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Report] 장충고등학교 황준서

조회수 2022. 11. 14.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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쳐볼 테면 쳐봐

고교야구에선 흔히 3학년 선수들이 주목을 독차지하곤 한다. 10개 구단의 미래를 뽑는 신인 드래프트를 앞두고 있을뿐더러, 각 고등학교 팀의 주전 역시 대부분 3학년이기 때문이다. 지난 WBSC U-18 야구월드컵 대표팀 명단에 각 팀의 3학년 주축들이 빼곡히 자리했던 것도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발탁됐을 뿐 아니라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2학년이 있으니, 나이는 적지만 특유의 자신감으로 겁 없이 공을 던지던 장충고등학교 황준서다.

Photographer Mino Hwang Editor Jinseok Kim Location Dugout Magazine Studio

황준서

출생 2005년 8월 22일 신체조건 185cm 75kg 출신교 중랑구리틀-상명중-장충고 포지션 투수 투타 좌투좌타 2022시즌 성적 12경기 44이닝 평균자책점 1.84 2승 2패 44탈삼진 12사사구 37피안타

#동료들의 힘으로

<더그아웃 매거진>과 첫 만남이에요. 독자들에게 인사 부탁해요.

안녕하세요. 장충고등학교 투수 황준서라고 합니다.

어떤 일상을 보내고 있는지 궁금해요.

주말에는 추계야구선수권대회에 나서고 있고, 평일에는 경기 준비를 위해 팀 훈련에 매진하는 중이에요. 평상시와 크게 다른 점은 없죠.

지난 137호(9월 호)에 같은 학교 선배 이진하 선수가 출연했어요. 인터뷰한다는 소식을 전했나요?

어제 문자로 소식을 전했어요. (어떤 조언을 해줬나요?) 많이 긴장하지 말고 평소에 말하는 것처럼 하면 된다는 조언을 해줬어요. 하고 싶은 말도 빼먹지 말고 하고 오라는 팁도 전해줬고요.

이번 시즌 12경기에서 2승 2패 평균자책점 1.84를 기록했어요. 2학년 중 눈에 띄는 좋은 성적을 보여줬는데, 마운드에서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피칭했나요?

장충고는 다른 팀들보다도 야수 형들의 수비가 좋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와 포수만의 힘으로 삼진을 잡으려고 하기보단, 뒤에 있는 팀 동료들을 믿고 공을 던졌죠. 야수들이 아웃 카운트를 잘 만들어줘서 좋은 기록도 따라올 수 있었어요.

그런데도 삼진과 사사구의 비율이 눈에 띄어요. 44이닝 동안 사사구는 12개에 그쳤지만, 삼진은 44개나 잡았어요.

감독님과 코치님께서 항상 제 공을 믿고 던지라는 조언을 해주세요. 덕분에 마운드 위에서 자신감 있게 공을 던질 수 있죠. 포수인 (김)동주 형의 볼 배합도 한몫하고요. 형이 요구하는 대로 던지는 게 비결이 아닐까요? (웃음)

자신의 주 무기라고 말할 수 있는 구종을 꼽아볼까요?

빠른 직구와 스플리터를 꼽고 싶어요.

안정적인 경기 운영 능력과 더불어 제구력이 호평받고 있어요. 반대로 보완하고 싶은 점도 있나요?

가장 보완하고 싶은 점은 피지컬이죠. 스태미나가 부족한 것도 아쉬운 점 중 하나예요.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요?) 식단과 관련해서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평소보다 식사량을 늘리고 있죠. 가능한 골고루, 많이 먹으려고 해요. 식단뿐만이 아니라 웨이트 트레이닝도 꾸준히 하고 있어요.

#국가대표 선발투수

U-18 야구월드컵 대표팀에 발탁돼 대회를 치르고 왔어요. 소감이 궁금해요.

4등이라는 순위는 메달을 받을 수 없는 등수잖아요. 너무 아쉬웠어요. 하지만 대표팀 생활을 하면서 형들에게 많이 배웠고,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는 대회였어요. 다음에도 명단에 발탁돼서 참가하고 싶은 욕심도 조금 생겼어요.

