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Story] 한화 이글스 장진혁

네 인생의 슈퍼스타

2024년 9월 30일, ‘하늘의 나침반’이라 불리는 북극성보다 더 밝게 빛나는 존재가 나타났다. ‘새로운 별’을 뜻하는 ‘신성’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 우주 현상은, 사실 새로운 별이 탄생한 것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에 타버린 별이 80년 만에 재폭발을 한 것이다. 수억의 시간 동안 행성 주위를 돌고 또 돌았던 별은, 제 몸을 불태우며 다시 한번 빛을 발했다. 그리고 31년 전 9월 30일에 태어난 한 야구선수 또한, 오랜 기다림 끝에 자신의 빛을 내고 있다. 바로 2016년에 한화 이글스에 입단한 장진혁이다. 대학 입학 후 꾸준한 성적과 졸업 직전 히트 포 더 사이클까지 기록하며 단숨에 주목받은 그. 입단과 동시에 반짝였지만, 아쉽게도 그 영광은 찰나였다. 하지만 특유의 성실함을 연료로 8년 만에 궤도에 오르며 누구보다 빛난 한 해를 보냈다. 우주 현상에 지나지 않는 신성과 달리, 진정한 별로 계속해서 빛날 그의 야구 인생을 전해본다.

Photographer Mino Hwang Editor Yeonsu Kim Location Daejeon Hanwha Life Eagles Park

#후회 없이만 산다면

정규 시즌이 끝난 지 일주일 정도가 흘렀네요.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요? (10월 7일 인터뷰)
시즌이 끝나고도 계속 훈련이 있었어요. 곧바로 내년 시즌 준비를 해야 하니까 평소와 별로 다를 거 없이 지내고 있어요. (한화가 시즌 마지막까지 치열한 순위 싸움을 하면서 제대로 휴식기도 못 가졌겠어요.) 아무래도 그렇죠. 그래도 오늘은 휴식일이라 푹 쉬고 있습니다.

시즌 막바지까지 5강 싸움을 한 데 공이 크다는 평이 자자해요. 스스로 느끼는 이번 시즌은 어땠나요?
허무하고 아쉬운 부분이 더 떠올라요. 특히 시즌 마무리가 가장 아쉽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제가 또 욕심이 많은 편이라 6~70%밖에 만족스럽지 않네요.

#그것이 슈퍼스타

올해 인상적이었던 경기를 하나씩 되짚어 볼게요. 데뷔 첫 만루 홈런이 터졌던 6월 19일 키움전부터 얘기를 해볼까요?
일단 그 전날부터 타석에서 반응이 괜찮다고 느낀 시리즈였고요. 그래도 홈런까지는 예상을 못 했는데, 타이밍이 잘 맞아떨어졌다고 생각해요. (타격하자마자 홈런이라고 느껴지던가요?) 맞자마자 이건 넘어갔다 싶었어요. 운이 좋았죠.

본인 타석 앞에서 만루 기회가 찾아왔을 때 느낌은 어땠어요?
최대한 신경을 안 쓰고 제가 해야 하는 것에만 집중하려고 했어요. 타석에 들어설 때 ‘공격적으로 치자’라는 각오로 임했습니다.

그 홈런으로 개막 두 달이 지나기도 전에 단일 시즌 개인 최다 홈런을 기록했어요. 시즌 초반부터 올해의 활약을 예상했나요? 아니면 예상보다 페이스가 빠르다고 느꼈나요?
시작부터 확신은 없었는데, 한 번씩 좋은 결과가 나올 때마다 ‘그래도 비시즌에 준비를 잘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년보다 2배 가까이 상승한 장타율도 눈에 띄어요. 비시즌 동안 특별히 준비한 부분이 있을까요?
강한 타구를 만들기 위해 기술적인 부분을 연습한 것도 있지만, 마음가짐에 변화를 준 게 더 크게 작용한 거 같아요. 뭐랄까, 말로 설명하기가 좀 어려운데… 오히려 편하게 생각했달까요? 마음이 복잡하지 않을수록 몸은 더 가볍게 움직이더라고요.

