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TECTURE CORNER

‘무언가無言家’는 전체적으로 계단과 같은 형태다. 각 층이 조금씩 물러서며 넉넉한 휴식 공간을 만든다. 물러선 만큼 내부 시선은 더 열리고 외부 시선을 차단하는 데 용이하게 작용한다. 남쪽으로부터의 충분한 일조와 조망을 끌어오면서 프라이버시는 효율적으로 해결한, 가족의 워너비 주택이 완성됐다.
정리 남두진 기자│글 자료 건축사사무소나우랩│사진 최진보 작가
DATA
위치 경기 화성시 장지동
건축구조 철근콘크리트조
대지면적 267.7㎡(80.98평)
건축면적 116.85㎡(35.35평)
연면적 226.66㎡(68.56평)
지하 55.70㎡(16.85평)
1층 99.28㎡(30.03평)
2층 71.68㎡(21.68평)
건폐율 43.65%
용적률 63.86%
설계기간 2022년 12월 ~ 2023년 6월
시공기간 2023년 8월 ~ 2024년 4월
설계 건축사사무소나우랩 www.naau.kr
room713@naver.com windscape@naver.com
시공 리원건축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리얼징크
외벽 - 롱브릭타일(두라스텍)
데크 - 페데스탈타일
내부마감
천장 - 수성페인트, 벽지
내벽 - 수성페인트, 벽지
바닥 - 강마루, 타일
단열
지붕 - 220㎜ 가등급 압출법
외벽 - 150㎜ 가등급 비드법
창호 PVC 시스템창호(앤썸)
도어
현관 - 금속 제작
내부 - ABS 제작
주방기구 건축주 지정
위생기구 아메리칸 스탠다드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군집한 신도시의 단독주택 전용 지역의 지구단위계획 구역, 이런 동네의 지침은 지역에 상관없이 대체로 유사하다. 필지들은 반듯한 형태에 면적은 70~80평 내외, 인접한 도로 폭 6~8m 내외로 기본적인 구획 체계가 균일하다. 그런 이유로 작은 필지들이 이웃하기에 지침을 수세적으로 극복한 유사한 형상의 집들이 지어진다.


주차장 두 면 확보, 인접 경계선 이격거리, 일조권 사선을 적용하다 보면 필지의 대부분은 작은 마당이 조금 남고 집 본채는 마당을 면해 ‘ㄱ’자나 ‘ㅡ’자로 배치되기 마련이다. 지붕 경사, 주요 재료, 건물 색감까지 지침에 명시된 것이 현실이나 고민 없이 지침을 따라가다 보면 처음에 원했던 집과는 다소 다른 결과물로 마무리될 수도 있기에 이를 주의하면서 설계를 풀어갔다.


갈망과 욕망의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정체성
건축주의 생각은 설계 방향을 잡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개인을 위한 주택이니 건축주의 생각만 잘 반영할 수 있다면 일단 만족이다. 핵심 사항이 해결되고 나면 나머지 조건들은 얼마든지 절충할 수 있다. 이번 ‘무언가’도 마찬가지였다. 층별, 실별 요구사항들이 꽤 있었지만 설계하다 보면 자연스레 해결되는 내용이었고 정작 중요한 것은 크게 네 가지였다.




"첫째, 추위를 많이 탑니다. 단열에 강하고 하자 없는 튼튼한 집을 원합니다.
둘째, 토지를 최대한 활용해 외관이 웅장해 보였으면 합니다. 성처럼 막힌 집도 좋습니다.
셋째, 중정이 필요합니다. 외부로부터 프라이버시가 확보된 집을 원합니다.
넷째, 거실과 주방은 하나의 큰 공간이 좋습니다. 특히 큰 창문과 조망이 확 트이면 좋겠습니다.”



첫째 조건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하나로 묶을 수 있었다. ‘튼튼하고 당당한 외관이지만 외부 시선은 최대한 막고 내부 시선은 시원하게 연다’라는 개인 주택의 목표는 어느 정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외부에 노출되는 프라이버시는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외부로 열리는 개방성은 극대화할 수 있는 집, 감추고 싶은 갈망과 드러내고 싶은 욕망의 충돌. 그 모순을 잘 풀어간다면 이 집만의 특별한 정체성이 만들어질 것으로 상상했다.

수직과 수평이 두드러진 형태에서 구성한 공간
높은 벽은 수직이고 낮은 담은 수평이다. 대지 주변에 지배적인 풍경으로 자리한 대단지 아파트의 이미지는 수직적이다. 이에 대조되는 수평적 요소를 집의 형태나 공간으로 강조한다면 아파트와 주택들이 겹친 동네 풍경에서 적절한 대비의 긴장감이 집의 윤곽을 더욱 확고히 만들어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지는 한 개 층 정도가 높은 성토 부지였다. 낮은 지대인 남쪽은 단지 내 도로와 접하기에 자연스럽게 지하층의 진출입구를 계획했다. 지하층에는 취미실과 창고, 선큰, 현관을 배치했다. 계단을 통해 한 층 오르면 갑자기 확 트인 거실과 주방, 그 너머로 테라스와 열린 조망까지 시선이 이어진다. 대지의 단차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1층 테라스는 거실과 주방을 더한 면적과 동일하다. 큰 창을 거친 시각적인 확장은 테라스를 실내의 연장처럼 느끼게 한다. 테라스의 담과 벽은 외부 시선은 가리면서 불필요한 풍경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대부분의 건축주가 그렇듯 프라이버시를 중요하게 생각해 외부 시선을 막고 싶다는 가장 기본적 요구사항에서 출발한 집이다. 프라이버시를 해결하자고 좁고 깊은 중정을 만들고 외부로는 성곽을 둘러치듯 집을 감싸는 답답한 ‘ㅁ’자 배치는 벗어나고 싶었다.

막을 곳은 확실히 막고 열 곳은 확실히 여는 집, 풍부한 일조와 시원한 조망을 갖춘 집을 상상하며 설계했다. 감추고 싶은 마음과 드러내고 싶은 마음의 조화랄까. 늘 그렇지만 한 가족의 워너비 주택을 설계한다는 건 그들의 마음속에 있는 다양한 모순을 이해하고 풀어내는 과정이다.



2층은 1층과 달리 오밀조밀한 벽체로 자녀 각자의 프라이버시를 최대한 확보하는 형태로 구성했다. 각각의 침실이 좌우에 배치되는데 침실과 드레스룸, 별도의 욕실이 패키지로 묶이는 호텔의 세미 스위트룸 형식을 적용했다. 성장한 자녀들이 넉넉한 개인 공간을 온전히 소유하길 바라는 부모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형태였다.
건축가 최준석(오른쪽), 차현호는 2017년 나우랩건축사사무소(NAAULAB ARCHITECTS)을 개소해 단독주택 위주로 다수의 중소 규모 건축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의뢰인의 욕망에서 비롯된 작은 단서로부터 시작되는 건축설계는 해결책으로서의 아이디어와 기술이 비용과의 절충점을 찾는 과정이라는 생각으로 좋은 디자인을 지닌 쓸모 있는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건축가의 역할이라는 믿음을 갖는다. 2024년 경기도 건축상 특별상을 수상했고 다수의 건축 에세이를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