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러너들의 사연있는 러닝화와 러닝법
안녕, 습한 여름에도 달리고 있는 객원 에디터 차영우다. 요즘 뛰고 있으면 마라톤 붐을 체감하고 있다. 400m 트랙을 갖춘 운동장, 한강 산책로, 남산 순환로, 서울 식물원 등 달리기 좋은 코스에서는 러너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마라톤에서 좋은 기록을 내기 위한 클래스도 많아졌고, 마라톤 대회 참가 신청도 금세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높아졌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러닝을 시작하는 사람들도 많이 늘었다.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은 러닝화 하나만 갖추어도 바로 운동할 수 있으니 부담도 적다. 그러나 뛰다 보면 당연하게도 더 좋은 옷, 액세서리, 러닝 기어를 갖추고 싶어진다. 그래서 5년 이상 러닝을 한 러너들에게 달리는 스타일과 취향에 대해 물었다. 그리고 사연 있는 러닝화에 대해서도.
1. 첫 마라톤을 준비하는 러너
노경은 @nkeeeee (https://www.instagram.com/nkeeeee)
노경은은 20대 초반부터 10km 대회에 종종 참가했다. 그러다 본격적으로 달리기에 빠져들게 된 계기는 2017년 첫번째 하프 마라톤 완주를 하기 위해서 들었던 러닝 클래스였다. 처음에는 막연하게 마라톤을 완주한 러너들이 멋있어 보여서 달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시작해 대회에서 러너로 가득한 도로를 달리면서 해방감을 맛보게 되었다. 성인이 된 이후로, 노경은은 자신이 세운 목표보다는 타인이나 외부의 요구에 따라서 삶의 방향이 결정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런데 러닝은 오롯이 ‘나만의 힘’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었다.
달리는 스타일도 장거리를 자신의 페이스에 맞춰서 뛰는 편이다. 속도에 대한 욕심은 크게 없는 대신 뛰는 날 컨디션에 맞춰 자신의 속도감으로 목표 거리를 완주했을 때 성취감을 느낀다. 성격이 급하고 산만한 편인데 러닝을 하면서 편안해지고 집중력이 높아졌다. 러닝을 즐기지만 가볍지 않고 진지하게 임하려는 편이다. 올해는 첫 풀 코스 마라톤 완주를 위해 훈련도 하고 있다. 러닝을 하면서 ‘나’를 더 사랑하게 되었다.
애착 러닝화_써코니, 트라이엄프21_ 안정감 있게 발을 잡아주는 게 매력이다. 최근 풀 코스 마라톤 완주를 위한 연습용 러닝화로 착용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나 러닝할 때 올블랙 스타일을 좋아하는 편으로, 주로 화이트로 컬러 포인트를 주는 편이다. 지금 신고 있는 써코니 트라이엄프21은 전체적으로 화이트 컬러에 화려한 컬러감이 추가되어서 ‘나만의 러닝룩’을 만들어준다.
추천하는 러닝 아이템_룰루레몬 스컬프트 탱크탑_하이 넥 라인, 엉덩이를 덮는 기장, 블랙 컬러까지 내가 옷을 구매할 때 보는 중요한 포인트를 모두 만족시켜주는 옷이다. 특히 러닝 싱글렛은 처음 입어봤는데 가볍고 메시 소재로 되어 있어서 땀을 많이 흘리는 날에도 한번도 불편하다고 느껴본 적이 없을 정도다.
좋아하는 러닝코스_금정역에서 출발하는 안양천 코스를 좋아한다. 뛰면서 구간별로 배경이 달라져서 지루하지 않게 달릴 수 있다. 금정역 주변은 조금 허름해 보이지만 뛰다가 힘이 들 때쯤 되면 잘 가꾸어진 정원이 나와 힘을 내서 달릴 수 있다. 꽃이 가득 피어 있을 때는 더욱 힘이 난다. 특히 장거리를 뛰어야 할 때에는 주변 환경이 바뀌어서 심심하지 않은 코스를 주로 고른다.
2. 에너지를 주고 받는 러너
이정수 @jimbo.run (https://www.instagram.com/jimbo.run)
이정수는 유럽 배낭여행을 갔을 때 러닝에 매력을 느꼈다. 그는 스위스 인터라켄의 숙소 근처 공원에서 아침 산책을 하고 있었는데 그 공원에서 러너 한 그룹이 뛰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 그룹을 이루어서 뛰고 난 뒤, 공원 벤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서로 이야기를 하고 응원하는 모습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졌다. 한국에 돌아오고 본격적으로 러닝을 달리기 시작했다. 그는 러닝의 매력을 ‘서로 교류하고 응원을 통해 에너지를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자신만의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달성하는 과정을 좋아한다. 그리고 목표를 달성하고 난 뒤에 달리기 친구들로부터 응원을 받는 것이 다시 동기부여가 되어서 또 다음 목표를 세우게 된다고 한다. 처음에는 낭만적이라고 생각해서 시작하게 된 러닝이었는데, 이제는 그의 체력과 정신을 긍정적으로 바꾸어주고 있다. 게다가 그는 러닝화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시작할 수 있는 운동이기 때문에 더욱 많은 사람들이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외향적인 성격이라 주변의 러너들에게 건강한 영향력을 주고받으면서 달리는 것을 좋아한다.
