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헌 ‘더피’가 우리와 함께 할 수 없는 이유

더피의 모티브가 된 ‘한국 호랑이’는 한국에서 멸종당했다. 또한 환경적·안전상의 문제로 인간과 호랑이가 자연에서 공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현실이다./ 넷플릭스

세계적 열풍을 일으킨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데몬헌터스(이하 케데헌)’의 마스코트는 호랑이 ‘더피’다.

더피는 이승과 저승을 자유롭게 오간다. 주인공의 집 바닥에서 잠을 자는 더피는 커다란 반려 고양이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와 달리 현실에서 더피는 우리와 함께 할 수도, 어디든 자유롭게 이동할 수는 없다. 더피의 모티브가 된 ‘한국 호랑이’는 한국에서 멸종당했다. 또한 환경적·안전상의 문제로 인간과 호랑이가 자연에서 공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현실이다.

◇ 일제강점기부터 6.25까지… 호랑이의 수난

국립생태원, 한국범보전기금 등 국내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더피의 정체는 ‘아무르호랑이(Amur tiger)’로 추정된다.

주로 ‘시베리아 호랑이’라고 불리는 종으로 한국의 ‘백두산 호랑이’와 같은 종이다. 중국 동북부와 러시아 극동 연해주 지역 시호테알린 산맥 일대에 소수가 생존해 살아가고 있다.

사실 과거엔 아무르 호랑이와 한국 호랑이는 다른 종으로 분류됐었다. 하지만 2012년 서울대 연구팀의 연구로 두 호랑이가 사실 같은 종임이 증명됐다.

서울대 연구팀은 한반도에서 잡힌 4마리의 호랑이 뼈 샘플, 일본·미국 박물관에서 얻은 시베리아 호랑이의 미토콘드리아 DNA(mtDNA)의 염기서열을 비교했다.

그 결과, 세 개체 모두 아무르 호랑이와 유전자가 동일했다.

아무르 호랑이가 멸종위기에 처한 이유는 복합적 이유가 있다. 먼저 우리에게 대표적으로 알려진 것은 일제 강점기의 ‘해수구제사업’이다. 이는 일제시대 조선총독부가 ‘사람과 재산에 위해를 끼치는 해수를 구제한다’는 명목으로 야생동물을 포획·사살한 정책이다./ 한국범보전기금

안타깝게도 아무르 호랑이는 한국의 야생에서 볼 수 없다. 오래 전 국내 자연 환경에서 멸종당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러시아와 중국 지역에 살아남은 호랑이들도 개체수는 대단히 부족한 실정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 따르면 현재 아무르 호랑이는 위기(EN, Endangered) 등급으로 분류된다. 이는 야생에서 높은 절멸 위기에 직면한 상태를 뜻한다.

아무르 호랑이가 멸종위기에 처한 이유는 복합적 이유가 있다. 먼저 우리에게 대표적으로 알려진 것은 일제 강점기의 ‘해수구제사업(害獸驅除事業)’이다.

이는 일제시대 조선총독부가 ‘사람과 재산에 위해를 끼치는 해수를 구제한다’는 명목으로 야생동물을 포획·사살한 정책이다.

이 정책으로 인해 아무르 호랑이와 표범, 늑대가 다수 사살됐다. 실제로 조선총독부 통계연보에 따르면 1915년부터 1942년까지 포획된 호랑이는 141마리다. 현재 생존한 아무르 호랑이 개체가 약 560~750마리 수준인 것을 생각하면 상당한 숫자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해수구제사업이 자행된 1940년대 이후 아무르 호랑이는 사실상 한반도에서 절멸됐다고 한다.

독립 이후 발생한 ‘6.25 전쟁’은 호랑이 절멸에 쐐기를 박는 역할을 했다. 서식지 파괴, 환경오염 등으로 호랑이가 더이상 한국 산간 지역에서 살 수 없어졌기 때문이다.

알래스카대 연구팀에 따르면 베트남전쟁 당시 산림 20%가 고사했고, 군인과 난민의 야생동물 식량화로 대다수 생물종이 멸종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부터 시작된 NEASPEC 프로젝트에 따라 아무르 호랑이 보전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러시아 연해주에서 촬영된 아무르 호랑이 가족,/ NEASPEC

◇ 아무르 호랑이 보전을 위한 노력들

생태학적 관점에서 아무르 호랑이의 종 보전은 매우 중요한 가치가 있다. 호랑이와 같은 대형 포식자가 있어야 자연 생태계의 균형이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반도에서 호랑이가 멸종된 이후 멧돼지, 고라니 등 중대형 동물들의 개체수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늘어났다.

현재 동북아시아 지역 생태학자들은 아무르 호랑이의 보전을 위한 연구와 추적을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활동은 ‘동북아환경협력계획(NEASPEC)’이다.

NEASPEC은 동북아시아의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 간 환경 협의체다. 1993년 설립돼 △국경 간 대기 오염 △생물 다양성 및 자연 보호 △해양 보호 △저탄소 도시 △사막화 및 토지 황폐화 방지의 5가지 핵심 의제를 다루고 있다.

