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BA 깜짝 4강' 정보윤 "대회 짐 조금 챙겼는데, 높이 가니 손빨래까지"[스한 위클리]
[효창동=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강원도 정선에서 12월의 시작을 뜨겁게 달군 하이원리조트 LPBA(여자프로당구) 챔피언십 2024는 이번에도 '당구 여제' 김가영의 우승으로 끝났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2001년생의 젊은 피가 보여준 돌풍은 프로당구 팬들에게 신선한 재미와 충격을 전달하며 또 다른 이슈로 떠올랐다.
스포츠한국은 프로당구 PBA 휴식기에 서울시 용산구 효창동의 당구클럽에서 정보윤(23) 선수를 만나 커리어 첫 4강 돌풍 비결, 당구와 함께한 삶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고등학생 때 본격적으로 당구에 입문한 정보윤은 2022~2023시즌 개막전에서 프로로 데뷔해 3시즌 째 LPBA 무대를 누비고 있다. 종전 최고 성적은 지난 시즌 9차 투어에서 거둔 32강. 올 시즌에도 최고 성적이 64강일 정도로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이던 정보윤은 이번 대회에서 PPQ(1차예선) 라운드부터 시작해 양혜영, 김한길, 김세연, 김보라, 강지은, 이우경을 차례로 꺾고 4강에 올랐다. 비록 김보미에 패해 결승 진출에 실패했지만 누구도 쉽게 예상하지 못한 돌풍을 일으키며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아직은 얼떨떨해요. 개인 순위가 높아 시드권에 있는 선수들은 64강부터 시작하지만, 저는 첫 라운드부터 시작하다보니 4강에 오르기까지 6명을 꺾게 되더라고요. 사실 최근까지 긴 슬럼프에 빠져 64강 이상 올라가지 못하고 있었고, 이번 대회에서도 워낙 강한 상대들을 연달아 만나다보니 '이 사람을 반드시 이겨야겠다'는 생각보다는 '후회없는 경기를 하자'는 마음이 강했어요. 언더독인 제가 바짝 추격하면 오히려 상대가 당황할 수 있다고 봐서 기본적인 공 배치가 나왔을 때 놓치지 않고 계속 득점하려 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듯해요."

정보윤은 이번 대회에서 있었던 일화도 함께 전했다. 이전까지 부진을 겪다보니 발생한 '웃픈(웃기면서도 슬픈)' 상황이었다.
"강원도 정선에서 치러지는 대회다보니 현지에서 지낼 때 필요한 짐을 싸야 하는데, 워낙 슬럼프가 길어서 64강보다 높은 성적을 기대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2~3일치 짐만 챙긴 거예요. 그런데 생각보다 성적이 좋아 높이 올라가다보니 다음날 입을 옷, 신을 양말이 없더라고요(웃음). 다시 집으로 돌아갈 시간도 없으니 다급하게 손빨래해서 다음 경기 복장을 준비했어요. 쉽지 않은 상황에서 커리어 첫 4강 진출을 하니 부모님이 정말 좋아하셨어요. 평소에 딸을 향한 기대가 크셔서 조언도 많이 해주시는데, 4강을 이루고 나니 '이제 뭐라고 못하겠네'라고 말하시더라고요(웃음). 저 역시 또래 중에 4강 진출 경험자가 많지 않기에 한층 더 자신감을 얻었어요."

부모님 중에서도 아버지의 열정이 정보윤을 당구의 길로 이끌었다. 관심 없던 당구를 억지로 연습해야한다는 사실에 속상하기도 했던 고등학생은 어느새 여자프로당구계의 실력자가 돼 있었다.
"고등학생 때 아버지의 권유로 당구에 입문했어요. 그전까지 당구장에 다녀본 적도 없고 당구 규칙도 모를 정도로 관심이 없었는데, 갑자기 당구장에 와서 연습을 하자니 이 스포츠에 정을 붙이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당구를 시작하고서 1년 반 동안 아버지랑 매일 싸웠어요(웃음). 그러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제대로 된 대대 전용구장에서 새로운 선생님에게 배웠는데 거기서 동갑이지만 이미 경력에서 한참 앞선 용현지, 한지은 선수를 만나게 됐어요. 당시 연습장 손님들이 지나가면서 '저 친구들을 따라가려면 몇 배로 연습해야 돼'라는 등 비교를 많이 하시더라고요. 혼자 당구장에 남아서 연습을 하고 있는데 그런 말을 들으니 독기가 생겼어요. 지금에 와서는 연습장에 그 친구들이 없었다면, 제가 당구선수로서 이름을 알리고 인터뷰를 하는 일이 없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해요."

정보윤은 이번 투어 4강으로 내년 3월 열릴 시즌 왕중왕전 'LPBA 월드챔피언십 2025' 진출권 안에 들게 됐다. 상금 순위 32위까지 월드챔피언십에 출전하는데 정보윤은 현재 29위다. 남은 하나의 투어에서 순위를 지켜낸다면 '별들의 전쟁'에 참전하는 것. 또한 투어 4강이라는 활약은 다음 시즌 팀리그 드래프트에서 구단들의 이목을 끌 만한 성적이기도 하다.
"4강에 한 번 오르니 기회가 오면 또 잡을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을 갖게 됐어요. 월드챔피언십 역시 그전까지는 꿈도 꾸지 못했는데 4강이라는 성적 한 번에 참가를 노려볼 수 있게 되더라고요. 물론 진출하면 정말 좋겠지만 '이번에 못가도 다음에 가면 된다'는 마음으로 욕심 없이 남은 시즌에 임할래요. 팀리그 합류에는 욕심을 조금 더 갖게 됐지만 구단에서 뽑아줘야 할 수 있는 것이기에 역시 안 돼도 어쩔 수 없다는 마음이에요. 기회가 이번 시즌에만 있는 건 아니고 선수로서 열심히 할 날이 앞으로 많이 남았기에 너무 앞에 놓인 것만 보고 가지는 않으려고요."
정보윤에게 마지막 질문으로 '나에게 당구란'이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고등학생 때 대학 입시를 겪었다면 느낄만한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며 인터뷰 말미를 웃음으로 채웠다.
"그동안 부모님과 팬들의 응원과 기대에 보답하지 못해 미안했는데, 이번 4강 진출로 부담을 싹 씻어낸 듯해 정말 좋아요. 어떤 성적이 나오든 변치 않고 응원해주는 것에 항상 따뜻함을 느껴요. 좋은 큐를 후원해주시는 고리나 대표님에게도 감사해요. 지금 생각해보면 당구는 저에게 '인생' 같아요. 당구가 없으면 뭘 할지 상상이 안 되고, 당구를 하면서 힘들었던 시간과 좋았던 시간이 모두 섞여 있어요. 그래서 인생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지나온 날을 돌아보면 참 뿌듯해요. 물론 과거에 했던 과정을 다시 겪으라고 한다면 절대 안 해요(웃음). 앞으로 남은 날에 더 집중하며 성장하는 선수가 될래요."

-스한 위클리 : 스포츠한국은 매주 주말 '스한 위클리'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스포츠 관련 주요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기사는 종합시사주간지 주간한국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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