운 사진, 중간 사진, 밝은 사진(각 사진 간에 노출의 정도나 사진장수는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을 얻을 수 있다. 이제 이 사진들을 갖고 포토샵 등 프로그램으로 너무 밝은 부분은 어둡게, 너무 어두운 부분은 밝게 보정해 주면 된다.
왜 편리한 HDR 기능을 놔두고 귀찮게 후보정 작업을 해야 하는 브라케팅 촬영을 할까? 김종연 사진기자의 설명을 듣고 가자.
"HDR로 촬영해도 물론 좋은 사진을 건질 수 있어요. 초보자는 HDR로 찍는 게 훨씬 편합니다. 다만 HDR은 사진이 너무 비현실적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 카메라가 임의로 노출을 조정하는 거니 오해하는 부분도 생길 수 있고요. 제 의도와 다르게 말이죠. 그러니 전문 사진가들은 브라케팅 촬영으로 날것의 사진을 찍은 뒤 보정으로 요리하죠."
역광 사진 잘 찍는 법 (2) 순응하기
이토록 역광을 이겨내는 길은 험난하다. 그래서 역광은 초보 사진가들에게 도전보다 기피의 대상이다.
하지만 이 역광을 오히려 극대화하면 재밌고 감성적인 사진들을 얻을 수 있다. 실루엣, 할레이션, 플레어, 화이트밸런스 조절 등이다.
실루엣
일단 방법은 이렇다. 1. 조리개우선(Av) 모드 2. 측광 모드는 스팟(카메라가 프레임에서 정 한가운데 영역만 측광하도록 하는 모드) 측광. 3. 초점을 피사체가 아닌 태양이나 태양 주변으로. 4. 추천 조리개 값은 F8. 5. 촬영
실제로 해보면 그다지 어렵지 않다. 김종연 사진기자의 팁은 "조리개 F값을 최대한 올려 주라"는 것. 이렇게 조리개 값을 올려 주면 사진의 심도를 깊게 해주고 잡광이 덜 들어오게 된다고 한다. 어려운 말인데 쉽게 풀면 실루엣이 더 뚜렷하게 보인다는 정도다.

할레이션
할레이션은 광원을 마주보고 촬영할 때 렌즈 내부에서 일어나는 난반사 현상 때문에 사진이 전체적으로 뿌옇게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사진이 뿌옇게 나타나니 사실은 억제해야 하는 현상이다. 카메라나 렌즈 제조 회사들도 할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할레이션을 잘만 이용하면 화려하고 몽환적인 느낌을 가진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실루엣 사진과 다르게 적합한 조리개값이나 셔터스피드 같은 건 없다. 다만 태양빛이 부드러워지는 늦은 오후 시간대에 태양을 인물 근처 뒤편에 사선으로 두고 노출 보정을 +1~2 정도로 올린 뒤 촬영하는 정도가 팁. 또한 배경이 뚜렷하지 않도록 조리개를 가급적 개방해야(F값을 낮춰야) 할레이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중요한 건 구도다. 태양 빛을 얼마나, 어떻게 프레임 안에 넣느냐에 따라 할레이션 효과의 느낌이 달라진다. 또한 피사체가 빛을 받는 각도도 중요하다. 피사체의 몸 라인을 따라 빛의 선이 또렷하게 생겨야 피사체가 할레이션 효과에 덮여 뭉개지지 않고 부각된다.


화이트밸런스
화이트밸런스 조절은 꼭 역광사진이 아니어도 사용할 수 있는 테크닉이다. 통상 해당 기능을 찾아보면 백색형광등, 텅스텐광 등의 이름으로 나와 있는 경우도 있는데 쉽게 보면 K값이 내려갈수록 차가운 느낌이 들고, 높일수록 따뜻한 느낌을 준다. 통상적인 산악사진에선 자동으로 두고 촬영하면 되는 기능이다.
꼭 K값을 높여야 한다거나, 낮춰야 한다는 법칙은 없다. 자신의 취향에 맞추면 된다. 산악사진에선 통상 일출이나 일몰의 따뜻한 효과를 강조하고 싶으면 K값을 올리고, 맑은 날씨를 강조할 땐 K값을 내린다. 할레이션 효과를 활용한 사진에서도 더 몽환적이고 따뜻한 느낌을 주기 위해선 K값을 올리면 된다.

플레어
플레어는 광선이 렌즈 안에 들어와 산란돼 둥근 원이나 고리 모양의 광채가 생기는 현상을 말한다. 피사체나 배경 자체를 가려버리는 경우도 많아 할레이션과 마찬가지로 원래라면 억제해야 하는 현상이다.
특히 플레어는 산악사진가들의 적이다. 플레어는 렌즈 앞에 지문, 기름기, 먼지 같은 이물질이 있으면 이에 빛이 산란돼 더 자주 생기는데 산악사진은 거친 산악환경에서 렌즈를 자주 교체해 가며 촬영되기 때문에 플레어가 많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후보정으로 꼬박꼬박 지우는 게 고역이다. 하지만 잘만 쓰면 특유의 영화 속 장면 같은 감성적이고 따뜻한 분위기와 특정 구도를 강조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플레어는 할레이션과 마찬가지로 특정 모드나 값이 있진 않다. 렌즈에 태양 빛이 들어오는 각도를 잘 조절해 가며 찍으면 된다. 통상 광각 렌즈는 플레어가 적게 나타나는 대신 망원 렌즈가 더 많은 플레어 효과를 만들어 낸다는 것과 조리개를 열면(F값을 낮추면) 플레어가 부드러워지고, 반대로 조이면(F값을 높이면) 작은 별 모양으로 생긴다는 것 정도만 알아두면 된다.
월간산 10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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