2007년부터 시작된 NEASPEC 프로젝트에 따라 아무르 호랑이 보전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14년에는 중국-러시아 국경을 넘나드는 아무르 호랑이의 DNA 샘플 수집이 이뤄졌다.

이를 통해 각 호랑이들의 공동 유전자 분석을 진행, 이들의 생태계 연구와 보전 활동에 이용하고 있다.

이 같은 과학자들의 노력으로 아무르 호랑이 개체수는 최근 눈에 띄는 회복세를 보였다.

러시아 비영리기구 ‘아무르 호랑이센터(АМУРСКИЙ ТИГР)’는 2013년부터 2023년까지 연해주 지역의 아무르 호랑이 개체수를 조사한 결과 현재 추산 규모는 약 750여 마리라고 한다. 1940년대 40마리 미만이었던 개체수가 크게 회복한 것이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서 살고 있는 아무르 호랑이 '우리'의 모습./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다만 서식지가 고립된 아무르 호랑이들은 근친교배 등으로 인한 유전병이 발생할 우려도 존재한다.

서울대 수의학과·러시아 표범의 땅 국립공원(Земля леопарда) 등 국제 공동 연구진은 지난해 12월 러시아 남서쪽 프리모리예 지역 아무르 호랑이 32마리의 유전자를 분석했다. 그 결과, 대부분 개체서 유전적 고갈 징후가 발생함을 확인했다.

한국에서도 아무르 호랑이 복원 및 보전을 위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 2018년 환경부는 백두산 호랑이, 즉 아무르 호랑이의 서식환경 보호사업과 남북 DMZ 생물상 조사를 통한 한반도 상징지역 및 상징동물 보전협력을 추진 중이다.

또한 국제사회와의 협력도 진행 중이다. 국립생태원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청주동물원은 ‘유럽 멸종위기종 보전 프로그램(EEP)’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아무르 호랑이와 함께 대표적인 한국의 ‘범’인 아무르 표범의 번식과 보전 협력을 위한 것이다. 지난 2018년 서울대공원도 EEP를 통해 국내 최초로 아무르 표범을 데려오기도 했다.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복원연구팀이 제작한 ‘동북아시아 아무르 표범 잠재적 서식지’ 지도의 초안. 아직 미완성 단계이긴 하지만 남한 내 아무르 표범의 생존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는 자료다. 데이터 분석 결과 표범과 같은 대형 육식동물은 국내서 살아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국립생태원

◇ 그러나 함께 할 순 없다… 쉽지 않은 공존의 길

그렇다면 더피, 즉 아무르 호랑이는 한반도 지역 내에 복원 가능성이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불가능’에 가깝다.

국민 안전과 사회적 인식, 서식지 환경의 부적합성 등 복합적인 문제 때문이다. 아무르 호랑이는 대형 포식자다. 국내 복원사업을 통해 자연으로 방사된 반달가슴곰과는 위험성 자체가 다르다.

만약 아무르 호랑이가 현재 산간 지역에 방사될 경우, 위험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다. 실제로 2019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지역에선 호랑이가 이틀 연속으로 사람을 습격한 사건이 있었다. 두 번의 습격에서 1명이 부상을 당했고 50대 농부 한 명이 목숨을 잃었다.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은 멸종위기종 복원 시 ‘멸종위기 야생생물 표준 복원 가이드라인’에 맞춰 진행했다. 이때 ‘위험성 평가’도 실시한다.

복원한 멸종위기종이 인간에 직·간접적인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평가다. 이 항목에서는 ‘인간의 삶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인명 사고 등)’ 항목도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따라서 아무르 호랑이가 국내 숲에 복원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환경적으로도 우리나라는 적합도가 낮다.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연구진들은 2022년부터 ‘동북아시아 아무르 표범 잠재적 서식지’ 지도를 제작 중이다. 머신러닝 모델에 표범의 행동, 서식지 정보 등을 학습시킨 것이다.

이를 활용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국내 강원도와 봉화, 영양, 청송 등 경상북도 북부지방을 제외하면 국내선 아무르 표범이 살아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인간과 활동 반경이 겹치며 사냥 활동이 어렵고 로드킬 위험도 높아서다. 표범보다 활동 반경이 두 배 이상 넓은 호랑이의 경우엔 더욱 불가능한 셈이다.

임정은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복원연구팀 선임연구원도 “연구자들이 말하는 보전은 한국 내 자연 환경에 표범이나 호랑이를 복원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며 “동북아 자연 지역에 호랑이와 표범이 어디에 살 수 있을지, 무엇을 먹고 사는지 연구해 이들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호랑이가 증가하면서 중국은 사람과 마주치는 일이 전에 비해 많이 늘었고 안전문제로 우려가 많은 게 사실”이라며 “우리나라에 복원은 사실상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호랑이와의 공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해, 배려, 너그러움일 것”이라며 “물론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호랑이, 표범들의 습성을 이해해 위험을 막고 이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호랑이와 같은 야생동물과의 공존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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