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 자료 등 먼지만 수북... 빛바랜 ‘인천 체육史’ [현장, 그곳&]
내년 신축 ‘다목적 훈련장’에도... 전시·홍보 장소 빠져 찬밥 신세
市 “시체육회 등 협의 대책 마련”
“월드컵 4강 등 인천의 체육역사가 담긴 자료들이 수십년째 빛도 못 보고 먼지만 쌓이고 있네요.”
20일 오후 1시께 인천 미추홀구 문학동 문학경기장 주경기장 지하 1층 창고. 자물쇠로 굳게 잠긴 이 창고엔 지난 1990년대부터 인천지역에서 열린 각종 체육 행사 자료와 당시 활동했던 자원봉사자의 기록이나 기념사진 등이 바닥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또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각종 자료들도 관리가 전혀 되지 않은 채 방치된 상태였다. 월드컵 당시 8번 최태욱 선수와 14번 이천수 선수의 유니폼은 물론 국가대표 선수 입간판 및 명단, 사진 등이 각종 책상, 의자들과 뒤섞여 있었다. 당시 히딩크 감독이 선수들에게 작전을 설명한 화이트보드는 노랗게 빛이 바래 있었고 1970년 멕시코 월드컵 및 1994년 미국 월드컵 당시 공인구 등이 담긴 유리관에 먼지가 가득했다.
여기에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AG) 시절 마스코트인 바라메·비추온 등 대형 마스코트 인형은 빛을 잃은 지 오래다. 인천AG 당시 외국어 통역을 맡은 남구자원봉사센터 봉사자들의 명단 및 기록은 물론 학생들이 그린 그림도 구석에 뒤죽박죽 놓여 있었다.
인천 체육의 20년 역사를 증명하는 기념품과 자료들이 지하 창고에 방치된 채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인천시와 인천시체육회 등에 따르면 시체육회는 문학경기장 지하1층 창고에 인천 체육 기록물 등 164점을 비롯해 문학경기장 출토 유물 30점 총 194점을 보관 중이다. 이들 체육 관련 유물 등을 별도로 보관·전시할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처럼 관리가 되지 않을 뿐더러 더욱이 시가 170억여원을 들여 지상 3층 규모로 오는 2026년까지 신축을 추진 중인 체육회관 및 훈련시설인 ‘다목적 훈련장’에도 이 같은 유물 등을 전시·홍보할 장소는 빠져 있다. 이 때문에 이들 인천 체육의 역사가 담긴 유물은 또다시 창고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박판순 인천시의원(국민의힘·비례)은 “인천의 자랑으로 여기고 소중하게 보관해야 할 유물이나 상징물을 지하 창고에 방치하고 있다는 사실이 큰 충격”이라며 “시가 내년에 다목적 훈련장 신축을 위한 설계를 할 때 꼭 이 유물을 잘 보관하고 시민들에게 전시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관계자는 “시체육회나 인천유나이티드 등과 협의해 활용 가능한 공간을 찾고, 이를 통해 전시하는 방안을 검토해보겠다”며 “신축 다목적 훈련장에 인천 체육의 역사 등을 전시하는 공간을 넣는 것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박귀빈 기자 pgb0285@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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