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민 씨 맞으시죠? 지난번 축제에서 봤잖아요. 손도 잡았는데 기억 안 나세요?"

공연도 없었던 지역 축제에서 자신을 봤다며 다짜고짜 아는 체를 해오는 이들. 처음에는 농담인 줄 알았다.
하지만 반복되는 전화와 오해, 급기야는 낯선 곳에 걸린 플래카드까지.
가수 박상민은 진짜 자신이 아닌 누군가에 의해, 자신처럼 꾸며진 '가짜'로 인해 5년 넘는 시간 동안 인격을 침해당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처음엔 유명세에 생긴 모창 가수려니 생각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 '가짜'가 자신임을 사칭하며 무대에 올랐다는 점.

CD를 틀어놓고 립싱크로 공연하고, 출연료를 챙기고, 공식 행사에 박상민으로 소개되며 활개를 쳤다.
심지어 박상민 가족조차 진짜인지 헷갈릴 만큼 외모와 스타일을 흡사하게 베꼈다.
가족들도 못 알아보는데, 손님들이 못 알아 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처음 사칭 문제를 알게 된 건 가족이었다. 친누나 박향순 씨는 처음에는 동생의 인기를 기뻐했지만, 점점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걸 알게 됐다.
신고를 해도 증거가 없자, 하루에 스무 군데가 넘는 업소를 다니며 증거를 모았다. 몰래 카메라를 들고다니며 영상 자료를 확보했고, 결국 경찰에 제보해 '가짜 박상민'을 검거할 수 있었다.

하지만 피해자는 여전히 박상민이었다.
11집 음반을 발표했지만 방송 활동은 제대로 할 수 없었고, 어머니의 칠순 잔치도 미뤄야 했다.
아들이 법정 싸움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잔치를 열 수 없다며 어머니가 스스로 거절했다.

법정에서는 이런 발언도 나왔다. "판사님, 우리가 정말 닮긴 했습니까?" 방청석에서는 웃음이 터졌지만, 그 웃음은 박상민에게는 슬픔이었다.
5년 넘게 정신적으로 소모되며 버텨낸 시간이 농담거리처럼 소비되는 현실에 씁쓸함을 삼켰다.
2009년, 가짜 박상민에게 내려진 형은 벌금 700만 원. 외양 모방은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었다.

박상민이라는 이름을 쓰고, 정체를 숨긴 채 공연을 해온 사실은 유죄였지만, 선글라스와 수염, 복장까지 모방한 외형은 법의 영역 밖이었다.
박상민은 당시 이미 20억 원 상당의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지만, 돌아온 건 그저 소액의 벌금이었다.

이후 방송에서 박상민은 "남자답게 공개적으로 사과한다면 용서할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몇 차례 경고에도 반응이 없던 상대에게 더는 참을 수 없어 고소에 나섰던 상황.
하지만 단 한 번이라도 진정성 있는 사과가 있었다면, 법적 다툼까지 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 사건을 계기로 '사칭'이 단순한 해프닝이 아닌 명백한 인권 침해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일로 인해 박상민이라는 이름을 둘러싼 오해와 불신, 그리고 오랜 시간 침묵해야 했던 무대 위 자리까지.
가볍게 소비되기엔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어느 인터뷰에서 박상민은 이렇게 말했다.
"그냥 웃고 넘기는 일이 아니에요. 이름을 지우고 살아본다는 건, 사람을 없애는 것과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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