가벼운 몸놀림 얘기를 하자면 7월 4일 경기를 빼놓을 수 없죠. 번트로 마치 3점 홈런을 친 효과를 낸 게 화제를 모았어요.
평소 연습해 온 상황에서 나온 작전이었고요. 미리 준비를 잘 해두기도 했고. 또 운이 좋은 타이밍에 번트가 잘 맞았죠. 거기에 상대 실책까지 있었던 덕분입니다. (활약에 대해 회상할 때마다 항상 ‘운이 좋아서’, ‘타이밍이 맞아서’라는 표현을 덧붙이네요?) 그 상황에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은 다 했고, 그 후에는 운이 따라줘야만 좋은 결과가 벌어진다고 생각해요.

해당 경기를 마치고 갑자기 7월 타율이 1할대로 떨어지면서 슬럼프가 찾아왔어요. 당시 어떤 부분이 영향을 미쳤던 걸까요?
정확한 원인은 잘 모르겠어요. 아마 체력이 떨어졌던 거 같아요. 이번 시즌처럼 계속 스타팅으로 시합에 나간 게 꽤 오래된 일이었거든요.

하지만 8월에는 타율 0.354로 올해 최고의 타격감을 보여줬어요. 평소 위기가 찾아오면 변화를 주는 편인가요? 아니면 언젠가 달라질 미래를 믿고 유지하는 편인가요?
상황마다 다른데요. 바꿔야 하는 부분은 수정하기도 하지만, 믿고 밀고 나갈 때도 있어요. 제가 한동안 부진하면서 경기를 못 나갔던 시기가 있었거든요. 그게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했어요. 분명 다시 올라갈 수 있다고 되뇌면서, 잘 먹고 체력도 비축하면서 해야 하는 것도 꾸준히 하면서 지냈어요. 그렇게 연습 과정을 반복하면서 준비했습니다.

항상 반복하는 연습 과정이 있나 봐요?
네, 평소 루틴이 확실한 편이에요. (어떤 건지 알려줄 수 있어요?) 근데 이건… 얘기하기가 좀 그런… 말로 설명하기가 어렵네요. (혼자만 야구 잘하려고 일부러 숨기는 건가요?) 아니, 아니에요. (더듬)

이후 9월 4일 KIA 타이거즈와의 연장 승부 중 과감한 주루 플레이로 만든 끝내기 득점도 인상 깊었어요. 당시의 플레이는 순간적인 판단이었나요?
단독 판단이었죠. 평소 경기할 때도 주루할 때만큼은 순간적인 판단이 중요하다고 보거든요. 스스로 그 부분이 자신 있어서, 항상 누상에 나가면 틈을 노리면서 과감하게 시도합니다.

체격이 큰 편인데도 활발한 주루로 인해 민첩한 느낌이 강하게 들어요.
작은 키도 아니고 사실 주력이 엄청 빠른 편도 아니긴 하죠. 대신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주루 플레이를 제대로 배웠어요. 타이밍을 잡고 빠르게 결단을 내려야 할 때 확실하게 움직이는 걸 어렸을 때부터 몸으로 익혀두니까, 항상 자신감 있게 뛰고 있습니다.

#모습은 까무잡잡한 스포츠맨

이번 시즌부터 공·수·주 모든 부분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이제는 ‘장진혁만의 야구’가 정립된 걸까요?
워낙 야구는 변수가 많은 운동이라, 아직 그런 느낌은 안 들어요. 아직은 경험을 쌓으면서 저만의 야구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현재까지 생각하는 나만의 야구 강점은 무엇인가요?
일단 잘 아프지 않다는 게 장점이고요. 음… (정적) 제가 되게 진중한 편이거든요. 이걸 나쁘게 보는 분들도 있는데, 항상 진심을 다하고 성실한 게 저만의 장점이지 않나 싶어요. 다른 타격이나 수비, 주루 이런 것보다도 야구를 대하는 태도가 중요하니까요.

인터뷰일 기준으로 어제부터 한화 미야자키 교육리그가 시작됐어요. 조금씩 다음 시즌 준비를 시작하고 있는데, 앞으로 비시즌 준비는 어떻게 할 예정이에요?
일단 마무리 캠프를 갈 예정이고요. 올 시즌이 끝나고 공·수·주에서 부족하다고 느낀 부분들이 각각 있어서, 캠프에 가서 채우려고 합니다. (전지훈련이나 원정 갈 때 꼭 챙겨가는 필수품이 있을까요?) 아! 있어요. 곧바로 떠오른 게 있는데… 비밀이에요. (공개 가능한 물건 중에 또 없어요?) 음, 향수요. (즐겨 쓰는 향수는 어떤 거예요?) 그것도 비밀이에요. 제 취향이 확고해서 향은 공유 안 할 겁니다! (단호)