어떤 선배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나요?

팀의 주장이었던 (문)현빈이 형, 같은 투수인 (신)영우 형을 보고 많이 배웠어요. 같은 고등학교 선배인 (이)진하 형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죠.

2학년이라 발탁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들었는데, 소식을 접하고 어떤 기분이 들었나요?

처음 명단이 발표됐을 때는 지하철에 있었어요. 아닌 척하려고 해도 입꼬리가 자연스럽게 올라가더라고요. 꿈 같은 기분이었죠. 주변 지인들에게 축하 연락도 많이 왔고요. (장충고 송민수 감독의 반응도 궁금한데요.) 국가대표팀에 가서 던지고 싶은 공 던지고, 좋은 경험 쌓고 오라는 말을 해주셨어요. 열심히 경기에 임하라는 조언도 들었고요.

대회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하나 꼽아볼까요?

미국과 했던 대회 첫 번째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첫 게임이라 특별했던 것도 있지만, 특히 야간 경기라 더 좋았어요. 야간 경기만의 분위기와 공기가 낭만으로 느껴졌다고 표현해야 할까요? 그래서 더욱더 인상적이었죠.

대만전도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선발로 나서서 5이닝 2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는데, 당시 상황을 복기해볼까요?

대만전 직전이 대회 기간 중 가장 긴장했던 때예요. 최재호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오늘 공 좋다’, ‘뭔가 일낼 것 같다’하는 격려로 긴장을 풀어주셨죠. 그런데 그 말이 실제로 벌어졌어요. 저도 그런 결과가 나올 줄은 몰랐는데, 형들과 얘기하면서 재밌게 임하다 보니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게 아닌가 싶어요.

주로 선발투수로 출전했어요. 국제대회에서 경기 시작부터 마운드를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을 텐데요.

부담감이 없다면 거짓말이죠. 선취점을 내주면 우리 팀의 분위기가 가라앉기 때문에 선발의 책임감이 커요. 그래서 어떻게든 우리 팀의 득점이 나오기 전까지는 실점을 막으려고 노력했죠. 다행히 팀원들이 초반에 점수를 만들어주면서 부담감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었어요.

대회 기간 어떤 선수와 룸메이트로 함께 했나요?

같은 팀인 진하 형이요. (룸메이트로 생활하며 특별한 에피소드도 있었나요?) 진하 형과 저 모두 휴식을 확실하게 취하는 편이에요. 훈련과 경기에 열심히 임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숙소에서는 같이 잠에 취해 있던 기억이 대부분이에요.

장충고 선수 외에 친해진 다른 팀 선수도 있나요?

경남고의 (김)정민이 형이요. 성격이 정말 좋은 형이에요. 대표팀 소집 첫날부터 저를 엄청나게 잘 챙겨줬죠. 재밌는 개그도 많이 보여주고요. 그래서 빨리 친해졌어요.

대회 준비 기간 중 ‘최강야구’ 최강 몬스터즈와의 대결에서 박용택, 정의윤 선수와 승부를 겨룰 기회가 있었어요. 아웃 카운트를 잡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을 것 같아요.

우선 다른 형들도 있는데 감독님께서 저를 2번째 투수로 기용해서 놀랐어요. 감독님의 믿음에 부응하기 위해 마운드 위에서 노력했는데 결과가 긍정적이지는 못해 혼자 속상한 마음이 있었죠. 하지만 대선배들을 상대로 공을 던질 수 있어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흔히 찾아오는 기회가 아니잖아요.

대선배들과의 맞대결에서 배운 점이 있다면요?

승부에 임하는 자세를 배웠어요. 어떻게 보면 방송이고 한참 어린 후배들과의 경기라 편한 마음으로 임하실 수도 있는 건데, 정말 진지하게 대결해주셔서 감사했죠.

만원 관중 앞에서 치른 첫 번째 경기라 긴장도 됐을 텐데요.

