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되면 금리 못내려?"…세계 경제 도미노 파장 '우려'

윤세미 기자 2024. 10. 29.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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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확대되면서 그의 공약이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그가 내건 관세 폭탄, 광범위한 감세 정책이 전 세계적인 무역 전쟁과 인플레이션을 촉발하고 미국의 재정적자를 키워 고금리 장기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AFPBBNews=뉴스1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트럼프 집권 2기에 대한 경제 전문가들의 불안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 대형 보험사인 악사그룹의 질 모에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가 처음 당선됐던) 2016년과 달리 상당한 긴장감이 느껴진다"면서 "그가 첫 임기 때 폭주했던 걸 알기 때문에 이번엔 더 진지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낮은 실업률, 견조한 성장률, 증시 호황이 뒷받침되는 반면 유럽이나 일본 등 다른 나라들은 안 그래도 성장 전망이 밝지 않아 트럼프 리스크에 더 예민할 수밖에 없단 지적이다.

전문가들이 가장 걱정하는 건 관세다. 트럼프는 모든 수입품에 대한 10~20% 보편관세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60% 고율 관세를 공약했다. 미국이 이처럼 관세를 높이면 미국을 수출시장으로 둔 무역 상대국들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더구나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동맹 여부와 관계없이 관세를 무역적자 해소뿐 아니라 공장 유치, 방위비 인상 압박 등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하겠단 의지를 숨기지 않는다.

워싱턴DC 소재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건 미국 동맹과 파트너국을 적대시함으로써 전 세계적인 무역 전쟁을 촉발하고, 전 세계 글로벌 안녕을 손상하고, 국가 안보를 훼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폴리티코는 EU(유럽연합) 내에선 이른바 트럼프 태스크포스가 구성됐다며, 트럼프발 무역 전쟁에 "빠르고 강력하게 반격할 준비"에 나섰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또 관세 도입이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릴 위험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기업들이 관세 부담을 소비자에 전가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관세가 미국인들의 소비세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또 관세로 인해 해외 제품과의 경쟁이 약화하면 미국 제조업체들의 가격 인상 움직임이 빨라질 수 있다. 피터슨 국제연구소는 트럼프의 경제 공약이 그대로 실시될 경우 2026년 1.9%로 예상됐던 인플레이션이 6~9.3%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봤다.

/AFPBBNews=뉴스1

미국과 중국의 무역 관계 단절(디커플링)로 인한 파장도 주목할 부문이다. 중국 기업들이 미국에 수출하지 못하는 상품을 다른 시장으로 보내면, 중국산 제품 홍수로부터 자국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관세를 도입해 무역 전쟁의 범위가 전 지구적으로 확대될 수 있어서다.

여기에 트럼프의 광범위한 감세 정책과 성장 촉진 정책은 미국의 재정적자를 늘릴 공산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무당파 공공정책기관인 CRFB는 해리스와 트럼프의 공약 모두 향후 10년 동안 미국 재정적자를 늘리겠지만 그 규모는 해리스가 3조5000억달러(약 4842조원), 트럼프가 7조5000억달러로, 트럼프 집권 때 두 배 넘게 많을 것이라고 추산한다.

재정적자 확대로 미국이 국채 발행을 늘리면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과 이민자 차단에 따른 임금 상승효과까지 더해지면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은 커지고 결국 연준은 장기간 금리 인상으로 대처할 가능성이 크다. 전 세계 중앙은행 격인 연준이 금리를 올린다면 다른 나라도 금리 인상 압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세계적인 금리 상승은 증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영국 소재 폴라캐피탈의 조리 노드케커 신흥시장 담당은 내다봤다. 그는 "트럼프가 정말 대규모 지출을 실행한다면 미국 10년물 금리가 5%를 테스트하고 전 세계 금융시장의 모든 밸류에이션 모델에 파문을 던질 것"이라면서 "나는 트럼프 당선 후 상황을 좋게 말하는 글로벌 투자자를 만난 적이 없다"고 언급했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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