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스 속의 신성, 북인도를 걷다] 1. 나마스떼, 생애 한 번쯤은 인도

기호일보 2026. 4. 15. 19:13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방문객 반기는 손짓·육신 씻어내는 몸짓· 낯섦에 흔들린 눈짓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에 도착해 입국장 통로를 걸었다. 공항의 긴 벽면에는 손들이 걸려 있었다. 다섯 손가락이 각각 다른 방향으로 펼쳐지고 구부러진 동작들이 정지된 채 공중에 떠 있었다. 금속으로 빛나는 손들을 처음엔 단순히 장식인 줄 알았다.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 입국장에 새겨진 무드라 조각상.
이 무드라(Mudra) 조각상은 인도 전통의 손 제스처를 형상화한 것으로 각각이 축복·보호·지혜·통찰 등을 상징한다고 들었다. 그 거대한 손짓들은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라 마치 오랜 의식의 진행 같았다. 그 손들은 '환영한다'거나 '경계하라'는 말보다 더 많은 말을 품고 있었다. 인도식의 말 걸기였다.

공항 밖으로 걸어 나오자 공기의 질감이 달라졌다. 매캐한 냄새와 향료, 먼지를 비롯한 수많은 입자가 피부에 닿았다. 그 중 어느 하나도 낯익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모두가 뚜렷했고, 모든 것이 한꺼번에 존재했다. 그 속에서 나는 처음으로 '공기 속을 걷는다'라는 감각을 배웠다. 델리의 먼지는 단순한 먼지가 아니었다. 수천 년의 시간, 수백 종의 신, 셀 수 없는 손의 흔적이 뒤섞인, 살아 있는 숨결이었다.

우리 일행을 태운 버스가 델리의 도로로 들어서자 소리가 한꺼번에 덮쳐왔다. 경적, 외침, 급정거 음, 규칙 없는 규칙, 혼돈의 리듬. 인도는 그 리듬에 맞춰 숨 쉬고 있었다. 도로에는 차와 릭샤, 오토바이, 사람, 소, 개가 서로를 피해 지나갔다. '피한다'기보다는 몸을 기울여 스치듯 통과했다. 경적은 '위험하니 비켜라'의 뜻이 아니라 '나, 여기 있다'의 표시였다. 그 소리가 공항 벽의 무드라와 닮아 있었다. 한 동작, 한 제스처마다 제 뜻을 품고 있듯 각각의 경적도 저마다의 이유가 있었다.

인도의 길거리가 차와 사람이 뒤엉켜 혼란스럽다.
말 그대로 델리의 혼돈은 무질서이면서 거대한 수화(手話) 같았다. 각자의 손짓으로 이뤄진 세계, 그곳에서 나는 아직 답을 배우지 못한 이방인이었다.

길에는 손으로 쪼갠 망고 향 같은 향이 기름 냄새와 섞여 있었다. 낯선 향이지만 묘하게 매혹적이었다. 먼지가 섞인 열기 속에서 사람들은 이야기하고, 웃고, 손짓했다. 나는 잠시 멈춰 그들을 바라봤다. 이 나라에서는 멈추는 것도 움직임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움직이지 않아도, 모든 것이 내 곁을 지나가며 흐르고 있었다. 인도는 한 문장으로 가둘 수 없는 땅이다.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스며들어 와 끝내 견디게 만드는 나라. 나는 이제 막, 그 혼돈의 첫 숨을 들이켰을 뿐이다.

호텔에 도착해 짐을 풀었다. 아홉 시간의 비행, 아홉 겹의 피로. 하지만 인도는 우리보다 세 시간 반 뒤의 시간 속을 살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하루의 절반을 잃는 대신 세 시간 반의 시간을 '얻었다.' 그 여유는 여행이 나에게 주는 첫 선물처럼 느껴졌다.

힌두교도들이 갠지스 강물에 몸을 씻으며 육신을 정화하고 있다.
인도는 거대하다.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넓은 328만㎢의 국토를 가진 나라로 남한 면적의 33배에 이르는 크기를 품고 있다. 그 땅 위에서 14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살아간다. 인구의 약 80%가 힌두교를 믿고 15%는 이슬람 교리를 따른다. 그 사이에 시크교와 자이나교, 불교, 기독교가 겹겹이 얹혀 있다. 하나의 나라 안에 여러 개의 세계가 동시에 존재한다. 이 모든 숫자와 정보로도 이방인의 시선에 딱 들어맞는 설명을 하지 못한다. 이 나라는 쉽지 않다.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인도는 헌법이 인정한 22개의 공용어 위로 천 개가 넘는 언어들이 흐른다. 수많은 언어는 서로의 경계를 넘나들며 살아있는 소리로 퍼져나간다. 그 안으로 한 발을 들어서면 언어와 종교, 삶의 방식이 끊임없이 부딪히고 흩어지며 끝내 하나로 묶이지 않는 속살을 어설프게라도 볼 수 있다. 여행 전에 알아본 그 많은 정보는, 이 땅에 발을 디딘 순간 쓸모가 없어졌다.