지난 비시즌 때는 삼성 라이온즈 강민호가 ‘다른 팀 선수 중에 가장 기대되는 선수’로 장진혁을 꼽았어요. 평소에 친분이 있나 봐요?
아뇨, 친분이 아예 없어서 저도 유튜브로 봤어요. 처음 얘기를 들었을 때 정말 감사했고, 이후로도 시합 때 보면 말도 먼저 걸어주시고 농담도 하면서 편하게 해주셨습니다. (강민호의 친화력은 워낙 유명하잖아요. 어떤 식으로 농담을 건네나요?) 진짜 선배님은 너무 재밌어요. 그 유튜브에서 좋은 말씀을 남기신 이후로 다가오셔서는 계좌번호 남겨놓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웃음) 나중에 기회가 되면 보답해야죠.

입대 전에는 ‘정신적으로 강해져야겠다’라는 다짐을 새긴 적이 있어요. 무슨 의미에서 남긴 말이었나요?
특별히 힘들거나 약해진 건 아니었는데, 공익으로 군 복무를 하면서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에 제약이 늘었잖아요.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단단함을 갖고 싶었습니다.

소집 해제가 되고 곧바로 질롱 코리아에도 합류했어요. 질롱 코리아를 통해서는 어떤 부분을 보완하고 싶었어요?
전역을 시즌 중간에 하기도 했고, 그동안 야구를 못 했으니까 경기에 나가서 적응해야 했거든요. 이제는 나이도 찼고 빨리 성과를 내야 하는데 남은 경기가 별로 없었으니까요. 다음 시즌이 오기 전에 최대한 경험을 쌓고 싶다는 마음이었어요.

당시 질롱 코리아에서 주장을 맡았는데, 어떻게 하다가 주장을 맡게 됐어요?
이병규 감독님의 요청으로 맡게 됐습니다. 학교 다닐 때도 주장을 해서 큰 어려움은 없었고요. 그리고 다양한 팀 선수들이 모여서 경기하다 보니까, 제가 크게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없었어요. 딱히 부담 없이 애들이랑 잘 지내는 부분에만 신경 썼습니다. (나중에 한화의 주장도 한번 기대해 봐도 될까요?) 만약 그만한 실력도 갖추고 선수들에게 모범이 될 수 있는 위치가 된다면, 얼마든지요!

팀 내에서 두루두루 잘 지내는 모습이에요. 특히 하주석과 유독 친해 보이던데, 아무래도 예전에 국가대표팀도 함께 다녀온 덕분일까요?
그렇죠. 사실 고등학생 때 대표팀으로 갔을 때는 그렇게 친하지는 않았고요. 제가 대학 졸업하고 입단한 이후로 가까워졌어요. 아무래도 주석이는 먼저 입단해서 어느 정도 프로에 자리를 잡은 상태여서, 제가 팀에 적응하는 데 도움을 줬죠.

키움 히어로즈의 송성문을 포함한 많은 선수가 본인의 응원가가 마음에 든다고 얘기하곤 해요. 이것도 하주석의 추천이었죠?
맞아요. 그때 이글스TV에서 응원가 고르기 영상을 찍다가 제가 전화해서 물어봤어요. 지금 응원가 말고도 괜찮은 게 후보로 몇 개 더 있었거든요. (평소에 결정을 잘 못하는 편인가 봐요?) 지금은 잘하는데 그때는 못 했어요.

본인의 취향 100%를 반영한 노래는 어떤 거예요?
밝은 노래가 취향이에요. 팝송도 자주 듣고 데이식스 노래도 즐겨 듣습니다. (최근에 등장곡도 밝은 분위기로 바뀌었던데, 그런 스타일을 좋아하는 거죠?) 그렇죠. 근데 사실 지금 노래도 엄청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아직 그만한 노래를 찾질 못했어요. 진짜 괜찮은 곡을 찾으면 다시 바꾸고 싶어요. (다음에 등장곡이 다시 바뀐다면 그때는 장진혁의 취향을 알 수 있는 노래겠네요?) 그렇죠!

