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계 말레이시아인과 코인 사기” 다단계 조선족 사기범 추가 기소
유사 사기 반복...“사건 주범” VS “주범 아냐, 모집책에 불과”
(시사저널=김현지 기자)

수백억원대 규모의 '인터코인캐피털(ICC) 가상자산 다단계 사기 사건' 등을 주도한 의혹을 받는 국내 주범이 사기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조선족 여성으로 알려진 조아무개씨는 해외에 거점을 둔 업체의 자체 발행 코인을 구매하면 수익을 내겠다고 속인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상황에서 혐의가 추가된 것이다. 조씨는 여러 사기 사건에서 중국계 말레이시아인과 다단계 사기를 공모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조씨 일당의 사기 행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들은 최근 유사한 다른 사건으로도 수사 대상에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조씨는 특히 ICC 등의 사건 수사 중에도 자신의 딸 박아무개씨와 사기 행각을 저지른 의혹을 받고 있다. 가상자산을 활용한 다단계 사기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조씨 일당으로 인한 피해 규모만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시사저널은 조씨가 연루된 사건을 추적해봤다.
중국계 말레이시안-조선족, 수백억대 사기 공모 의혹
50대 남성 김영훈씨(가명)는 지난 3년 사이 거리의 투사로 변했다. 김씨는 지인의 소개로 가상자산 투자를 알게 됐다. 그리고 2022년 5월12일 찾아간 서울 광진구의 한 호텔. 이곳에서 조아무개씨를 처음 만났다. 조씨는 이날 '에프브이피 트레이드(FVP trade) 1주년 행사'에서 "자체 발행 코인을 사서 우리에게 위탁하면 한 달에 약 10%의 배당금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조씨의 설명은 이랬다. 주식 등 기초자산을 보유하지 않고 가격 변동분에 대해서만 차액을 결제하는 차액결제거래(CFD)를 하겠다는 것이다. 거래소 간 실시간 가격 차이를 이용해 시세차익을 거두겠다는 의미다. 조씨는 그러면서 "이를 양자컴퓨터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을 이용해 코인을 거래하면 추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했다.
또한 투자자들의 코인이 싱가포르 소재 은행에 보관되기 때문에 원금이 보장된다고 했다. 언제든 계약을 해지도 가능하다고 했다. 김씨는 결국 3000여만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2022년 7월 거래사이트는 폐쇄됐다. 그렇게 김씨의 코인은 증발됐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심지어 조씨는 이미 다른 사건으로도 수사 선상에 오른 인물이었다. FVP뿐 아니라 '인터코인캐피털(ICC) 사건'에서도 조씨의 이름이 오르내렸기 때문이다. 조씨가 연루된 두 사건에서의 수법도 유사했다. AI 시스템을 통해 코인 수익을 내겠다며, 해외에 거점을 둔 특정 업체(FVP·ICC)의 자체 발행 코인을 홍보하는 식이다.
수사 결과, 조씨는 말레이시아 국적 중국인들과 공모해 국내 사기를 공모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작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같은 해 중국 후남성에서 중국 ICC센터장을 통해 말레이시아 국적의 중국인 A씨를 소개받았다. 조선족으로 알려진 조씨는 A씨에게서 국내 사업을 제안받았다.
같은 해 7월에는 또 다른 말레이시아인 B씨의 지시를 받고 국내 파견됐다. 이때부터 한국총책으로서 국내 투자 활동을 벌였다. 조씨는 두 업체의 한국지사 대표, 회장 등의 직함으로 활동했다. 두 사건의 국내 주범인 것이다.
조씨가 연루된 사건의 피해액은 국내에서만 수백억대로 추정됐다. 이마저도 정확한 금액은 아니다. 변호사 선임 비용이 없어 고소에 나서지 못한 이들도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은 결국 2023년 1월18일 조씨를 ICC·FVP 사건과 관련해 재판에 넘겼다. 조씨에겐 유사수신행위규제법 위반, 사기 혐의가 적용됐다.
그런데 이로부터 1년이 지난 뒤, 서울중앙지검은 4월에만 두 차례(11·22일)에 걸쳐 조씨를 사기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FVP 사건과 관련한 조씨의 혐의가 추가되면서다. 조씨는 서울에서 직접 혹은 국내 중간 모집책들을 통해 피해자 80명에게서 현금이나 가상자산으로 26억3100여만 원어치를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선고 6개월째 연기...피해자들, 대검찰청에 릴레이 청원
이뿐만이 아니다. 조씨는 다른 사건으로도 수사 선상에 올랐다. 서울중앙지검은 4월29일 조씨 등 21명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다. 조씨 일당이 기존에 알려진 FVP 외에 다른 플랫폼인 OPIX, UEZ 등에서도 유사 사기 행각을 벌였다는 것이 골자다. 사건은 5월16일 서울 강남경찰서로 이송됐다. 이밖에 검찰은 조씨의 딸 박아무개씨 등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조씨의 재판은 기소 이후 1년6개월 간 진행 중이다. 앞서 2023년 10월24일 잡힌 선고기일이 취소되기도 했다. 검찰이 직전 재판에서 조씨에게 징역형을 구형까지 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C변호사의 변론 재개 요청에 따라 선고기일을 변경했다. C변호사는 선고일이 지정된 직후 조씨가 선임한 다단계 전문 변호사다. 최근 다른 사건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쌍방 대리했다는 의혹으로 변호사회의 조사 대상에 올랐다.
조씨 측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조씨가 피해자들에게 사업설명을 직접 하면서 기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조씨도 다단계 사건상 '모집책'에 불과한 만큼 '총책'은 아니란 취지다. 다단계 판매구조는 총책-모집책-판매원-하위 판매원 등으로 이어진다. 특정인에게 가입을 권유해 하위 판매원을 늘리는 피라미드식이다. 피해자들이 다수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시사저널 4월14일 「'이종근 변론 논란'으로 본 다단계 사건들...탈북자도 당했다」 기사 참조).
조씨 측은 "피해자들이 조씨가 아닌 업체에 코인 등을 보냈고, 조씨는 운영진에게 수당을 받는 모집책이었을 뿐"이라며 "조씨의 배후세력은 따로 있다"고 했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조씨의 반복된 사기 행각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5월28일부터 대검찰청에 청원서도 내고 있다. 이들은 "조씨 일가와 공모자들이 저지른 사기 사건은 수사, 재판 기간중에도 벌어진 연쇄 사건들"이라며 "주범 2명(조씨 모녀)과 사기공모자들이 50명이 넘는 초대형 사기 사건에서 피고소인들은 단 한 명도 구속되지 않았고, 주범 1명만 불구속으로 1년6개월째 재판 중"이라고 토로했다.
피해자들은 "조씨는 A씨의 3차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해 공모 사실을 인정했다"며 "그는 자신의 재판에서도 FVP 혐의를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민석 금융피해자연대 고문 변호사는 "사기 사건의 주범은 유사한 유형의 다른 사기행각을 계속 벌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수사기관과 법원의 책임이 막중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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