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69시간’ 반발...MZ세대 “장기 휴가? 현실에선 쓰기 힘들다”

박수찬 기자 2023. 3. 16.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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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 사회로 MZ세대 노조가 참석한 가운데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향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2023.3.16/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주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한 정부의 주 52시간제 개편안에 대해 “연장 근로를 하더라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면서 보완을 지시했다.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준 셈이다. 이에 따라 주 52시간 산정 기준을 월(月)이나 연(年) 단위 등으로 유연화하는 기본 골격은 유지하지만 주 최대 근로 가능 시간을 60시간 미만으로 조정하는 방향으로 수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대통령실 안상훈 사회수석은 16일 이 같은 대통령 당부 사항을 전하면서 “입법예고된 정부안에서 적절한 상한 캡을 씌우지 않은 것을 유감으로 여기고 보완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안 수석은 “정부안이 장시간 근로를 조장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면서 “추후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근로자, 노조 미가입 근로자, 중소기업 근로자 등 다양한 현장 의견에 대해 보다 세심하게 귀 기울이며 보완 방안을 마련해 가겠다”고 덧붙였다. 상한 캡(cap)이란 ‘한도’를 가리킨다. 윤 대통령 지시는 69시간이나 64시간은 ‘적절하지’ 않고 많으니, 추가 제한을 둬 최대 주 근무 시간 상한을 60시간 아래로 내리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6일 입법예고한 주 52시간제 개편안은 근무시간을 주 최대 52시간 이내에서 월·분기·반기·연(年) 단위로 관리할 수 있게 하는 게 골자였다. 이렇게 되면 특정 주에 최대 69시간 또는 64시간까지 일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그런데 양대 노총은 물론, 현 정부에 비교적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던 MZ 노조마저 반발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날 국민의힘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MZ세대 노조 관계자들을 초청해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향 토론회’를 열고 설득에 나섰다. 하지만 MZ노조들은 개편안에 대해 조목조목 따지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유준환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의장(LG전자 사람중심노조 위원장)은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쓴다면 (우리는) 법정근로 40시간을 기준으로 떠올리지, 연장 근로(추가 12시간)를 유연하게 쓰는 걸로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이번 주 44시간 일하고 다음 주에 36시간 일해야지’라고 생각하지 ‘이번 주 60시간 일하고, 다음주에 50시간 일해야지’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근로시간의 기준이 주 52시간이 아니라, 주 40시간이라는 것이다. 유 의장은 “일주일 52시간 근무도 안 지키는 기업이, 평균 주 52시간 근무를 지키라는 법도 없다”고 했다. MZ세대에게 정상적인 근무 환경은 하루 8시간씩 주 5일, 주 40시간 근무이고, 주 52시간도 사실 야근을 매일 2~3시간씩 해야 채울 수 있는데, 그보다 더 많이 야근하라고 하니 불만이 터졌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이 “(정부 개편안이) 주당 최장 69시간 장시간 근로를 시켜서 노동자 다 죽이는 거냐는 가짜 뉴스가 나오는데 너무 왜곡된 부분이 있다”면서 “모든 노동자에게 69시간을 하라는 취지는 절대 아니다”라고 정부 개편안을 옹호하고 나섰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MZ세대의 성토는 계속되고 있다. 온라인에선 “육아휴직도 눈치 보고 못 쓰는데 장기 휴가가 말이 되나” “주 69시간 일하고 쉬겠다고 하면 회사 그만두라고 할 것이 뻔하다”는 등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 개편안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누구나 퇴근 시간에 눈치 안 보고 퇴근하고, 연차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통령 공약과 국정과제를 거쳐 나온 개편안이 MZ세대 반발과 대통령 한마디에 유턴한 것을 놓고도 여당 안팎에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주 52시간제는 실패한 정책이다. 게임 하나 개발하려면 한 주에 52시간이 아니라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번 지시는 당시 발언과는 온도 차가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정책에 대한 신념이 이렇게 약한 줄 몰랐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식으로 특정 주 근로시간을 줄이면 줄일수록 애초 의도했던 유연화 효과는 줄어든다. 근로시간 유연화를 요구해 온 경영계가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 등도 근로시간 규제 완화를 강하게 주장해 왔다. MZ세대 의견이 전체 근로자를 대표할 수 있냐는 지적도 나온다. 중소기업 근무 중장년층 등에선 “돈을 더 벌기 위해서라면 주 52시간을 넘겨 일해도 좋은데, 정부가 왜 이를 막느냐”는 의견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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