최근 이글스TV에서 한 단독 인터뷰 영상 내용 중에 길거리 캐스팅 일화가 여전히 화제예요. 배우 정우성의 매니저한테 명함을 받았다면서요?
대학생 때 야구부 숙소가 서울 한남동에 있었거든요. 그래서 숙소 근처에 일반 헬스장에 다니면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어요. 그날도 헬스장에 가고 있었는데 누가 갑자기 명함을 주시면서 ‘정우성 씨 매니저’라고 소개를 하시더라고요. 설마 진짜일까 싶어서 의심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까 진짜 매니저님이 맞더라고요.

그만큼 수려한 외모로 유명해요. 지난 문동주와의 인터뷰(2023년 9월 호)에서 이글스 내 잘생긴 선수에 관해 묻자, 망설임도 없이 본인을 꼽더라고요. 스스로 보기엔 어때요?
그렇다 하기에는 저도 이제 나이가 있어서 잘 모르겠습니다. (원래 나이가 들면서 더 멋있어지고 그런 거 아닌가요?) 맞는데, 잘생긴 동생들이 들어왔으니까요. (그렇다면 예전에는 1등이었다는 건가요?) 뭐, 상위권은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니라고는 절대 말 안 하네요?) 네. (즉답)

이번 화보 촬영하는 동안에도 “잘생겼다”라는 말에 딱히 부정을 안 하더니, 이번에도 순순히 인정하네요?
안 그래도 촬영 내내 띄워주시더라고요. 근데 부정을 안 한 건 아니고 그냥 가만히 있었던 거죠. (그게 그거 아닌가요?) 그렇네요?

가만 보면 끼가 넘쳐요. 이글스TV에서 노래, ASMR, 유행 릴스, 라디오 등 콘텐츠 촬영을 다양하게 했던데요?
나서는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또 빼는 스타일도 아니에요. 그리고 계속 하다 보니까 조금씩 나아지더라고요. (그중에서도 ‘목도리 매는 방법’ 특강 영상이 인상적이에요. 그 영상은 어쩌다 찍게 된 거예요?) 그러니까요. 저도 그걸 왜 찍었는지 모르겠는데, 별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영상이에요. (이번에 2024년 <더그아웃 매거진> 버전으로 촬영 부탁하려고 했는데, 어려울까요?) 아~ 힘들 거 같은데요. (아아…) 알겠습니다. 다음에 또 출연하면 다시 해볼게요. (웃음)

원래 성격은 낯을 가리잖아요. 그래서인지 팀 내에서도 안치홍이나 임종찬처럼 조용한 성격의 선수들과 더 가까워 보여요.
아무래도 제가 에너지 넘치는 편은 아니라서요. 근데 또 결이 맞는 사람이랑은 친해지면 말이 많아지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런 사람들이랑 대화하는 게 편하고 큰 감정을 쓰지 않아도 되니까 좋아요.

프로에서는 주목받는 일이 많은데 관련해서 어려움은 없어요? 수만 명의 사람이 나를 지켜볼 때의 감정은 어떤 느낌이에요?
성격이 내성적이다 보니 어릴 때는 힘들었는데, 이제는 괜찮아졌어요. 야구를 잘할 때는 그 시선을 즐기다가도, 잘 안 풀리는 날이면 아무래도 의식이 되긴 하죠. 그래도 많은 사람 앞에서 야구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아니까, 기쁜 마음이 더 커요.

성격과 달리 격렬한 활동을 해야 하는 운동선수를 직업으로 선택했어요. 처음 야구선수를 꿈꾸게 된 계기가 궁금한데요?
저희 아버지도 야구를 하셨어요. 주변 환경 때문에 자연스럽게 야구를 자주 접하면서, 야구를 한번 해보고 싶다고 말씀드렸죠. (그랬더니 부모님께서 바로 허락해 주셨나요?) 아뇨. 처음에는 축구를 하겠다고 했는데, 축구는 안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너무 어릴 때라 반대하신 이유는 모르겠는데, 이후에 야구하고 싶다고 말했더니 그때는 바로 주변 초등학교에 가서 테스트를 보자고 하셨어요.

아버지는 어떤 포지션이었나요?
외야수셨는데, 한 번도 야구하시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요. 아마추어까지만 하고 그만두셨거든요. 올 시즌에는 야구장에 자주 오셔서 제 경기를 종종 보셨는데, 반대로 제가 아버지가 야구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감회가 새로울 거 같아요.

