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본 '민희진VS하이브' 갈등, 문제의 본질은 바로..

[민희진이 쏘아올린 공] “직장 내 갈등과 젠더의 역학구도”?

27일 영국 BBC는 뉴진스의 소속사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와 모회사인 방탄소년단의 하이브 사이에 벌어진 분쟁을 차분히 다뤘다.

하이브 방시혁 의장(왼쪽)와 어도어 민희진 대표. 어도어 경영권을 둘러싼 양측의 분쟁이 격화하고 있다. 사진제공=하이브·어도어

뉴진스의 데뷔 과정부터 최근 민 대표와 하이브의 어도어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 그리고 향후 전망까지 담은 보도에서 BBC는 지난 25일 민 대표의 기자회견에 대한 한국 내 관심이 또 다른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고 썼다.

여성 제작자인 민 대표의 직설적인 표현 방식으로도 눈길을 모은 기자회견이 “직장 내 갈등과 젠더(사회적 성별의 체계)의 역학구도”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 대표는 자신이 “어도어의 경영권을 찬탈할 계획도, 의도도, 실행도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욕설 등 거침없는 표현을 내놨다.

민 대표와 하이브 사이 분쟁과 갈등에 대한 국내외 큰 관심을 반영하듯 일부 방송사가 이날 2시간여 이어진 기자회견을 유튜브 채널로 생중계하면서 대중의 반응은 즉각적으로 뜨겁게 이어졌다.

이는 민 대표 기자회견 이후 그에 대한 지지 여론이 만만치 않은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기자회견 직후 “답변할 가치가 없다”며 민 대표의 주장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지 않은 하이브가 26일 장문의 반박 보도자료를 내놓은 것 역시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특이한 것은 이 같은 과정에서 어도어 경영권을 둘러싼 양측의 주장 사이 진실이 무엇이냐는 본질적 문제에서 다소 비켜나 민 대표의 패션 스타일과 그의 직설적 발언과 그 스타일에 대중이 크게 반응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민 대표가 이날 입은 줄무늬 티셔츠와 야구모자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어나면서 관련 브랜드의 상품이 ‘완판’됐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또 뉴진스가 신곡 ‘버블 검(Bubble Gum)’ 뮤직비디오를 지난 27일 자정 공개한 뒤 불과 이틀 만에 유튜브 조회수가 1000만건을 넘어서는 사이 멤버 민지의 티저 이미지 속 의상이 비슷하게 보인다는 점도 화제가 되고 있다.

또 민 대표의 기자회견 유튜브 풀영상에 달린 댓글에서도 누리꾼들이 올린 글이 더욱 눈길을 끈다.

“나는 이제 민희진 단독 콘서트라 부르고 싶다”, “민희진도 직장인이었구나. 아 진짜 워킹우먼으로 극공감하다 통쾌하기까지 하다”, “능력 없는 상사들의 결말”, “멋진 여성이다. 민희진님”, “화끈하다!! 누가 진실인지는 모르지만 어떤 방법으로든 자기주장할 수 있는 용기에 박수를” 등 민 대표를 향한 응원의 내용이 더욱 그렇다.

민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방시혁 의장을 비롯해 하이브의 경영진을 향해 “X저씨들”, “X발 XX들” 등 욕설로 ‘직격’했다. 또 자신을 “이상한 X으로 볼 것”이라고 세간의 성적 편견에 빗댄 표현도 내놨다.

이는 ‘케이팝의 글로벌 인기를 이끈 여성 창작자의 활동이 남성 위주 시스템에 지나치게 간섭받고 있다’는 주장으로 받아들여졌다. 민 대표는 “문제가 생기지 않으려면 최고 결정권자가 그냥 위에 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자율적으로 경쟁하고 건강하게 크지 않겠냐”고 밝힌 바 있다.

그의 발언은 남성, 특히 중장년층 남성들의 문화가 주류를 이루는 것처럼 인식돼 온 기업 등 직장생활 속에서 여성들의 시각을 대변하고 있다는 시선까지 자아내고 있다.

민희진 대표의 기자회견이 자아낸 반응은 현재 '갑질' 또는 '괴롭힘' 등 직장문화와 성별에 따른 차별과 편견이라는 사회적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낸다는 시각을 키우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논란을 불러 모으는 셈이다.

다만, 가요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상황이 “양측의 충돌에 담긴 본질적 요인을 가려버리지 않을까 지켜봐야 할 문제”라면서 “이번 갈등과 분쟁이 자칫 왜곡된 논란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