북인도 여행지도.
욕망과 금욕, 신과 인간, 질서와 무질서가 한데 뒤엉켜 끓어오르는 이 땅은, 하나의 문장으로 묶이기를 거부한다. 어떤 날은 명상의 얼굴을 하고, 어떤 날은 노골적인 욕망을 드러내며, 또 어떤 순간에는 이유 없이 무너져 내리는 카오스의 표정을 짓는다. 모든 것이 동시에 존재하는 곳, 인도는 자신을 스스로 설명하지 않음으로써만 존재하는 나라였다.

나는 호텔에서 쉽게 잠들지 못하고 새벽을 맞았다. 델리의 새벽은 이상하도록 느리게 깨어났다. 호텔 창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경적은 밤을 떠나는 듯하면서도, 여전히 도시를 지키고 있었다. 우리는 다시 공항으로 향했다. 바라나시로 가는 비행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국내선 터미널의 복도 안에는 요가 동작을 하는 인물들이 원형으로 배치돼 있었다. 조각상은 국내선 쪽 환승 동 안의 예술 설치물로, 인도 사람들의 신체적 수행과 영적 의미의 결합을 보여주었다. 정지된 몸들인데도 묘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 나라 사람들이 왜 그토록 요가를 지속했는지, 이유를 말하지 않아도 조금 알 것 같았다. 몸이 곧 언어이고 동작이 곧 명상인 셈이다.(사진 6. 요가 동작 조각상)

인도 현지 가이드가 짜이 한 잔을 건넸다. 잔의 표면이 뜨거웠고, 차는 달고 맵고, 묘하게 부드러웠다. 짜이는 단지 음료가 아니라 침묵의 간격을 메우는 일상의 의식 같았다. 그때 가이드가 주머니에서 몇 장의 지폐를 꺼냈다. 파랑과 갈색 노랑 빛의 잉크색이 물든 지폐에 간디가 있었다. 마하트마 간디는 모든 돈을 통과해 여전히 이 나라 사람들에게 존재하고 있었다.

모든 종교를 통합해 만든 비하이교의 연꽃사원.
비행기의 엔진이 먼 곳에서 울렸다. 그 울림은 델리의 혼돈 속 리듬과 닮아 있었다. 나는 새벽을 밀어내듯 천천히 게이트를 향했다. 그리고 이 도시의 공기를 마지막으로 깊게 들이마셨다. 마지막 여정으로 다시 델리에 돌아왔을 때, 나는 이 혼돈의 질서를 조금은 이해하게 될지도 모른다.

한 시간 반 후 비행기는 바라나시의 공기를 가르며 내려앉았다. 창문 밖으로는 서서히 밝아오는 강가에 빛이 퍼지고 안개에 젖은 대지가 보였다. 바라나시, 수많은 생과 죽음이 스쳐 간 장소. 나는 아직 땅을 밟지도 않았는데 어딘가로부터 오래된 숨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아침 식사의 짧은 휴식 속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델리에서의 첫 숨이 '현실의 공기'였다면 이제 바라나시의 공기는 '시간의 숨결'일지도 모른다고. 나는 곧 그 강에 도착해, 불과 물이 만나는 곳으로, 신과 인간이 같은 하늘을 바라보는 자리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신미송 굴포문학회장
3월 26일부터 4월 3일까지 나는 북인도에 있었다. 델리로 들어가 바라나시를 거쳐 사르나트를 탐방하고 카주라호의 사원군을 보고 아그라에서 타지마할 묘를 거쳐 핑크빛 도시 자이푸르를 둘러보고 다시 델리로 돌아오는 여정이었다.

북인도를 걸으면서 먼지와 향이 섞여 있는 그곳의 공기로 숨을 쉬었고, 무심히 나를 비추는 햇살을 맞이했다. 나는 그곳의 깊은 눈빛 사이에서 내 안쪽이 조금씩 고요해지는 것을 느꼈다. 나는 멀어져 있던 나를 다시 바라보았다. 이야기는, 그 때부터였다.

<글·사진=신미송 굴포문학회장>

Copyright © 기호일보. 무단전재, 재배포, AI학습·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