만약 나중에 본인의 아들이 야구선수가 되고 싶다고 하면, 전적으로 지원해 줄 의향이 있나요?
충분히 얘기를 나눠보고 정 한다고 하면 그때는 지원해 줄 거 같아요. 단순하게 하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할 수 없는 일이란 걸 아니까요. 만약 아들이 생겨서 야구선수가 하고 싶다고 말할 때면 분명 어린 나이겠죠. 그래도 현실적인 얘기를 전부 해주고 이후에 선택하게 할 거예요. (T세요?) 아뇨, F인데요. 살다 보니 T로 살아야 하는 경우가 더 많더라고요. T가 아니면 못 살아요.

#괜찮아 잘 될 거야

그만큼 살아남기 힘든 프로의 세계를 겪었기 때문이겠죠? 특히 대학 시절 4년 내내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만큼 입단 직후의 현실이 더욱 가혹하게 느껴졌겠어요.
아무래도 입단 이후에 기대감이 컸거든요. 근데 입단과 동시에 몸이 안 좋아서 캠프도 못 가고 수술하고 재활만 하면서 지내면서 정말 힘든 시기를 보냈죠. 그 이후로 1군에 올라가기까지의 2년이라는 시간이 허비한 게 지금까지도 가장 아까워요.

그 2년의 세월을 어떻게 보내면서 견뎠나요?
흔히 ‘3군’이라고 부르는데, 퓨처스리그에도 나가지 못하고 정말 연습만 하면서 지냈어요. 대졸에 군 문제도 해결이 안 됐는데, 보여줄 기회조차 없으니까 빨리 군대를 다녀올까 하는 고민도 했어요.

그렇다면 야구 인생에서 그때가 가장 힘들었던 순간일까요?
그 시기랑 작년이요. 질롱 코리아도 다녀왔으니까, 이제는 정말로 잘해야 하는 시즌이었거든요. 근데 기대에 못 미치고 1·2군을 계속 왔다 갔다 했어요. 2군에 가면 어린 선수들도 많다 보니 부정적인 생각까지 들더라고요.

특히 오가는 버스 안에서 여러 생각에 잠기곤 했겠어요.
많이 했죠. 근데 모든 야구선수가 언제든 2군에 갈 수 있는 거고, 저한테도 그런 일이 생긴 것뿐이니까요. 최대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 내려갈 때마다 ‘이제 내가 뭘 준비하면 될까?’ 하면서 정확하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 분석했어요. 절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면서 단단해질 수 있었죠. 그렇게 작년 한 해 동안 준비하니까, 이번 시즌 더 나은 결과 있었다고 봅니다.

#네겐 눈부신 미래가 있어

긴 담금질로 단단해진 덕분에 올해 최고의 시즌을 맞은 거네요. 본인의 야구 인생에 있어 올해가 특별하게 기억되겠는데요?
글쎄요. 제 커리어에 있어서 이제야 조금 괜찮은 한 해를 맞은 건 맞지만, 특별한 시즌이라고 느끼진 않아요. 그냥 하루하루에 집중하고 주어진 순간에 몰입하며 지냈을 뿐이에요. 시즌이 끝나고 다시 되돌아봐도, 지나간 날들은 그저 지나간 거로 남겨두려고요. 내년도 조금씩 나아간다는 것에만 집중해서 차근차근 준비해야죠.

먼 훗날 팬분들께는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어요?
그런 부분까지는 고민해 본 적이 없어서요. 항상 성실하고 최선을 다하고 이런 건 정말 기본적이고 누구나 다 하는 거잖아요. 이 외에 다른 부분은 생각이 안 나서… 너무 어렵네요.

질문을 살짝 바꿔볼게요. 본인이 그리는 야구선수로서의 이상향은 어떤 모습이에요?
이상향이라고 하기엔 거창하지만, 매번 다짐하는 건 있어요. 결과가 어떻게 되든 ‘내 스타일대로 후회 없이 경기하고, 항상 내가 어떤 선수인지 야구장에서 보여주자’라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장진혁을 응원하는 팬분들께 한 마디 전하면서 마무리할게요!
지난 오랜 시간 동안, 그리고 이번 시즌에는 더 많은 팬분의 응원을 받을 수 있어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내년에 조금 더 발전한 모습 보여드리면서 그 응원에 보답할 수 있는 선수가 되겠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4년 163호 (11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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