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메리츠 웃고 KB·DB 울었다···본업 잘해도 투자 꺾이면 '빨간불'
국고채 금리 60bp 급등에 채권 손실
삼성·메리츠 포트폴리오 다변화 선방

올해 1분기 국내 주요 손해보험사들의 실적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자산운용이다.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으로 보험 영업의 기초체력이 저하된 상황에서 시장 금리가 급등해 자산 가치에 충격을 주었기 때문이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한 분기 만에 60bp(1bp=0.01%포인트) 가까이 상승하며 채권 및 대체투자 자산에서 평가손실을 유발했다.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 투자수익의 변동성이 기업 실적을 뒤흔드는 변수로 부각된 가운데 포트폴리오 다변화 여부가 각 사의 명암을 갈랐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손보사들의 투자 성적은 금리 움직임의 영향을 받았다. 지난해 말 연 2.953% 수준이던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올해 3월 말 연 3.552%로 상승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시점 지연과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로 환율과 유가가 동반 상승한 결과다.
자산의 상당 부분을 장기 채권에 투자하는 보험사는 금리 상승 시 기존 보유 채권의 가격 하락으로 투자손실을 입게 된다. 이에 따라 올해 1분기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5대 손보사의 합산 투자수익은 962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6% 감소했다.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선방한 승자 그룹
배당수익과 자산 배분 다변화 전략으로 채권 평가손실을 상쇄한 회사들은 성장세를 유지했다. 삼성화재의 1분기 투자수익은 2956억원을 기록했다. 주식시장 강세를 활용해 고배당 주식 위주의 배당수익을 확보하고 환율 상승기에 맞추어 외화유가증권 관련 투자 이익을 극대화해 채권 부문의 평가손실을 헤지했다는 평가다.
메리츠화재는 1분기 2962억원의 투자수익을 올렸다. 우량 부동산 PF 및 대체투자 자산의 선순위 매입, 고금리 기업대출을 활성화하고 만기를 다변화해 자산 가치 하락을 최소화했다.
영업·투자 규제에 갇힌 손보사도
보험 영업과 자산운용 모두에서 부진을 보인 대형사들도 존재한다. DB손해보험은 1분기 투자수익이 23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 감소했다. 대형 일반보험 사고와 자동차보험 이익 감소로 보험손익이 43.7% 꺾인 상황에서 투자 부문도 위기를 보완하지 못했다.
KB손해보험은 투자수익이 128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7% 감소했다. 자동차보험 부문에서 5대 손보사 중 가장 큰 적자인 -249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채권 손실이 겹치며 하락세를 보였다.
최종 당기순이익 및 재무 건전성 지표
자산운용 성과는 최종 순이익과 지급여력비율(K-ICS)에 그대로 반영됐다. 삼성화재는 1분기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 5734억원(연결 기준 지배주주 순이익 6347억원), 메리츠화재는 4661억원을 기록했다. 보험계약마진(CSM) 잔액에서 삼성화재는 14조4692억원을 확보했다.
반면 DB손해보험의 1분기 순이익은 2685억원으로 39.9% 감소했고 KB손해보험은 2007억원으로 36.0% 줄었다. 한화손해보험은 989억원으로 30.7% 감소했다.
현대해상은 투자 손실에도 불구하고 장기보험 영업력에 힘입어 최종 순이익 223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9% 증가했다. 지급여력비율(K-ICS)은 1분기 말 기준 207.2%를 기록해 전년 말 대비 17.0%포인트 상승했으며 CSM은 9조1702억원을 확보했다.
금융업계에서는 IFRS17 하에서 분기 실적의 변동성을 줄이는 리스크 관리 역량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IFRS17 체제에서는 자산과 부채가 시가로 평가되기 때문에 시장 금리 급등에 따른 평가손실이 당기손익에 즉각 반영된다"며 "장기적인 지급여력비율(K-ICS)과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산운용 부서의 고도화된 자본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제언했다.
☞ 계약서비스마진(CSM): 보험계약 시 미래에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미실현 이익을 부채로 적립한 후 기간이 경과함에 따라 보험수익으로 인식하는 지표다.
☞ 지급여력비율(K-ICS):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자본 적정성 지표로 자산과 부채를 시가로 평가해 산출한다.
여성경제신문 허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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