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아 고를 바꾼 한가지, ‘올림픽 金+메이저 제패' 전성기 다시 불렀다

주미희 2024. 9. 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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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아 고, 파리올림픽 金 등 최근 4개 대회서 3승
세계 최정상·슬럼프 모두 겪고…이시우 코치 만나
과한 손목 사용 NO…일관된 페이드 구질 완성
“나쁜 습관 줄이는 데 집중…꾸준히 수행해”
이시우 코치(왼쪽)와 리디아 고가 25일 인천광역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에서 열린 KLPGA 투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연습 라운드에서 함께 브이(V) 포즈를 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골프in 조원범 기자)
[인천=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리디아, 몸과 클럽이 붙어 들어가서 페이드 양이 많아졌어. 스윙 공간 유지하고 회전해보자.”

지난 25일 인천광역시 서구의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총상금 15억원) 공식 연습일. 리디아 고(27·하나금융그룹 후원)의 샷이 오른쪽으로 크게 휘자 이시우(43) 코치가 즉시 잘못한 점을 바로 잡았다. 리디아 고는 24일 새벽 미국에서 한국에 도착해 시차적응이 덜 된 듯 샷 정확도가 다소 떨어졌다. 이시우 코치는 연습 라운드 도중 몸과 클럽 사이의 공간을 유지하라고 계속 주문했다. 이 코치가 리디아 고를 지도하기 시작한 후 가장 강조한 부분이기도 하다.

최근 가장 ‘핫한’ 선수를 꼽으라면 단연 리디아 고다. 리디아 고는 10대 아마추어 시절부터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쳐 ‘골프 천재’로 불렸다. 2015년 최연소 세계랭킹 1위(17세 9개월)에 오르는 등 여자골프 최정상에 섰던 선수다. 깊은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지만 2022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3승을 거두며 상금왕, 올해의 선수를 휩쓸었다. 그러나 2023년 다시 부진을 겪었다. 20차례 대회에서 톱10 입상은 2번뿐이었고 상금랭킹 90위, CME글로브포인트 100위에 그쳤다.

부활 비결…‘손목’ 의존 금지·다운스윙 공간은 넓게

리디아 고는 이때 이시우 코치를 찾아갔다. 지난해 10월부터 이 코치에게 지도를 받은 그는 올해 1월 LPGA 투어 힐튼 그랜드 배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통산 20승을 달성했다. 이 코치와 호흡을 맞춘 지 3개월 만이다. 그 뒤 6개월 동안 우승이 나오지 않았지만, 리디아 고는 자신의 스윙 작업이 성공적이라고 확신했다. 둘의 노력은 결국 꿈의 무대인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로 이어졌다.

리디아 고 ‘연대기’의 시작이었다. 파리올림픽 금메달로 명예의 전당 입성 자격을 갖춘 그는 2주 후 메이저 대회 AIG 여자오픈을 제패했다. 지난 23일에는 크로거 퀸 시티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는 등 최근 출전한 4개 대회에서 3승을 거뒀다. 다시 전성기를 맞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코치는 선수의 문제점을 파악하는 눈이 정확하기로 정평났다. 리디아 고가 이 코치를 찾아왔을 때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과도한 손목 사용이었다.

이 코치는 “리디아는 다운스윙 때 손목으로 골프채를 끌고 들어오는 ‘레깅’에 의존해서 공을 쳤다. 이 때문에 스윙이 처지거나 늘어지는 등 타이밍이 맞지 않아 추구하는 페이드 구질 성공률이 떨어졌다. 지금은 손목 사용을 줄이고 몸을 전체적으로, 크게 사용한다. 덕분에 안정적으로 페이드 구질을 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운스윙 때 팔이 몸에 가깝게 붙으면 정확한 샷을 구사하기 어렵다. 이에 팔과 몸의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다운스윙 공간을 넓게 만드는 연습에 집중했다. 자연스레 팔과 손목도 덜 쓰게 된다”고 밝혔다.

천재적인 소질+노력까지 하는 ‘성실파’

주니어 시절부터 ‘천재 골퍼’라는 평가를 들은 리디아 고는 세계적인 스윙코치의 지도를 받아왔다. 그 누구도 풀지 못한 숙제를 이시우 코치가 풀어낸 셈이다.

리디아 고는 “이시우 코치는 제 나쁜 습관(손목 사용 등)을 줄이는 것에 집중했다. 또 이를 꾸준히 수행하고 연습해 샷에 대한 자신감이 커졌다”고 말했다.

25일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그는 “7월 캐나다 대회(CPKC 여자오픈) 쯤부터 샷 감각이 올라왔다. 제가 선호하는 구질이 안정적으로 나와 성적도 따라왔다”고 밝혔다. 이어 “예전엔 거리를 내려고 드로 구질을 많이 쳤지만, 페이드로 치면서 거리 손실을 보더라도 정확하게 칠 수 있게 됐다. 긴장할 때도 꾸준하게 나오는 구질을 만드는 게 코치님과 정한 목표였는데 성적이 같이 따라와서 감사하다”고 설명했다.

스윙 교정은 시간과 노력의 싸움이다. 완성 단계 이전에 중도 포기할 때도 많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리디아 고와 한국에 있는 이시우 코치는 자주 만날 수 없어 수시로 영상을 찍어 보내고 이에 대한 피드백을 주며 개선점을 찾아내 왔다. 중간에 이 코치가 직접 미국으로 건너가 변화를 직접 체크하기도 했다. 지난 6월 US 여자오픈 때와 파리올림픽 직전 이 코치는 미국으로 날아가 스윙을 다시 한번 점검했다. ‘파리올림픽에서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우승이 나오지 않아 조바심이 들었던 때였다. 리디아 고와 이 코치는 함께 만들어가는 스윙 작업과 컨디션에 점차 확신이 생겼다. 마침내 리디아 고는 파리올림픽 금메달을 거머쥐었고, 상승세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코치는 “세계 최고의 선수가 찾아왔을 땐 저 역시 ‘지도하는 게 맞나’라는 부담도 있었다”라며 “그러나 잘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고, 리디아가 믿고 따라와 지금의 결과를 만들 수 있었다. 리디아는 천재적인 소질을 가진 데다 노력도 많이 한다. 본인의 패턴을 잠시 잃어버린 것이지 없는 게 아니니, 그 패턴을 찾아주면 금방 올라올 것이라 믿었다”고 밝혔다.

리디아 고는 “코치님은 제가 원하는 플레이 방향을 잘 이해해주신다. 또 스윙에 대해서도 심플하고 일관되게 말씀해주시는 덕분에 좋은 호흡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리디아 고와 이시우 코치가 써가는 골프 역사는 현재진행형이다.

이시우 코치(뒤)가 25일 인천광역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에서 열린 KLPGA 투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연습 라운드에서 리디아 고의 스윙을 지켜보고 있다.(사진=이데일리 골프in 조원범 기자)

주미희 (joom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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