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들의 다이빙 성지

섬 전체가 자연의 보고인 울릉도가 MZ세대에게 프리다이빙의 성지로 꼽히고 있어 다이버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울릉도의 3대 비경인 삼선암과 공암(코끼리바위), 관음도의 쌍굴 탐험을 비롯한 일몰 다이빙 성지인 학포 야영지까지 울릉도 다이빙 포인트와 즐기는 방법 등을 한번에 정리해드립니다. 정책주간지 'K-공감'과 함께 떠나볼까요?

해외로 왜 가?
다이빙 성지 된 울릉도
MZ들이 몰려온다
다이버가 공암(코끼리바위)의 좁은 틈새를 따라 유영하고 있다. 사진 임동하 수중 사진작가

파도가 만든 자연 동굴, 밀림 같은 원시림, 섬 가운데 봉긋 솟은 성인봉과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해안절벽. 울릉도는 그야말로 섬 전체가 자연의 보고입니다. 울릉도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지만 계절마다 색다른 비경은 그 수고로움을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습니다. 특히 울창한 숲과 푸른 동해 바다의 변주가 눈부신 울릉도의 여름은 신비롭습니다. 흔히 울릉도 여행 하면 트레킹과 맛 기행을 떠올리지만 요즘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 울릉도는 프리다이빙의 성지로 꼽힙니다. 아직 숨겨진 다이빙 포인트가 많아 다이버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울릉도 바다의 매력은 사납고도 거친 자연 그대로의 바다를 즐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배를 타고 나가지 않아도 충분히 수심이 깊고 물이 깨끗해 수중 가시거리가 넓습니다. 난류성 물고기와 수중생물도 풍부해 다이버들에게는 꿈의 바다입니다. 7월 초 강원 강릉항에서 출발해 2박 3일 일정의 울릉도 여행을 떠났습니다. 프리다이빙 체험이 주요한 일정이었습니다.

울릉도는 강원 강릉시와 동해시 묵호, 경북 포항시에서 여객선을 타고 들어갈 수 있습니다. 울릉도 도동, 사동, 저동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 편도로 평균 3시간이 걸립니다. 서울에서 새벽에 나섰지만 강릉항에서 쾌속선에 오른 것은 오후 1시, 울릉도 저동항에 도착하자 시계는 오후 4시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서둘러 학포야영장으로 향했습니다. 저동항의 반대편 서북쪽 학포마을에 자리한 캠핑장으로 학포마을 앞바다는 일몰 다이빙을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입니다.

울릉도에 입도할 때만 해도 거센 바람에 다이빙이 가능할까 걱정했지만 학포마을 앞바다는 거짓말처럼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했습니다. ‘ㄷ’자 지형이 파도를 막아줘 호수처럼 잔잔하다는 다이빙 강사의 설명을 들으며 슈트를 챙겨 입었습니다.

한여름 더위에도 수온은 20℃에 불과했습니다. 바다의 수온은 보통 초여름에 18~20℃, 무더위에 22~24℃까지 오릅니다. 바다에서 프리다이빙을 즐기기에는 초여름 날씨가 적당합니다. 수온이 올라가면 녹조로 인해 물이 뿌옇게 바뀌어 시야 확보가 어려운 데다 급격히 늘어난 해파리나 물벼룩에 쏘일 수도 있습니다.

수온이 낮은 만큼 3㎜ 두께의 전신 슈트를 준비했습니다. 수영복만으로도 입수할 수 있지만 자칫 물 온도가 낮아 저체온증이 오거나 기암괴석이 많은 울릉도 바다 특성상 몸이 긁힐 수도 있습니다.

오후 5시, 다이빙을 즐기기 전 일몰 시간을 확인합니다. 여름 해가 길지만 일몰 후엔 바다가 어두워 위험할 수 있습니다. 간단하게 끼니를 때우고 드디어 울릉도 바다에 뛰어들었습니다. 학포마을 앞바다엔 뿔소라가 지천입니다. 수심 5m 내려갔을 뿐인데 삼각뿔 모양의 테트라포드 단면에 뿌리 내린 해초들이 파도에 일렁이고 그 사이로 뿔소라가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제주도와 울릉도 바다에 주로 서식하는 뿔소라는 쫄깃하고 달콤한 맛이 전복과 비슷합니다. 6월에서 9월 사이를 제외하고는 소량 채취도 가능해 다이빙을 즐기며 자연산 뿔소라도 맛볼 수 있습니다. 해 질 녘 푸른 바다 속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일몰의 황금빛 빛 내림이 황홀경을 연출했습니다. 다이빙을 마치고 물 밖으로 나와 붉게 물든 울릉도 바다를 보면서 텀블러에 담아온 커피를 한 모금 마셨습니다. 바로 이 맛이지! 감탄이 흘러나왔습니다.

