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때문에 고려 사리구 '반환'→'대여'로?"
국가유산청(구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도 대통령 영부인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 관련 야당의 의혹 제기와 정부·여당의 방어가 이어졌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1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미국 보스턴미술관이 소장한 우리 문화유산 '은제 도금 라마탑형 사리구(사리 보관 용기)' 반환 문제에 대해 "(반환된 사리와 더불어) 사리구 반환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청장은 국가유산청이 당초 '사리+사리구 일괄 환수'를 추진하다가 '사리 우선 환수, 사리구는 대여 형식으로 일단 국내 반입'으로 입장을 바꾼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원칙이 바뀐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최 청장은 특히 이것이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 방미 당시 동행해 사리구 문제에 관여한 대통령 영부인 김 전 대표를 의식한 게 아니냐는 야당의 지적에 "반환이 시작된 것을 말썽이라고 보신다면 더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이번 협의는 반환이 시작된 것이고 새로운 물꼬가 트인 것"이라고 했다.
김 전 대표는 작년 방미 당시인 4월 28일 보스턴미술관을 방문해 사리구 반환 논의를 제안, 이로 인해 2013년부터 중단됐던 한미 간 협의가 재개된 바 있다.
김 전 대표는 이로 인해 불교계로부터 환영을 받았고, 작년 5월 19일 경기 양주 회암사지에서 열린 '회암사 사리 이운 기념 문화축제 및 삼대화상 다례재'에 윤 대통령과 함께 참석했다.
당시 김 전 대표는 화엄사 측으로부터 "100여 년 만에 모시게 된 사리 이운 불사의 대공덕주이신 영부인 김건희 여사님께 다시 한 번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는 특별한 감사 인사를 행사 현장에서 듣기도 했다. (☞관련 기사 : "대공덕주 김건희 여사께 깊은 감사"…尹대통령 부부, 169일만에 공개 행사 참석)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도 당시 "김건희 여사께서 보스턴 박물관에 직접 가셔서 여사님의 문화적 안목과 혜안으로 박물관측과의 협상과 이운 승인 합의를 이끌어 내는 데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해주셨다"고 했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이기헌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를 앞두고 낸 자료에서, 사리구가 '정부 반환 보증' 등 조건을 달고 대여 형식으로 들여오게 된 데 대해 사실상 반환을 포기한 것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 의원은 "보스턴미술관 측이 '대여 종료시 반환을 정부가 보증하라'는 조건을 요구했고 유산청이 동의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는 사리구 반환을 포기하고 김건희 여사 띄워주기, (즉) '사리 반환을 성사시킨 김건희 여사'라는 이미지를 만드는 데 급급한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 의원이 국가유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보스턴미술관은 지난 6월 12일 국가유산청에 '사리구 대여가 실현되길 바라지만 조건이 필요하다'며 '사리구 압류 면제 및 대여 종료시 반환에 대한 한국 정부의 보증'을 요구했다.
이 의원은 국가유산청이 이에 응해 같은달 24일 정부 보증 조항을 추가한 협약서를 보스턴미술관 측에 보냈다며, 현재는 미술관 측에서 이에 대한 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지난 2010년 협상 때 보스턴미술관이 '사리 반환'을 제안했을 때 (당시)문화재청은 '불법 부당하게 반출된 국외소재 우리 문화재는 일부가 아닌 전체가 원 소유국인 대한민국으로 반환되어야 한다. 일체형 문화재인 '사리구와 사리'를 분리해 대응할 경우 정부의 불법 문화재 반환 원칙이 흔들리게 된다'고 밝힌 바 있다"며 "최소한 외규장각 의궤처럼 영구임대 정도는 돼야 반환에 준한다고 할 만하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조계원 의원도 이날 국정감사장에서 "사리구만이라면 원래 2009년에도 충분히 반환할 수 있었는데, 그 때는 '사리와 사리구가 함께 반환돼야 한다'는 문화재청 입장이 있었고 보스턴미술관에서도 '사리는 얼마든지 반환 가능하지만 사리구는 안 된다'는 입장이어서…(안 된 것)"라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국가유산 환수 관련 정책에 대해 김건희 여사가 관여할 수 있는 문제냐"고 따졌고, 최 청장은 "그것은 관여라기보다는 물꼬를 텄다고 지난번에 말씀드렸고 협상은 저희가 다 했다"고 맞받았다.
한편 최 청장은 최근 한글 관련 단체에서 서울 광화문 현판을 한글로 바꾸자는 주장이 나온 데 대해, 현 광화문 현판은 오랜 논의와 고증을 거친 것이라며 정부 입장 변화는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현판은 1865∼1868년 경복궁 중건 당시 현판에 가깝게 고증해야 한다는 게 문화유산 복원의 원칙"이라고 부연했다.
국보급 문화유산인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을 경북 상주의 한 고서적 수집상이 입수했다고 공개한 일에 대해서는 "정상적 소장으로 보기 어렵다"면서도 "(반환) 협상 진척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가유산청은 2012년 5월 원래 소유자였던 골동품업자 고(故) 조용훈 씨로부터 이 상주본을 기증받아 국가 소유권이 인정되는 만큼 반환을 요청하고 있으나 수년째 뚜렷한 진척이 없는 상태다.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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