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만 빠르면 뭐하나".. '대참사' 한화 정우주, 1아웃도 못잡고 3실점

한화 이글스가 올 시즌 한승혁과 김범수를 보내면서 믿었던 건 19살 정우주였다. 150km대 중반의 빠른 공을 쉽게 던지고, 신인 시즌 51경기 평균자책점 2.85를 기록했으며, WBC 국가대표에까지 뽑힌 유망주. 김경문 감독은 정우주가 김서현과 함께 불펜의 핵심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지금 정우주의 평균자책점은 11.81이다. 11일 대전 KIA전에서는 3점 리드 상황에서 등판해 1아웃도 잡지 못하고 3실점하며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공만 빠르면 뭐하나. 제구가 안 되니 아무 소용이 없다.

8회 3점 리드, 그리고 대참사

한화는 4-1로 앞선 8회 정우주를 올려 굳히기에 들어갔다. 9회는 마무리 김서현이 대기하고 있었으니, 정우주가 8회만 잘 막으면 추가 불펜 소모 없이 승리하는 그림이었다.

하지만 정우주는 첫 타자 박재현에게 2루수 방면 빗맞은 내야안타를 허용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비디오 판독 끝에 세이프가 선언됐는데, 여기서 무너졌다.

데일에게 우익수 옆 안타를 맞아 무사 1, 3루가 됐고, 김호령 타석에서는 커브를 던진다는 게 포수 머리 위로 빠지는 폭투가 나오며 어이없이 1점을 내줬다. 평정심을 잃은 정우주는 결국 김호령에게 볼넷을 내주고 아웃카운트 하나 없이 강판됐다.

박상원도 무너지며 4-6 역전패

급하게 정우주를 구원한 박상원도 힘을 쓰지 못했다. 김선빈의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에 중전 적시타를 맞았고, 김도영에게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허용하며 동점을 내줬다.

여기까지는 괜찮았지만 2사 후 나성범에게 안타를 맞아 이닝을 종료하지 못한 게 뼈아팠다. 한준수와 고종욱에게 연속 적시타를 맞으며 경기가 뒤집혔고, 한화는 9회 김서현까지 동원했지만 결국 5-6으로 패했다.

구속은 정상인데 제구가 문제

정우주는 이날 최고 154.5km의 빠른 공을 던졌다. 구속 자체는 정상이었지만 패스트볼 로케이션이 좋지 않았고, 변화구 커맨드도 마찬가지였다. 시즌 8경기 5⅓이닝 동안 볼넷만 6개를 내줬고, WHIP는 3.00에 달한다. "생각이 많아 보인다"는 지적이 팀 안팎에서 나오는 가운데 경기력이 계속 흔들리고 있다.

박상원도 올 시즌 6경기 평균자책점 10.13으로 부진 중이다. 김경문 감독은 김종수-박상원-정우주-김서현으로 이어지는 6~9회 필승조 그림을 그렸지만, 정우주와 박상원이 이렇게 무너지면 그림 자체가 망가질 수밖에 없다. 아무리 좋은 마무리가 있어도 7~8회를 막아줄 선수가 흔들리면 무용지물이다.

한승혁·김범수 보낸 게 후회되나

한화는 올 시즌을 앞두고 마운드에 전력 누수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승혁이 강백호의 보상 선수로 KT에 갔고, 김범수는 FA로 KIA로 떠났는데, 두 선수 모두 지난해 필승조로 활약했던 자원이었다. 당시에는 정우주가 한승혁의 8회 자리를 승계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금 모습으로는 그 기대가 너무 앞서갔던 것 같다.

김경문 감독의 고민이 깊어졌다. 앞으로 경기에서 정우주를 어떻게 기용할지, 1패 이상의 데미지를 입은 한화는 6승 6패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