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났다는 시선 넘을 것”… '우즈벡 용병' 김보용, 日 5부서 다시 시작하는 ‘역주행’

강은영 2026. 3. 19.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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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전남서 뛰다 우즈벡→태국 선수생활
2023년 부천으로 3년 만에 K리그 복귀
군 복무 후 K리그1 승격 부천과 계약 해지
갈 팀 찾다 김종필 뛰었던 日 스즈카 입단
"5부 리그 고민했지만 자존심 버리고 도전"
"매 순간 절실하게 훈련하는 선수들에 자극"
"유튜브 구독자들도 자극받길...곽튜브 감사"
'우즈벡 용병'으로 유명한 축구선수 김보용이 3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사옥에서 일본 J리그에서의 새로운 도전을 밝히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류효진 선임기자

'우즈벡 용병’으로 불리는 축구선수 김보용(28)이 일본 J리그 무대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이달 초 일본 미에현 스즈카시를 연고로 한 5부 리그 소속 아틀레티코 스즈카 클럽에 입단하며 선수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아틀레티코 스즈카는 일본 축구 ‘레전드’ 미우라 카즈요시(59·후쿠시마 유나이티드)가 지난 2년간(2024~26) 현역으로 뛴 팀이다. 계약 기간은 1년. 구단은 계약 중 타 구단의 제안이 올 경우 ‘언제든 보내주겠다'는 이적 허용 조건도 포함했다.

최근 한국일보 사옥에서 만난 김보용은 그간 긴박하게 진행됐던 입단 스토리를 들려줬다. 그는 “‘1월 중 계약하고 싶다’는 긍정적인 제안을 받았고 기다렸지만, 기대가 커지면서 기다림은 부정적인 생각으로 흘렀다”면서 “결국 '직접 가서 부딪혀 보자'는 생각으로 일단 일본으로 향했다"고 말했다.

김보용에게 이번 선택은 마냥 앉아서 기다릴 수 없는, 절박함에서 비롯됐다. K리그2 전남 드래곤즈에서 뛰었던 그는 우즈베키스탄의 FK투론예이판(1부), 태국 치앙마이FC(2부)를 전전하다 3년 만인 2023년 당시 K리그2 부천FC에 입단했다. 하지만 군 입대로 다시 부천을 떠나 K4리그 진주시민축구단으로 임대돼 선수 생활과 공익근무요원 복무를 병행했다.

지난해 11월 소집 해제된 뒤 부천으로의 복귀를 희망했으나 현실은 냉혹했다. 올 시즌 K리그1으로 승격한 부천은 김보용과의 계약을 해지한 것. 사실상 방출이나 다름없었고, 결국 다시 팀을 찾아야 했다.

'우즈벡 용병' 김보용이 3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사옥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류효진 선임기자

일본행은 오랜 꿈과 현실적인 선택이 맞물린 결과였다. 김보용은 "언젠가 J리그에서 뛰고 싶었는데, 선배인 김종필 형이 자신이 뛰었던 스즈카와 저를 연결해 줬다”고 했다. 마침 스즈카도 작년 4부 리그에서 강등돼 득점력이 좋은 스트라이커를 찾고 있었고, 나 역시 팀이 간절해 테스트를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테스트는 곧 계약으로 이어졌고, 축구화를 벗을 수도 있었던 위기에서 다시 기회를 잡았다.

그래도 K리그2 출신 선수가 일본 5부 리그에서 뛴다는 게 결코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김보용 역시 많은 고민을 거쳤다. 김보용은 “'이젠 5부 리그 수준이냐' '끝난 것 아니냐'는 시선을 걱정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그저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의 허울 좋은 K리거로 남았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제 “쓸데없는 자존심은 내려놓았다”고 했다.

곽튜브(본명 곽준빈·왼쪽)가 일본 미에현 스즈카시의 5부 리그 아틀레티코 스즈카에 입단한 김보용을 만나 과거 우즈베키스탄 축구팀의 열악했던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다. 곽튜브 동영상 캡처

요즘엔 구독자 9만여 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우즈벡 용병 Bo Yong’을 통해 선수로서의 현실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다. “나 자신을 숨긴 채 멋있는 모습만 보여줄 수는 없잖아요. 방황과 도전, 그리고 발전하는 모습까지 선수로서의 과정을 그대로 보여드리고 싶어요”

일본 스즈카에서 잊고 있던 ‘초심’도 다시 찾았다. 팀 내 핵심 공격수로 비교적 좋은 대우를 받고 있지만, 훈련장 분위기는 결코 가볍지 않다. 거친 태클과 몸싸움을 마다치 않는 동료들을 마주할 때면 ‘아차!’ 싶다고 한다. 김보용은 “훈련 때마다 거친 몸싸움이 이어진다. 모두가 ‘죽기 살기’로 임한다”고 전했다. 전력을 다한 오전 훈련을 마친 뒤 동료들이 주유소 직원, 유치원 보조교사 등으로 ‘투잡’을 이어가는 모습은 그에게 또 다른 자극이 된다. 그는 “그들을 보면서 내 자신을 더 다그친다”며 “5부 리그에서 성공하려고 이곳에 온 게 아니라 더 높은 리그로 가기 위한 과정임을 되새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 이야기도 누군가에게 작은 동기부여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여행 유튜버 곽튜브(본명 곽준빈)와의 인연도 계속되고 있다. 우즈벡 여행 중 한국선수가 뛰는 축구 경기를 보며 김보용을 세상에 알린 이가 곽튜브다. 곽튜브는 지난달 일본에서 김보용의 입단 전 과정을 영상에 담았고, 손흥민과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가 맞붙은 미국프로축구(MLS) 개막전에도 김보용과 함께했다. 김보용은 “나중에 더 성장해 이번엔 내가 곽튜브 형을 데리고 손흥민 선수를 만나러 가고 싶다”는 바람도 밝혔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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