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말에 고향 집에 다녀오던 날이었습니다. 아버지가 제가 모르는 사이 차 트렁크에 무언가를 싣고 계셨습니다.뭘 넣으셨느냐고 물어도 가서 보라며 손만 흔드셨습니다. 집에 도착해 트렁크를 열어 보고 저는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었습니다.

트렁크 앞에 서 계시던 아버지
출발하려고 차에 오르는데 아버지가 트렁크 쪽에서 한참을 머무르셨습니다. 무거운 상자를 들어 올리시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내려가서 도와드리려 하니 괜찮다며 먼저 들어가 있으라고 하셨습니다. 무엇인지 여쭤봐도 대답 대신 웃기만 하셨습니다. 저는 늘 챙겨 주시는 김치 정도려니 생각했습니다.

트렁크 속에 담긴 것
집에 와서 트렁크를 여니 상자 세 개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습니다. 텃밭에서 직접 기른 고추와 호박, 그리고 말린 나물이 들어 있었습니다. 상자마다 무엇을 어떻게 먹으면 좋은지 적은 종이가 붙어 있었습니다. 삐뚤빼뚤한 글씨로 손주 반찬은 이것부터 해 먹이라는 말도 있었습니다. 한 해 내내 밭에서 보낸 아버지의 시간이 그 안에 다 들어 있었습니다.

그날 저녁 건 전화
저는 짐을 다 옮기고 나서 아버지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이렇게 많이 싸 주시면 힘드시지 않으냐고 여쭈었습니다. 아버지는 너희가 맛있게 먹으면 그걸로 됐다며 웃으셨습니다. 그날 저녁에는 아버지가 적어 주신 대로 호박 나물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아이들이 할아버지 호박이 제일 맛있다고 하는 말을 그대로 전해 드렸습니다.

부모님이 싸 주시는 짐에는 말로 다 하지 못한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무겁다고 사양하기보다 고맙게 받는 것이 효도일 때도 있습니다.받은 것을 어떻게 먹었는지 한 번 더 전해 드려 보시면 어떨까요. 그 짧은 소식이 부모님께는 다음 계절을 기다리게 하는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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