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이커머스] ④ '오픈마켓의 몰락'.. 설 자리 잃은 지마켓

장밋빛 전망이 가득했던 국내 이커머스 업계가 추락하고 있습니다.쿠팡의 독주로 얼어붙은 이커머스 기업들을 분석해봅니다.

(사진=지마켓 홈페이지)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오픈마켓 시장을 주도하며 독과점 논란의 중심에 섰던 지마켓이 존재 가치를 잃을 정도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2011년 72%에 달했던 지마켓의 국내 오픈마켓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1.5%로 곤두박질쳤다.

통상 오픈마켓 플랫폼 업체는 입점한 개인 판매자(셀러)들에게 받는 수수료로 수익을 올린다.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지마켓을 비롯한 오픈마켓 업체들은 2000년대, 화려한 온라인 쇼핑 시대를 열었지만 코로나19를 전후해 쿠팡의 '직매입' 시스템과 새벽배송이 이커머스 업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오르면서 고객이 대거 이탈했다. 여기에 노출 빈도에서 압도적 경쟁력을 가진 네이버쇼핑이 기존 오픈마켓 시장을 잠식하자 지마켓으로 대표되는 전통의 오픈마켓 업체들이 결정적으로 무너졌다.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서 '오픈마켓' 경쟁력 자체가 약해졌음에도 지마켓은 오픈마켓 비즈니스 모델을 포기할 수 없다. 신세계그룹서 한솥밥을 먹는 SSG닷컴이 쿠팡과 같은 '직매입' 영업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과거 국내 최대 규모의 오픈마켓이었던 지마켓이 "설 곳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지마켓, 네이버쇼핑에 속수무책

22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마켓은 2021년 신세계그룹에 인수된 이후 7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지마켓의 매출은 2013년 6622억원에서 지난해 1조 3185억원으로 99.1% 늘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76억원에서 -654억원으로 적자전환 했다. 이커머스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지마켓의 매출 규모도 늘어났지만, 거래액 대비 벌어들이는 돈은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이는 네이버쇼핑이 2011년부터 이커머스 시장에 참전하면서 오픈마켓 시장에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네이버쇼핑의 등장으로 소비자들은 더 이상 특정 쇼핑몰 홈페이지를 직접 찾아들어가지 않아도 네이버 검색만을 통해 상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됐다. 고객이 지마켓이나 옥션 등에서 상품을 최종 구입하더라도 네이버쇼핑을 거쳐 원하는 상품을 찾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여기서 지마켓은 셀러들에게 거둬들인 수수료의 일부를 네이버에 납부해야 한다.

덕분에 네이버쇼핑은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판매자와 오픈마켓 업체들로부터 발생하는 광고료와 수수료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성을 갖출 수 있었다. 반면 지마켓을 비롯한 옥션, 11번가 등 오픈마켓 업체들의 수익성은 악화했다. 지마켓의 네이버 지급 수수료는 2013년 278억원에서 2018년 428억원으로 뛰었다.

네이버는 모든 오픈마켓에 입점한 업체들의 가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가격 비교'라는 대체 불가능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판매자들은 노출 빈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밖에 없다. 한 오픈마켓 업체 관계자는 "네이버 가격 비교 서비스를 통해 오픈마켓 업체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소비자의 비중은 최대 40%에 이른다"고 귀띔했다.

오픈마켓에서 직매입으로..지마켓 주저앉힌 쿠팡

코로나19로 '쿠팡의 시대'가 찾아온 것은 쓰러져가는 지마켓을 더욱 주저앉혔다. 소비자들은 상품 하나만 구입해도 무료·익일배송을 해주는 '로켓 배송'에 매료됐고 이는 '락인 효과'로 이어졌다. 쿠팡은 대규모 손실을 감수하며 전국에 물류시스템을 구축하고 상품을 직매입해 소비자들에게 전달했다. 배송 기간이 3~5일 걸리고 배송비도 별도로 부과되는 오픈마켓을 굳이 방문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지마켓도 익일 배송 서비스를 운영하곤 있으나 상품을 직접 구입해 판매하는 쿠팡과 달리 입점한 판매자들에게 수수료를 받고 배송센터에서 상품의 배송·재고관리만 해줘 쿠팡에 비해 상품 수가 부족했다. 새벽배송을 받으려면 최소주문금액도 있어 쿠팡 서비스와는 비교가 될 수 없었다.

쿠팡 이후 이커머스의 비즈니스 트렌드는 오픈마켓에서 '직매입'으로 바뀌었으나 지마켓은 직매입 시장에 진출할 수 없다. 이마트가 2021년 11월 지마켓을 3조 5591억원에 인수하면서 같은 계열사가 된 SSG닷컴의 존재 탓이다. 이마트는 지마켓과 SSG닷컴의 겹치는 사업들에 대해 '교통 정리'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지난해 10월 SSG닷컴의 오픈마켓 서비스는 종료됐다. 지마켓이 이미 경쟁력을 상실한 오픈마켓에만 전념하게 된 것이다.

이마트 인수 전까지만해도 지마켓은 16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었다. 당초 이마트가 기대했던 대형마트와 편의점, 기업형슈퍼마켓(SSM) 등 채널 간 시너지 효과도 없었다. 게다가 온라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부동산까지 매각하면서 재원을 투입했던 모기업 이마트는 지난달 경영전략실 조직 개편을 단행하며 다시 오프라인 강화 전략을 펼치겠다며 노선까지 틀었다.

알리에게 뺏기는 고객들

(사진=알리바바)

오픈마켓의 경쟁력은 이미 해외로 넘어가고 있다. 특히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이커머스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와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큐텐이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 필두로 급성장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물류 시스템에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해 '해외 직구'의 치명적인 단점인 배송 기간을 극적으로 단축시키며 소비자들을 끌어모았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지난해 11월 한국 전용 고객센터를 오픈하고 올해 3월 1000억원을 투자하는 등 공격적인 확장에 나서고 있다. 알리는 해외 직구의 특성 상 최대 2주까지 걸렸던 배송 기간을 3~5일로 단축시키고 배송 및 반품 서비스도 확대했다. 큐텐도 지난해 티몬, 인터파크커머스, 위메프(티메파크)를 차례로 인수해 지마켓을 쫓는 형국이다. 한 관계자는 "알리와 큐텐이 커지면 공산품이나 저가 상품을 판매하는 오픈마켓 업체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마켓 관계자는 "지마켓 충성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내년부터 다양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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