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천 벚꽃 개화 예측 ‘베테랑’…“기후변화, 현장에서 느끼죠”

유경선 기자 2023. 4. 2.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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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적중’ 강봉기 은평구청 과장
민간업체 자료·외톨이 나무 참고
5.5도 기준 온도차 매일 더해 예측

매년 봄, 벚꽃 피는 날을 ‘적중’시키는 공무원이 있다. 기후변화로 매년 개화일이 들쭉날쭉한데도 그가 예상한 날이면 대체로 벚꽃이 피곤 한다. 덕분에 꽃이 가장 예쁘게 피었을 때 벚꽃축제를 열 수 있다. 서울 은평구에서 8년째 ‘불광천 벚꽃축제’와 함께하고 있는 은평구청 강봉기 과장(58·사진)을 지난달 30일 만났다.

올해 벚꽃은 예년보다 빨리 피었다. 서울의 공식 벚꽃 개화일은 3월25일로, 평년(4월8일)보다 14일이나 일렀다. 강 과장도 벚꽃이 빨리 필 것을 예상했다. 그가 점찍은 벚꽃 개화일은 3월28일이었다.

강 과장이 벚꽃 피는 날을 맞히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민간 기상업체에서 제공하는 개화 예측을 참고한다. 그다음에 불광천변 ‘외톨이 벚나무’를 유심히 살펴본다. 이 나무는 6㎞에 이르는 불광천 벚꽃길에서 매년 먼저 꽃을 피운다.

“아무래도 벚꽃길을 만들 때 다른 수종 하나가 잘못 섞여 들어온 것 같더라고요. 이 나무가 항상 일주일 정도 먼저 꽃을 피워요. 이 독특한 친구 덕분에 일주일을 앞서 볼 수 있는 거죠.”

3월이면 강 과장은 매일 아침 이 나무의 꽃눈을 확인하고 사진으로 기록한다.

개화일 예측 정확도를 높이는 건 ‘적산온도’ 계산법이다. 벚꽃이 피어 있을 수 있는 최저 기준온도와 일 평균기온의 차이를 더한 값이 적산온도다. 벚꽃 기준온도는 5.5도로, 하루 평균 기온이 7도라면 차이값은 1.5도가 된다. 이 값을 2~3월 매일 더해나간 합이 106이 넘어갈 때 벚꽃이 핀다는 게 강 과장의 설명이다.

이렇게 예측한 올해 개화 날짜가 3월28일이었다. 꽃은 그보다도 사흘이나 먼저 찾아왔다. 강 과장은 “워낙 더워서 예상일보다 좀 더 빨리 핀 것 같다. 예측이 빗나갔다”며 멋쩍게 웃었다.

기후변화는 ‘벚꽃 베테랑’ 강 과장에게도 위기 요인이다. 사흘이나 오차가 벌어진 건 이 때문이다. 축제일을 정하는 데도 매년 고심이 깊어진다. 벚꽃축제는 꽃이 ‘만개’했을 때 여는 것이 좋다.

“꽃송이가 80% 이상 벌어졌을 때를 만개라고 봅니다. 개화했을 때부터 만개까지 평균적으로 7일이 걸려요.”

개화일로부터 4~5일 뒤가 최적의 축제 개막일이다. 강 과장도 3월28일부터 닷새 뒤인 4월2일을 벚꽃 축제일로 잡았다. 하지만 개화부터 만개 사이 기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올해는 (개화에서 만개까지) 5일밖에 안 걸렸어요. 이틀이 사라진 거죠.”

기후변화로 어려움을 겪는 건 봄철만이 아니다.

“작년 10월 축제 때는 비가 많이 와서 무대가 떠내려갈 지경이었어요. 기후변화를 현장에서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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