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과 디자인 모두 잡은 가방 8

안녕, 에코백을 주로 들고 다니는 객원 에디터 차영우다. 에코백이 한창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행사에 참석하고 받은 에코백, 여행지에서 사서 온 에코백 등 집에 에코백이 한가득이라 사시사철 에코백을 돌려가며 메고 다녔다. 그렇지만 결혼식처럼 에코백을 메고 가기 어려운 자리도 분명히 있다. 그래서 종종 가방을 둘러보고 있었는데, 마침 에디터B가 친환경 가방을 큐레이션 해달라고 의뢰했다. 나는 흔쾌히 친환경 가방 브랜드를 찾아봤는데, 세상은 넓고 가방은 많았다.


[1]
제리백
리사이클 캐주얼 백팩

©제리백

많은 짐을 담아야 할 때는 역시 백팩만 한 게 없다. 크로스백은 한쪽 어깨에만 하중이 쏠려 짐이 더욱 무겁게 느껴지고, 어깨를 불균형하게 만든다. 제리백의 리사이클 캐주얼 백팩은 15인치 노트북을 수납할 수 있을 정도로 커서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이너 포켓, 사이드포켓이 있어 작은 소지품은 빠르게 꺼낼 수도 있어서 좋았다.

버려진 페트병을 재활용한 리사이클 폴리에스터를 사용해 만들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도 줄일 수 있다. 더욱이 제리백은 아프리카 우간다의 지역 경제와 식수 사업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제리백에서 가방을 사면 우간다의 아이들이 식수를 나를 때 쓰는 제리캔을 담을 수 있는 백팩을 기부하는 덕분이다.

나는 2018년 월드비전의 러닝 캠페인 ‘글로벌 6K 포 워터’를 통해 제리캔에 대해 알게 되었다. 아프리카 케냐, 우간다 등지에서는 아이들이 물을 나르기 위해 제리캔을 들고 평균 6km를 걸어 다닌다. 학교도 가지 못한 채 깨끗하지도 않은 식수를 제리캔에 담아서 걷는다. 이때 어깨에 제리캔을 얹고 다닌다. 성인이 들기 어려운 무게를 매일, 아이들이 나른다. 제리백에서는 이 제리캔을 담을 수 있는 가방을 만들어 기부한다. 무거운 짐을 나르는 것을 도와준다는 가방의 쓸모에 가장 가까운 일을 하는 브랜드라고 생각한다. 구매는 [여기](https://bit.ly/44hgzfp)


[2]
요트피플
세일링백 1호

©요트피플

캐리어를 들고 가기에는 애매하고, 백팩에 담기에는 짐이 넘치는 여행을 갈 때는 보스턴백이 절실하다. 이럴 때는 ‘위캔더 백’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크로스백을 찾게 된다. 요트피플의 세일링백은 요트의 돛을 재활용해서 만들었는데, 1호부터 3호까지의 사이즈 중에서 나는 1호 정도면 가벼운 여행을 떠날 때 딱 좋다고 생각했다.

특히 겉은 돛을 재활용해 만들어 색상과 패턴이 각각 다르다. 안감은 리사이클 웰론솜 원단, 방수천을 사용해 촉감이 부드러운데, 간혹 업사이클링 가방의 억센 원단에 손톱 거스러미가 걸렸던 내게는 희소식이었다. 안감에 포켓이 3개, 외부 포켓 1개로 여러 개의 주머니가 있는 것도 좋았다.

세일링 요트의 주요 동력원인 돛은 바람이 통하지 않아야 하고, 강풍을 장시간 버틸 수 있도록 튼튼해야 한다. 주로 나일론, 폴리에스터, 케블라 원단 등을 사용하는데 모두 석유로 만드는 합성섬유이다. 요트의 돛은 장시간 바람을 버티다 보니 약 3년 정도가 지나면 신축성을 잃고 늘어지게 되는데 이러면 수리를 하거나 버려지게 된다. 요트피플은 이 돛을 재활용하여 가방을 만드는 것이다. 기능은 뛰어나지만 요트에서의 쓰임을 잃으면 쓰레기가 되는 원단을 사용해 튼튼한 가방을 만드는 것이다. 왠지 돛으로 만든 가방을 메면 여행이 더 즐거워질 것 같다. 구매는 [여기](https://bit.ly/3NMeq5U)


[3]
기시히
뒷주머니 가방

©기시히

업사이클링 제품을 쓸 때면, 대놓고 ‘업사이클링’이라는 아이덴티티가 드러나면 좋겠다고 생각을 한다. 프라이탁은 트럭 방수포의 디테일을 숨기지 않아서 특별한 것처럼, 기시히의 데님 업사이클링 가방도 청바지라는 것을 숨기지 않아서 마음에 들었다. 특히 ‘큰거’ 중에서도 뒷주머니 가방이 눈에 띄었다. 어느 룩에나 포인트 아이템으로 제격이기 때문이다.