(왼쪽) 울릉도 일주도로를 따라 달리다보면 거대한 기암괴석을 마주하게 된다. 사진 서경리 (오른쪽) 갈색의 해초가 출렁이는 삼선암 인근 바다를 다이버가 헤엄쳐 지나고 있다. 사진 임동하 수중 사진작가
울릉도 3대 비경… 삼선암·공암·관음도

야영지에서 눈을 뜬 다음날 아침. 텐트 뒤로 산봉우리를 따라 낮게 내려앉은 구름이 장관을 이뤘습니다. 해가 서서히 떠오르며 구름이 걷혔습니다. 이 날의 일정은 울릉도의 3대 비경인 삼선암과 공암(코끼리바위), 관음도의 쌍굴 탐험. 이곳도 역시 다이빙 포인트입니다.

삼선암은 울릉군 북면 천부리 앞바다에 있는 세 개의 기둥 같은 암석으로 높이는 각각 107m, 89m, 58m에 이릅니다. 삼선암은 지상으로 놀러온 세 선녀가 바위가 됐다는 설이 있습니다. 울릉도에서 물빛이 가장 곱기로 이름났습니다. 섬과 바위가 빚어내는 절경도 기가 막힙니다. 삼선암 부근의 수심은 7m에서 20m까지로 깊습니다. 거대한 세 개의 기암을 따라 유영하듯 떠가다보면 빨강·초록·갈색의 다양한 해초류가 다이버들을 반깁니다. 호흡을 가다듬고 깊숙이 물속으로 빨려들어가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집니다.

이때쯤 되면 슬슬 허기가 올라옵니다. 인근 마을 식당에서 홍합밥과 따개비 칼국수를 주문했습니다. 홍합살을 넣고 고슬고슬 갓 지어낸 밥에 김가루, 참기름을 넣고 비빈 다음 산나물과 함께 먹으니 별미가 따로 없습니다. 따개비 삶은 육수에 감자, 호박, 양파를 넣고 끓여낸 칼국수 국물을 한 수저 떠마시니 입안이 개운합니다.

다음은 관음도입니다. 울릉도 북면 북동쪽에 있는 섬목 해변에서 약 100m 떨어져 있습니다. 울릉도 부속 도서 중 세 번째로 크며 지대가 평탄한 무인도입니다. 지금은 육지와 섬 사이에 다리가 놓여 걸어서 갈 수 있습니다. 관음도는 괭이갈매기 서식지로 갈매기떼가 “꽥꽥” 소리 내며 날아다니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습니다. 관음도에는 관음쌍굴이라는 두 개의 해식동굴이 있어 카약을 타고 굴을 관람하는 관광객이 많습니다.

코끼리바위라 불리는 공암은 물속에 코를 빠뜨리고 있는 코끼리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용암류에서 나타나는 주상절리가 바위 전체를 덮고 있어 코끼리의 거친 피부를 떠오르게 합니다. 구멍이 뚫린 바위라는 의미에서 공암이라고 부르는데 구멍 사이로 육지에 봉긋 솟은 송곳봉을 볼 수 있습니다. 다이버들에게는 은빛으로 빛나는 물고기떼와 함께 유영을 즐기기에 최적의 포인트입니다.

공암은 나리분지와 가까이에 있습니다. 시간이 있다면 나리분지로 산책할 것을 권합니다. 나리분지는 동서 길이 약 1.5㎞, 남북 길이 약 2㎞로 울릉도에서는 유일하게 평지를 이루고 있습니다. 나리전망대까지 산책로가 잘 정비돼 있어 걷기 좋고 울릉도 전통 가옥인 억새로 만든 투막집도 구경할 수 있습니다. 인근에 있는 나리촌식당에 가면 울릉도에서 나는 명이나물과 독특한 향과 맛의 나물을 넣은 산채비빔밥을 맛볼 수 있습니다.