사실 긴장보다는 엄청 재밌었어요. 한 이닝 한 이닝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었죠. 조금 흥분도 했고요.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해요.

#더욱 단단하게

2023 KBO 신인 드래프트에 발탁되는 선배들을 보면서 내년에 대한 다짐도 새로 했을 것 같아요. 어떤 각오를 다졌나요?

대표팀 동료들과 함께 드래프트를 시청했어요. 형들이 긴장하는 모습을 보니까 안쓰럽기도 하고 저도 덩달아서 긴장됐죠. 그 와중에 (김)서현이 형과 (윤)영철이 형은 태연한 표정이었어요. 저도 3학년 때 두 형처럼 편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열심히 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졌어요.

아직 이른 시점이지만 드래프트에 대한 욕심도 있을 것 같아요.

아직 큰 목표는 없지만, 좌완 투수 중에는 1번으로 뽑히고 싶어요.

어떤 팀이든 뽑아주면 감사하겠지만, 특별히 가고 싶은 팀이 있나요?

국가대표팀이요. 국가대표로 발탁돼서 한 번 더 선발로 마운드에 오르고 싶어요. 잊을 수 없는 기억이라 욕심이 생겨요.

각 구단 스카우트에게 어필할 수 있는 본인만의 장점이 있다면요?

저는 좋은 운영 능력과 제구력을 갖고 있어요. 그뿐만 아니라 삼진을 잡을 수 있는 구위 또한 보유하고 있죠. 그래서 어떤 타자를 상대하든 확실히 아웃 카운트를 만들어 낼 수 있어요. 평소 성격과는 다르게 마운드 위에서는 싸움꾼으로 바뀌는 포인트도 긍정적인 부분이죠.

이제 장충고의 중심 투수이자 맏형으로서 팀을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을 텐데요.

후배들에게 알려 줄 부분이 많아요. 그래서 부담감이 없지는 않죠. 하지만 마운드 위에서는 달라요. 장충고에는 좋은 투수가 많기에 제 뒤에 나올 투수를 믿고 던지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끌어낼 수 있다고 봐요.

가을과 겨울 동안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내년을 준비할 예정인가요?

체급을 올리는 데에 포인트를 맞추려고 해요. 앞서 말한 것처럼 식단을 통해 살을 많이 찌워볼 예정이고 웨이트를 겸하면서 근육량도 늘려보려고 노력 중이죠. 하체와 등 운동을 중점적으로 하려고 해요.

내년 시즌의 목표를 세워볼까요?

모든 팀이 그렇듯 저희 팀 역시 우승이에요. 팀원들과 내년에는 전국대회 최정상을 노려보자고 얘기를 나눴어요. 개인적인 목표는 평균자책점을 낮추는 거죠. 0점대를 기록하고 싶어요. 더 완벽한 투수가 되고 싶은 마음이 커요.

다음 시즌 황준서의 공을 상대할 타자들에게 한마디 부탁해요.

쳐볼 테면 쳐보라고 전하고 싶어요. 그만큼 제 공과 동료들을 믿고 자신 있게 상대할 예정이에요.

#야구가 재밌어서

어떻게 야구선수의 길을 선택하게 됐나요?

부모님이 저를 처음으로 야구장에 데려가셨는데 그 경기가 케네디 스코어(8대 7)로 종료됐어요. 어렸을 때였지만 너무 재밌게 봤던 기억이 있어요. 그날을 계기로 야구에 빠져들었고 취미로 시작하게 됐어요.

처음으로 야구선수를 하고 싶다고 했을 때 가족들의 반응이 궁금해요.

아버지가 먼저 권유하셨어요. 어머니는 그 얘기를 듣고 큰 반대를 하셨죠. 하지만 아버지의 적극적인 태도에 어머니도 곧 수락해 주셨어요. 지금은 처음과 달리 어머니께서 더 잘 챙겨주세요. (주변 친구들의 반응도 궁금한데요?) 처음으로 머리를 운동부처럼 짧게 자르고 오니까 ‘너 왜 이렇게 잘랐냐’하는 반응이 먼저였어요. 그 친구들에게 야구 한번 해보려고 한다고 얘기했던 기억이 있죠. 어렸을 때는 운동 때문에 수업을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도 생겨서 부러움을 사기도 했어요.