청바지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는 주로 뒷주머니에 있다. 리바이스의 갈매기 모양 스티치, 캘빈클라인진의 거꾸로 된 리본 모양 스티치 등은 모두 브랜드의 시그니처 무늬다. 이 모양을 살려낸 기시히의 뒷주머니 가방은 그 자체로 청바지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청바지로 만든 만큼 튼튼한 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

청바지 하나를 염색하는데 50-100L의 물이 필요하다는 추산치로 미루어 보아, 청바지는 물 발자국 기준으로 환경 오염을 유발하는 주범이었다 (관련 기사)(https://bit.ly/3NQpf7g). 하지만 청바지는 튼튼해서 한 벌로 오래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제로 웨이스트에 가까운 성격도 가지고 있다. 즉, 하나의 옷을 오래 입는 것이 가장 친환경적인 행동이다. 기시히는 꾸준히 ‘신상’을 내놓지 않아서 좋았다. 패스트 패션이 빠르게 신상품을 생산하면서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기시히는 브랜드만의 속도로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구매는 [여기](https://bit.ly/3XtE6HD)


[4]
페리토
누어 한지 숄더백

©페리토

종이로 만든 가죽 소재 제품을 처음 썼던 것은 대학생 때였다. A4 용지를 담는 파일이었는데, 리포트나 논문, 자료 복사본을 가지고 다녔다. 그 이후로도 메일 백(Mail Bag) 등 비슷한 제품을 여럿 봤는데 페리토만큼 가죽 같은 가방은 처음이다. 이 새들백은 한지 가죽이라고 일부러 말하기 전까지는 매끈한 일반 가죽 가방처럼 보인다. 가죽이 주는 정중한 분위기는 유지하면서 실제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줄이는 영리한 방법이다.

가죽 염색으로는 만들기 힘든 다양한 컬러감을 보여주는 것도 장점이다. 라임 옐로우처럼 쨍한 컬러감도 판매하고 있는데, 가죽에서 이렇게 채도가 높고 밝은 색감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은 방법이다. 그래서 환경을 챙기면서도 포인트로 메기 좋고, 출퇴근용 가방으로 메기에도 좋다. 체인으로 만든 스트랩으로 교체할 수도 있어서 여러 가지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가죽은 천연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동물을 죽여서 얻어야 하므로 친환경적일 수 없었다. 합성피혁, 인조가죽 역시 합성섬유의 일종이기 때문에 플라스틱이었다. 결국 가죽은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만들기 어려운 소재였는데, 한지 가죽은 가죽의 한계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다. 단정하고 친환경적이다. 게다가 배송 과정에서 나오는 쓰레기도 줄이기 위해 테이프가 필요 없는 종이 박스를 사용하는 것도 매력적이다. 구매는 [여기](https://bit.ly/43XSQBd).


[5]
저스트 크래프트
카펠라 파우치백

©저스트 크래프트

여름엔 가벼운 파우치백만 챙겨서 나가게 된다. 겨울에는 코트 주머니에 찔러 넣고 다녔던 온갖 소지품을 넣어 둘 가방을 찾게 되기 때문이다. 저스트 크래프트의 카펠라 파우치백은 리사이클 나일론으로 만들어 고프코어 무드도 낼 수 있고, 앞 포켓에 조임 끈이 있어 소지품 분실을 예방해 준다. 여름에 꼭 필요한 작은 가방이다.

나일론은 폴리에스터에 비해 재활용이 까다로운 편이다. 그래서 카펠라 파우치백처럼 리사이클 나일론을 사용한 제품들을 골라서 쓰는 것도 중요하다. 폴리에스터는 버려진 페트병 등 다양한 생활 쓰레기에서 추출할 수도 있지만 나일론은 어망, 섬유 폐기물 등을 재활용해서 만들 수 있어 더욱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구매는 [여기](https://bit.ly/3Xq9Ld2).


[6]
무음
야누스 카고 백

©무음

고프코어가 유행하면서 나일론 소재 가방도 함께 유행하고 있다. 나일론은 특유의 합성 섬유 같은 느낌이 도드라져 아웃도어 무드를 표현하기 좋다. 천연 소재보다 합성 섬유가 지닌 방수, 보온 등 기능성이 아웃도어에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무음의 야누스 카고 백은 아웃도어 무드를 조금 더 캐주얼하게 표현했다. 네모난 쉐입에 아웃 포켓을 귀엽게 달았는데, 이 포켓의 반대편에는 리플렉티브 소재를 두 줄로 달아 어둠 속에서도 빛나게 배치했다. 가방의 앞과 뒤가 다른 점을 콕 찝어 ‘야누스’라고 이름을 붙인 점도 재밌다.