(왼쪽) 가까이에서 바라본 공암. 코끼리가 바다에 코를 박고 물을 마시는 듯하다. 사진 임동하 수중 사진작가 (오른쪽) 울릉도의 별미인 홍합밥. 입안에서 씹히는 쫄깃한 홍합맛이 일품이다. 사진 서경리
자연이 만든 해식동굴

3일 차 아침. 이른 아침부터 움직여 가재굴바위로 향했습니다. 울릉도 남면에 우뚝 선 가재굴바위는 동구미몽돌해변 가까이에 자리합니다. 주변으로 거북바위와 얼굴바위 등 거대한 기암괴석이 우뚝 서 위용을 자랑합니다. 동구미항에서 방파제를 따라 서쪽으로 향하면 굴이 나오는데 자연이 만들어낸 동굴의 장엄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컴컴한 바닷속 동굴 입구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빛이 마치 우주 한가운데에 들어온 듯 신비로움을 자아냅니다. 이곳도 다이버들에게 인기 있는 곳입니다. 수면을 통과한 빛을 따라 물속 깊이 들어갔다 올라올 때면 숨이 차는 것을 잊을 만큼 황홀함을 안겨줍니다.

가재굴바위를 마지막으로 묵호항행 배에 몸을 실었습니다. 파도에 배가 좌우로 흔들렸습니다. 그 느낌이 가재굴바위에서 온몸으로 느꼈던 너울과 같아 마치 울릉도 바다 한가운데를 헤엄치는 듯했습니다. 아쉬움에 돌아보니 낮게 내려앉은 구름에 감싸인 울릉도가 한 점 섬으로 보였습니다.


울릉도 배편

울릉도에 당일 들어가는 것은 ‘삼대가 덕을 쌓아야 가능하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울릉도로 향하는 유일한 길이 뱃길인 만큼 해상 날씨를 꼼꼼히 체크하는 게 중요합니다. 울릉도 배편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강릉, 동해(묵호), 울진(후포), 포항 등 네 가지로 그중 크루즈는 울진과 포항만 가능합니다. 강릉과 동해, 포항에서는 쾌속선이 운항합니다. 여객선 승선을 위해서는 신분증을 반드시 지참해야 합니다.

하절기 소요시간(운항시간)

○ 포항~울릉(도동) | 2시간 50분(오전 10시 10분 출항)
○ 포항~울릉(사동) | 6시간 30분(오후 11시 50분 출항)
○ 동해(묵호)~울릉(도동) | 2시간 40분(오전 8시 출항)
○ 울진(후포)~울릉(사동) | 4시간 30분(오전 8시 30분 출항)
○ 강릉~울릉(저동) | 3시간(오전 8시 출항)


걸어서 울릉도를 즐기는 법

깎아지른 듯 해안절벽을 따라 이어지는 행남 해안산책로. 사진 서경리

울릉도에서 제일 높은 성인봉(987.7m)은 형제봉과 미륵봉, 나리령 등 크고 작은 산봉우리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천연기념물 제189호로 지정된 정상 부근의 원시림에는 섬피나무, 너도밤나무, 섬고로쇠나무 등 희귀한 나무들이 군락을 이룹니다. 도동항에서 대원사를 거쳐 팔각정으로 오르는 코스와 북쪽의 나리분지에서 신령수로 오르는 코스 등이 있으며 미륵봉을 오르는 코스도 인기입니다.

화산탄의 웅장함을 느끼고 싶다면 해안을 따라 걷는 길을 추천합니다. 도동항에서 왼쪽 해안을 따라 걷는 행남 코스는 자연동굴과 골짜기를 연결하는 교량 사이로 펼쳐지는 해안 비경을 감상하기에 안성맞춤입니다. 특히 행남 등대에 올라 저동항을 바라보는 풍경이 일품입니다.


2023~2024 한국관광 100선

‘K-공감’은 ‘2023~2024 한국관광 100선’을 격주로 소개합니다. 한국관광 100선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우리 국민과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꼭 가봐야 할 한국 대표 관광지 100곳을 2년에 한 번씩 선정해 홍보하는 사업입니다. 2023~2024년 한국관광 100선에는 유적지·건축물·놀이동산시설 등의 문화 관광자원 61곳과 숲·바다·습지 등 자연 관광자원 39곳이 선정됐습니다. 권역별로는 수도권 24곳, 강원권 10곳, 충청권 13곳, 전라권 17곳, 경상권 30곳, 제주권 6곳이 있습니다. 여행이 있는 주말, 한국관광 100선을 따라가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