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르세데스-벤츠, 수입차 3위로 추락 – 중국 이미지 논란과 정찰제 전환의 역풍
한때 국내 수입차 시장의 절대 강자였던 메르세데스-벤츠가 2026년 4월 판매 3위로 밀려났다. 테슬라가 1만 3,190대로 압도적 1위를 기록한 가운데, 벤츠는 4,796대에 그치며 BMW(6,658대)에도 뒤졌다. 중국 자본 지분 논란, 정찰제 전환에 따른 할인 폐지, 디자인 변화에 대한 혹평이 겹치며 프리미엄 브랜드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4월 판매 실적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2026년 4월 메르세데스-벤츠의 국내 판매량은 4,796대로 전월(5,419대) 대비 11.5% 감소했다. 브랜드 순위는 테슬라(1만 3,190대), BMW(6,658대)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4위 BYD(2,023대), 5위 볼보(1,105대)와 비교하면 여전히 프리미엄 브랜드 위치를 유지하고 있으나, 테슬라와의 격차는 2.7배 이상으로 벌어졌다. 모델별로는 E클래스가 1,677대로 수입차 전체 4위에 올랐으나, 테슬라 모델Y(1만 86대), 모델3(2,596대), BMW 520(1,191대)에 밀렸다. 벤츠는 2025년까지 BMW와 치열한 1위 경쟁을 벌였으나, 2026년 들어 테슬라의 급부상과 자체 판매 부진이 겹치며 입지가 약화되고 있다.

중국 자본 지분 논란
벤츠 판매 부진의 배경으로 '중국 자본 논란'이 거론된다.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공식 자료에 따르면 최대 주주는 중국 베이징자동차그룹(BAIC)으로 9.98%의 의결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2대 주주는 중국 지리자동차(Geely) 창업자 리수푸로 9.69% 지분을 갖고 있다. 두 중국 투자자의 지분 합계가 약 20%에 달한다는 사실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벤츠가 중국차'라는 인식이 일부 소비자 사이에 퍼졌다. 이러한 인식이 실제 구매 심리 위축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BAIC와 지리의 지분은 재무적 투자 성격이 강하며, 경영권이나 제품 개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반론도 있다.

디자인·품질 논란
중국 자본 논란과 함께 벤츠의 최근 신차 디자인과 품질에 대한 혹평도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예전 벤츠의 고급스러움이 사라졌다", "중국 시장을 겨냥한 디자인이 한국 소비자 취향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신형 C클래스 전기차의 '중국향 디자인' 논란, 일부 모델에 중국산 CATL 배터리가 장착된 사실이 알려지며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2024년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촉발된 신뢰도 하락도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 벤츠는 해당 배터리가 글로벌 품질 기준을 충족한다고 해명했으나, 소비자 인식 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정찰제 전환 영향
벤츠코리아는 2026년 4월 13일부터 '리테일 오브 더 퓨처(RoF)'라는 정찰제 판매 방식을 도입했다. 기존에는 딜러사마다 할인율이 달라 '발품을 팔면' 수백만 원까지 할인받을 수 있었으나, RoF 도입 후 전국 어디서나 동일한 가격이 적용된다. '원 앤 베스트 프라이스(One & Best Price)' 정책으로 딜러별 할인 경쟁이 사라진 것이다. 벤츠코리아는 과도한 할인 경쟁 근절과 브랜드 가치 재정립을 목표로 내세웠으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실질 구매 비용이 상승한 셈이다. 정찰제 도입 직후인 4월 판매량이 전월 대비 11.5% 감소한 것은 할인 폐지에 따른 수요 위축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경쟁 브랜드 동향
벤츠가 부진한 사이 경쟁 브랜드들은 성장세를 보였다. 테슬라는 4월 1만 3,190대를 판매해 역대 최대 월간 기록을 세웠고, 모델Y 단일 차종만 1만 86대가 팔리며 수입차 역사를 새로 썼다. BMW는 6,658대로 2위를 유지했으며, 할인 경쟁을 유지해 가격 민감도가 높은 소비자를 흡수했다. 중국 BYD는 2,023대로 4위에 올라 2개월 연속 상위권을 유지하며 저가 전기차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벤츠의 정찰제 전환이 오히려 경쟁사에 기회를 제공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할인 없는 벤츠와 공격적 가격의 테슬라·BYD 사이에서 소비자 선택이 갈리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