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망설일 때, AI는 방아쇠를 당긴다
“전쟁은 물량 아닌 정보·속도 싸움”
AI, 정보처리 속도 ‘혁신적 단축’
전차·전투기 등 무인 플랫폼 도입
탐지·식별·타격 속도가 승패 좌우
과도한 권한 부여 땐 위험성 경고
인간 통제·책임 없다면 감당 불가
AI시대, 전쟁의 미래/ 조지 M 도허티/ 유강은 옮김/ 김영사/ 2만6800원




로봇공학이 군사 플랫폼의 ‘설계 혁명’도 불러올 것이라고 저자는 전망한다. 지금까지 전차, 전투기, 군함 같은 무기 플랫폼은 인간 승무원이 탑승한다는 전제 아래 설계됐다. 승무원이 머물 공간, 생명 유지 장치, 조종석, 안전 구조, 중력 보호 구조 등이 필요했기 때문에 무기 플랫폼의 형태와 크기에는 큰 제약이 따랐다. 그러나 인간이 타지 않는 무인 플랫폼에서는 이런 제약이 크게 줄어든다. 조종석이 사라진 전투기, 소모품처럼 운용되는 무인 함정, 더 작고 은밀하며 살상력 밀도가 높은 로봇 플랫폼처럼, 기존의 무기체계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설계가 가능해진다. 이 변화가 단순한 성능 개선이 아니라, 군사 플랫폼의 형태 자체를 다시 상상하게 하는 ‘캄브리아기 폭발’에 가까운 혁신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저자는 그렇다고 해서 기술 낙관론만 펼치지는 않는다. AI와 로봇 무기가 강력한 군사적 잠재력을 지니고 있지만, 인간이 AI에 지나치게 많은 판단 권한을 넘겨줄 때 전쟁은 더욱 위험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AI는 행동의 본질과 결과를 인간처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AI 무기는 어디까지나 명확히 제한된 목표와 인간의 책임 구조 안에서 운용되어야 한다는 것. 이 책의 원제인 ‘기계 속의 야수(Beast in the Machine)’는 기계 자체가 아니라 그 기계에 권한을 부여하는 인간의 폭력성, 과신, 통제 욕망을 가리킨다.
책은 군사기술의 미래를 다루는 책이면서 동시에 윤리와 책임의 문제를 따진다. 최근 K방산의 성취가 주목받고, 드론과 AI 무기체계가 실제 전장에서 빠르게 확산하는 지금, 이 책은 첨단 무기가 지닌 가능성과 위험을 함께 생각하게 한다. 강력한 무기는 안보의 중요한 조건이지만, 그것을 운용하는 인간의 판단과 통제, 책임 구조가 없다면 그 힘은 언제든 우리가 감당해야 할 위협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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