앞판의 포켓 두 개를 떼어내 또 다른 미니 백으로 만들어 연출할 수도 있는 점도 좋다. 사실 여러 개의 가방이 필요한 것은 시간, 장소, 상황(Time, Place, Occasion. TPO)에 맞게 들어야 하기 때문인데 야누스 카고 백처럼 숄더백, 미니백, 고프코어 무드 등 다양하게 스타일을 표현할 수 있다면 하나의 가방으로도 여러 코디네이션을 소화할 수 있다. 게다가 바질 그린 컬러는 톤다운된 녹색이라 데일리백으로 메기에도 좋다.

야누스 카고 백도 리사이클 나일론을 사용해 만들었다. 리사이클 나일론을 만드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프리 컨슈머(Pre-Consumer)’가 있다. 공장에서 원유를 정제하며 버려지는 부산물을 재활용해서 만드는 나일론이다. 또 다른 한 가지는 ‘포스트 컨슈머(Post-Consumer)’로 버려진 어망 등을 잘게 부수어 펠릿을 만들어 다시 원사로 만드는 방법이다. 야누스 카고 백은 프리 컨슈머 리사이클 나일론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가방을 포장하는 가방도 100% 리사이클 페트병으로 만든 리사이클 마켓백에 담아서 주는 것도 일석이조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구매는 [여기](https://bit.ly/3PyjX1k)


[7]
프라다
리에디션 리나일론 호보백

©PRADA

가방을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럭셔리 브랜드에도 관심이 흘러갔다. 가장 눈에 띄었던 건 프라다의 리나일론 호보백이었다. 프라다는 1984년 검정색 나일론 백팩을 출시했는데, 이후로도 나일론을 영리하게 사용하는 럭셔리 브랜드였다. 특히 숄더 스트랩이 짧고, 수납력이 좋은 나일론 호보백은 프라다의 엔트리 제품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리에디션 리나일론 호보백은 2000년부터 2005년 사이에 출시된 호보백을 복각한 제품인데, 여전히 프라다의 가방 라인업 중에서도 가장 저렴하다. 149만 원부터 155만 원까지 여전히 첫 럭셔리 가방으로 사기 좋은 가격대인 셈이다. 게다가 ‘리나일론’을 사용해서 친환경적이다.

프라다의 리나일론은 낚시 그물, 섬유 폐기물에서 수집한 플라스틱을 재활용한 나일론이다. 재활용 과정에서는 품질이 떨어지는 ‘다운사이클링’이 필수적으로 일어나 ‘순수 나일론*’(Virgin Nylon)을 일정 함량 섞어야 한다. 하지만 리나일론은 리사이클 기술만으로도 품질 저하 없이 나일론 원사를 제작할 수 있다고 한다. 이 과정을 영상으로도 풀어냈는데, 시청은 [여기](https://bit.ly/43ZV0QQ)에서 가능하다.

*순수 나일론/버진 나일론 : 원유를 정제해서 만들어 낸 나일론 원사

사실, 나는 럭셔리 브랜드의 제품을 하나 사서 오래 쓴다면 그것이 가장 친환경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패션에서의 환경 파괴 문제는 너무나 빠른 유행 때문인데 럭셔리 브랜드 제품을 사서 오랫동안 사용하고, 중고로 다른 사람들에게 판매할 수 있다면 친환경적 패션도 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리사이클 나일론을 사용한 리나일론 호보백이라면, 정말로 친환경적 패션도 가능하지 않을까? 구매는 [여기](https://bit.ly/3phZnrt).


[8]
코드 그린
웜 스카프 트위드 네스트 백 베이지

©코드 그린

주로 에코백을 메는 나에게 가장 난감한 자리는 결혼식이다. 하객룩에 결코 에코백이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또 하객으로 결혼식에 참석하는 일이 잦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가방을 사는 것도 망설여진다. 하객룩에 어울리는 가방을 찾다 코드 그린의 트위드 네스트 백을 보게 되었다. 트위드 소재 특유의 기하학적 패턴은 유지하면서, 가방의 네모난 모양도 유지하고 있어서 단정해야 하는 자리에 들기 좋다.

가방과 함께 제공되는 스트랩도 다양하다. 레이어드 스카프, 레이어드 체인, 체인 스트랩, 볼드 스트랩까지 네 가지 어깨끈이 있어 가방 하나를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다. 스타일에 맞춰서 변화를 줄 수 있는 가방도 귀하다. 게다가 가방의 입구를 잠그는 부분이 튼튼하게 되어 있어, 갑자기 가방이 열려 소지품이 쏟아질 염려도 줄었다. 크기는 11인치 태블릿 PC까지 수납할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한 편이다.

환경도 고려한 부분은 생분해 소재로 가방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앞서 말한 리사이클 소재는 모두 나일론, 폴리에스터처럼 합성 섬유로 만들었고, 버려졌을 때 결국 소각되거나 매립되는 방법뿐이다. 생분해 소재는 자연히 썩어서 없어지기 때문에 환경과 자원 순환에 부담을 덜 준다. 구매는 [여기](https://bit.ly/3r2Up2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