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가 내 김치 담그는 법을 받아 적고 있길래.." 그 공책을 보고 울컥했다

올겨울 김장을 하는데 대학생 손녀가 일손을 돕겠다며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손녀는 배추를 버무리는 틈틈이 작은 공책에 무언가를 열심히 적고 있었습니다.무엇을 그렇게 적느냐고 물어도 손녀는 나중에 보여 드리겠다며 웃기만 했습니다. 몇 주 뒤 손녀가 건넨 그 공책을 펼쳐 본 저는 그만 울컥하고 말았습니다.

김장날 찾아온 손녀

손녀는 고무장갑을 끼고 제 옆에 앉아 배추를 함께 절였습니다. 제가 양념을 만들 때마다 손녀는 고춧가루를 몇 숟가락 넣느냐고 꼬치꼬치 물었습니다. 저는 평생 눈대중으로 해 온 터라 대답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손녀는 대충이라도 좋다며 하나하나 받아 적었습니다. 저는 요즘 아이가 김치에 관심을 갖는 게 그저 신기했습니다.

손녀가 건넨 공책

몇 주 뒤 손녀가 예쁘게 꾸민 공책 한 권을 들고 다시 찾아왔습니다. 표지에는 할머니 손맛이라는 글씨가 또박또박 적혀 있었습니다. 공책 안에는 김치뿐 아니라 제가 해 준 반찬들의 만드는 법이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한 장 한 장마다 손녀가 직접 그린 그림과 제 말투까지 그대로 적혀 있었습니다. 저는 공책을 넘기다 말고 손으로 입을 막았습니다.

마지막 장의 글

공책 마지막 장에는 손녀의 짧은 글이 적혀 있었습니다. 할머니의 맛을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이 공책을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나중에 자기 아이에게도 이 맛을 꼭 알려 주고 싶다는 문장도 있었습니다. 제가 평생 부엌에서 보낸 시간이 손녀의 공책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저는 그 공책을 품에 안고 한참 동안 손녀의 손을 놓지 못했습니다.

부엌에서 보낸 평범한 시간도 다음 세대에게는 소중한 유산이 될 수 있습니다. 손녀의 공책에는 할머니의 손맛과 사랑이 함께 기록되어 있었습니다.오늘은 손주나 자녀에게 내가 자신 있는 음식 하나를 함께 만들어 보시는 건 어떨까요? 그 시간이 오래도록 기억될 추억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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