처음부터 투수로 시작했나요?

작년인 고등학교 1학년까지는 투타를 겸업했어요. 코치님이 어떤 포지션이 자신 있냐고 물어보셨는데, 공을 배트로 맞추는 것보단 던지는 게 더 매력 있다는 답변을 드렸죠. 그 이후로 투수에 매진하게 됐어요.

혹시 투수 외에 욕심나는 포지션이 있나요?

포수요. 제가 왼손잡이인데 일반적인 포수와 달리 특이하게 오른손에 미트를 낀 포수를 한번 해보고 싶어요.

선택할 수 있다면 선발과 마무리 중 어떤 보직을 택하고 싶나요?

어떤 보직이든 크게 상관없어요. 하지만 선발은 경험이 있으니, 아직 못 해본 마무리를 고르고 싶어요. (마무리의 매력을 꼽자면요?) 경기를 내 손으로 끝낼 수 있다는 점이죠. 승리 후 포수와 세리머니도 할 수 있고요.

본인만의 루틴이 있는지도 궁금해요.

조금 부끄러운 내용일 수도 있는데, 경기 날은 속옷 색깔을 맞추기도 해요. 경기장에 입장할 때 왼발 먼저 들어가는 루틴도 있어요.

훈련이 없는 휴식 시간에는 어떤 방법으로 피로를 푸나요?

학교 친구들과 홍대나 건대 쪽으로 자주 놀러 나가요. 맛있는 걸 먹기도 하고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스트레스를 풀어요.

야구 외에 즐기는 다른 스포츠도 있는지 궁금해요.

실력이 좋지는 않지만, 친구들과 당구장에 많이 가는 편이에요. 볼링장도 많이 갔고요. 하지만 지금은 손목에 무리가 갈 수 있으니 볼링은 가능한 한 피하려고 하죠.

타자로서 황준서의 공을 상대하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워낙 공이 좋으니까 타석에 들어오기 전부터 겁을 먹을 것 같아요. 아마 직구를 노리다 삼진을 당하지 않을까요? (웃음)

오늘 인터뷰 어땠나요?

아직 2학년인데 이런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신 감독님과 <더그아웃 매거진>에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어요. 다시 한번 나올 수 있도록 앞으로 훈련에 더 매진하려고 해요.

마지막으로 본인을 응원할 팬들에게 인사를 전하며 인터뷰 마칠게요.

내년에도 열심히 준비해서 팬분들에게 올해보다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많이 응원해주세요. 감사합니다!

***

고등학교 선수들의 인터뷰에 빠지지 않는 단골 질문이 있다. “특별히 가고 싶은 팀이 있나요?” 대부분 어느 팀이든 뽑아주시면 감사하다고 답하거나, 고민을 거듭하다 이내 한 팀을 선택하고는 한다. 그런데 황준서의 답변은 예상을 한참 빗나갔다. 지난 U-18 대표팀에서 태극마크를 단 경험이 그토록 강렬했던 걸까.

태극마크의 영예는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는다. 실력은 물론 막대한 자긍심을 갖춰야만 하는 자리다. 그런 의미에서 이미 본인의 경쟁력을 입증했을뿐더러, 다음 드래프티 신분임에도 주저 없이 국가대표팀 발탁을 1순위로 뽑는 그는 자격이 있어 보인다. 어쩌면 우리는 훗날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처럼 더 큰 무대에 나설 국가대표 좌완 선발을 미리 만났던 게 아닐까? 내년 또 한 번의 영광을 얻기 위해 고3 황준서는 더욱 당차게 공을 던질 거다. ‘쳐볼 테면 쳐봐!’ 하고.

▲ 더그아웃 매거진 139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2년 139호 (11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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