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 C] '20년 기술 고집' 구자균, '전력판 엔비디아' 노린다

기업 최고 의사결정권자(CEO, CFO, COO, CIO 등)의 행보에서 투자 인사이트를 얻어가세요.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 / 사진 제공=LS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은 전력 산업 패러다임을 단순 제조업에서 데이터 기반 솔루션으로 탈바꿈시킨 인물이라고 평가 받는다. 2005년 입사 이후 20년 동안 이어진 ‘기술 고집’은 LS일렉트릭을 글로벌 전력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성장시켰다.

구 회장은 전력 산업을 인공지능(AI)으로 수요가 폭증한 데이터센터에 접목시켰다. 이를 통해 역대 최대 실적은 물론 북미 매출 1조원 시대 열었다. 그는 올해 주주총회에서 책임경영 수행을 위해 사내이사 5연임에 도전하며, 향후 LS일렉트릭을 전력 생태계의 ‘엔비디아’로 성장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기술 중심 리더십이 이끈 20년 경영 궤적

구자균 회장의 경영 스타일은 업계에서도 독보적인 ‘기술 중심형’으로 꼽힌다. LS산전(現 LS일렉트릭)에 2005년 관리본부 부사장으로 입사해 경영에 참여한 이후 현재까지도 경기나 실적 변동에 관계없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연구개발(R&D)에 과감히 투자하는 고집을 보인다.

LS일렉트릭은 국내 전력기기 3사 중 매년 최대 규모로 R&D 비용을 집행한다. 단순히 우위를 보이는 수준을 넘어, 경쟁사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자금을 투입한다. 최근 5년내 투자 추이를 보면 LS일렉트릭의 R&D 비용은 효성중공업과 HD현대일렉트릭을 합친 것보다 대등하거나 오히려 상회하며 독보적인 투자 행보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LS일렉트릭 R&D 비용은 △2021년 1259억원 △2022년 1321억원 △2023년 1470억원 △2024년 1414억원 △2025년 1~3분기 1110억원 등이다. 효성중공업 및 HD현대일렉트릭의 합산 연구개발비는 2021년 782억원, 2022년 872억원, 2023년 1078억원 2024년 1391억원, 2025년 1~3분기 1009억원 등이다.

구자균 회장은 'R&D는 비용이 아닌 미래 투자'라는 철학에 맞춰 기술 중심 경영을 주도 중이다. 20년간 보여온 그의 경영 궤적은 LS일렉트릭을 단순 전력 기업에서 AI 솔루션 기업으로 변화시키는데 큰 몫을 했다.

LS일렉트릭 부산 공장에서 초고압 변압기가 생산되는 모습 / 사진 제공=LS

북미 시장 ‘잭팟’, 올해도 신기록 전망

구자균 회장이 뿌린 기술 씨앗은 실적이라는 열매로 돌아오는 양상이다. LS일렉트릭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연결 기준 매출 4조9622억원, 영업이익 4269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9.0%, 9.6% 늘었다.

AI 데이터센터 급증으로 초고압 변압기에 대한 수요가 커진 것과 북미 시장에서 ‘잭팟’이 터져서다. 북미 빅테크 기업의 AI 데이터 전력 시스템 및 초고압 변압기를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 성장세가 두드러지면서 현지 매출은 1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말 기준 수주잔고는 약 5조원이다. 이 중 AI 데이터센터향 초고압 변압기 물량은 2조7000억원으로 절반 이상이다.

LS일렉트릭 관계자는 “변압기와 전력 시스템 등 주력 사업이 성과로 이어지면서 북미 매출이 큰 폭으로 늘어나는 추세”라며 “올해는 차세대 사업으로 낙점한 HVDC(초고압직류송전)와 ESS(에너지저장장치) 사업 확대를 위해 대규모 연구개발 투자를 실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올해 전망도 밝다. 김광식 교보증권 연구원은 “LS일렉트릭의 올해 예상 매출은 전년 대비 26.8% 증가한 6조3000억원, 영업이익은 50% 늘어난 6405억원으로 예상한다”며 “그동안 집행한 R&D 비용이 결실을 맺으며 전력 부문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구글 제미나이의 도움을 받아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사내이사 5연임, 친환경·DX로 영토 확장

LS일렉트릭은 이달 26일 경기 안양 LS타워에서 제52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구자균 회장의 사내이사 5연임 안건을 의결한다. 그는 2015년 LS일렉트릭 회장 겸 대표이사로 취임해 사내이사를 맡아 올해까지 12년간(4연임) 역할을 수행해왔다.

이번 주총에서 5연임이 확정된다면 구 회장은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한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과 디지털 자동화(DX) 분야 진출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먼저 친환경 솔루션은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변동성을 보완하는 ESS 시스템을 자체 개발 및 공급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DX는 AI 기반 스마트 팩토리 기술을 적용해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AI 제조 공정이 익숙하지 않은 중견·중소기업도 스마트 팩토리화에 나설 수 있도록 현장마다 적합한 AI 자동화 시스템을 설계하는 사업이다.

무인 자동화 공정이 가능하고, 공장에 설치된 카메라와 센서 등은 설비 이상 신호를 조기 감지해 제품 불량을 판단하거나 전력 사용량 등을 조절한다.

재계 관계자는 “구자균 회장 20년 넘게 지속해온 기술 고집이 AI로 변화하는 시장 패러다임에 맞춰 꽃을 피우는 모습”이라며 “LS일렉트릭은 전력 시장에서 보여준 능력과 경험치를 바탕으로 친환경 및 DX 시장에서도 혁신적인 솔루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유호승 기자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