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 압박에… 삼성·SK·LG "할수 있는게 없다"

박한나 2023. 3. 1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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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반도체·배터리 '발등의 불'
기업 차원 대책마련 쉽지않아
국내 반도체지원법은 하세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도, 유럽연합(EU)의 핵심원자재법(CRMA)도 기업 활동에는 제약입니다. 입법 과정에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데, 이 과정에서 기업이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오는 14일(현지시간) CRMA의 초안 공개를 앞두고 배터리업계에서 터져 나오는 우려다. 미국과 유럽 등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 자체가 국내 기업들의 활동에 제약이 된다는 것이다.

CRMA는 역내에서 최소 10%의 원자재를 생산하고, 필요한 전략물자 수요의 최소 40%가량을 역내에서 자체 처리하는 것이 목표다. 또 배터리, 전기차 등 제조업체들은 2년 간격으로 공급망 감사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배터리업계 "SCM 전략 다시 짜야"= 12일 업계에 따르면 EU의 CRMA법 초안 공개를 앞두고 핵심광물에 대한 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내 배터리업체들은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면서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CRMA는 미국과의 경쟁에 대응하고 중국산 광물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관련 기업에 보조금을 줄 가능성이 높은데, 미국 IRA에 이어 CRMA에 맞는 SCM 전략을 다시 짜야 하기 때문이다.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에 주로 쓰이는 수산화리튬의 경우 지난해 기준으로 중국 수입 의존도가 90%에 육박한다.

이에 대해 선양국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중국은 원자재 확보를 위해 정말 오랫동안 준비를 해온 반면, 우리는 늦은 감이 있다"며 "현재로서는 원자재를 최대한 확보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국가별 전략원자재 공급망 의존도를 도식화하고, 2년 마다 공급망에 대한 취약성 테스트를 수행하는 것도 우려 사항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로우매터리얼(원자재)도 하나의 전략일 수 있다"며 "만약 중국 40%, 칠레 45%, 호주 10%이라고 하면 숫자로는 간단하겠지만, 공개되는 순간 이후 외교 관계에 따라 계속 공급망을 갈아타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입법 과정 자체도 변수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도체지원법의 경우, 초기에는 국내제조업체들이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최근의 보조금 심사 기준은 '중국 등 우려국과 공동연구 등을 할 경우에는 미국에서 받은 지원금을 모두 돌려줘야 한다'는 등의 제약 조건이 있다는 것이다. CRMA 역시 결과적으로 보호무역주의를 우선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추정화 대한상공회의소 구미통상팀장은 "CRMA 초안이 아직 발표되지 않아 조심스럽지만, 원자재 조달에 있어 중국에서 과다하게 수입하지 않고, 유럽산을 늘려 경제안보를 지켜나가겠다는 법안일 수밖에 없다"며 "국내 배터리 3사의 경우 유럽에 공장을 갖춘 만큼 폐배터리 리사이클을 통해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돈 못벌게 하는 美 인센티브…K-칩스법은 낮잠= 미국이 반도체 지원법을 통해 자국 공급망 강화와 중국을 향한 견제를 더욱 심화해 나감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앞서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준비했던 규제 리스크조차 풀지 못한 상황에서 사업에 불리한 조항들만 켜켜히 쌓여가고 있는 모양새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해 하반기 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의 첨단 반도체 생산을 막기 위해 대(對) 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를 시작했다. 이에 더해 최근 구체화된 미국의 반도체지원법 세부조항은 보다 직접적으로 기업을 통제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미국에 반도체 생산 지원금을 신청하는 기업에게는 재무건전성을 입증할 수 있는 수익성 지표와 현금흐름 전망치 등을 제시할 것을 요구하고, 보조금을 받는 기업이 예상 수익보다 더 많은 수익을 거두게 된다면 이를 환수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향후 '가드레일' 조항으로 인해 중국 반도체 공장 투자까지 제한된다면 미국만큼이나 중국 사업 비중이 높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이번 반도체지원법이 득도 많고 실도 많은 '독이 든 성배'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팽배하다. 다만 미국이 반도체를 '동맹'화한 만큼 지원을 신청하지 않더라도 역차별을 당할 우려가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앞서 지난 2021년 미국 정부가 글로벌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를 이유로 기업들에게 반도체 공급망 정보를 담은 설문지를 요구했을 때도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를 수용해 답변을 제출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반도체지원법인 '조세특례제한특별법 개정안'은 여전히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지난해 말 개정된 바 있으나 지원 방안이 부족하다는 정부여당의 지적에 따라 기획재정부가 세액공제를 두 배 가량 확대하는 개정안을 다시 제출해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한 달 만에 개정안이 발의된 데 대한 책임 논란이 이어진 가운데 국회는 이달 있을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와 본회의 등에서 이 법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한나·전혜인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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