애착 러닝화_나이키, 페가수스 트레일4 고어텍스(GORE-TEX)_로드 러너지만 트레일 러닝화를 신고 뛰는 것을 좋아한다. 고어텍스 소재로 만들어진 어퍼(발등을 덮는 신발의 겉 부분) 덕분에 4계절 내내 신어도 부담이 없다. 특히 요즘처럼 소나기가 자주 올 때에도 고어텍스의 방수 기능 덕분에 고민 없이 신고 뛸 수 있어서 추천한다. 게다가 도심부터 트랙까지 지면 컨디션과 상관없이 달릴 수 있는 밑창의 강한 접지력도 매력이다. 나이키 트레일 러닝 제품을 좋아하는 편이다.
추천 아이템_스마트 워치_애플워치를 쓰고 있지만, 애플워치 외에도 러닝용 스마트 워치를 추천한다. 러닝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거리, 심박수, 페이스 등을 기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러닝 초보라면 스마트 워치를 통해 기록한 정보를 바탕으로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으면서 다음 목표를 설정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내가 잘 뛰고 있는 걸까?” 같은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데다가 하나씩 러닝 목표를 달성하는 성취감을 통해 달리기를 꾸준히 할 수 있다.
좋아하는 러닝코스_‘서울시청 – 덕수궁 – 광화문 – 경복궁(반환점) – 광화문 – 서울시청’으로 구성된 반환 코스를 좋아한다. 특히 경복궁 주변을 지날 때 한국에 여행을 온 외국인 분들이 응원을 해줄 때가 있는데 이럴 때마다 더욱 신나서 뛰게 된다.
3. 달리기가 즐거운 러너
박재종 @jjparkk__ (https://www.instagram.com/jjparkk__)
박재종은 즐겁게 달리는 ‘펀런’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스스로를 극한 환경까지 밀어붙여서 얻는 성취보다는 달리는 동안 느끼는 즐거움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건강을 챙기기 위해 러닝을 시작했다. 별다른 준비물 없이 시작할 수 있는 운동이라 부담이 적었다. 러닝을 시작했을 때는 혼자서 뛰다가 우연히 러닝크루의 그룹런에 참가하면서 같이 뛰는 즐거움에 빠져들었다. 러닝의 즐거움은 타인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세운 목표를 성취해 나가는 것에 있었다.
올해로 약 8년간 뛰면서 해외 마라톤 대회를 포함해 여러 대회에 나갔지만, 기록 욕심을 크게 내지는 않았다. 베를린 마라톤에 참가해 4시간 38분대에 들어오는 개인 기록을 세웠다. 베를린 마라톤도 러닝크루의 멤버들과 함께 뛰었다. 혼자 달릴 때보다 달리기 친구들이 생기면서 더욱 즐겁게 뛰고 있다.
애착 러닝화_아식스, 노바블라스트3_2023년 JTBC 마라톤을 준비하면서 연습할 때 주로 신었던 러닝화다. 특히 한국에서 아식스 러닝화를 구하기가 어려운데 달리기 친구들과 함께 일본 여행을 가서 샀던 신발이라 의미가 깊다. 우선 신었을 때 편한 데다가 쿠셔닝이 좋아서 훈련할 때 자주 신었다. 특히 러닝화나 러닝 기어를 고를 때 디자인을 중요하게 보는 편인데 예뻐서 더 자주 신게 된다.
추천 아이템_룰루레몬 패스트 앤 프리 라인드쇼츠 6”_2 in 1 반바지인데 타이츠 쪽에 주머니가 많아서 좋다. 에너지젤이나 스마트폰을 쉽게 수납할 수 있어서 장거리 러닝의 필수품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시카고 마라톤에 참가하는데 대회날에 입기 위해서 연습 때에도 꾸준히 착용하고 있다. 마라톤 대회날에는 새로운 신발이나 옷이 아니라 꼭 연습하면서 자주 입어서 불편하지 않은 옷과 러닝화, 액세서리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좋아하는 러닝코스_남산 북측순환로 코스를 좋아한다. 주말 새벽에 가면 러너들이 정말 많다. 각자 다른 목표를 가지고 달리는 모습을 보면서 동기부여가 된다. 그리고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적절히 섞여 있는 데다가 그늘이 있어서 마라톤 대회를 앞두고 훈련하기에도 좋다.
4. 효율을 추구하는 러너
임동진 @orumm_zean (https://www.instagram.com/orumm_zean)
임동진은 러너이자 클라이머다. 그는 클라이밍 브랜드 ‘오름(orumm)’을 운영할 정도로 클라이밍에 진심이다. 처음 뛰기 시작했을 때 그에게 러닝은 클라이밍의 보조 운동이었다. 그런데 꾸준히 뛰다 보니 러닝을 하는 동안 명상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루 동안 생겨난 부정적인 감정을 뛰는 동안 정리할 수 있었다. 그 이후로 달리기를 보조 운동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하는 독립된 운동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지금은 달리기 자체가 좋아서 뛴다.
그는 운동량이 많은 편인데, 그 비결로 꾸준함을 꼽았다. 꾸준함이 더 자주, 멀리 뛸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준다고 한다. 한번은 아내에게 “나에게는 무슨 재능이 있을까?”하고 물었는데, “꾸준함도 재능이다”라는 대답을 들었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러닝에 매진하고 있는데, 이번 가을 마라톤 대회에서 3시간 20분 안에 들어오는 것이 목표다. 이전에 세운 자신의 최고 기록이 3시간 42분 31초인데, 여기서 22분 이상 줄이는 높은 목표를 위해 꾸준히 훈련하고 있다.
애착 러닝화_브룩스 하이페리온 템포_우연히 신게 된 러닝화다. 친구에게 선물로 받게 되면서 신게 되었는데, 신었을 때 발 모양에 잘 맞아서 편안했다. 가볍고 튼튼해서 장거리 러닝을 할 때에도 편했다. 그리고 반발력이 좋아 인터벌 러닝과 같은 스피드 훈련을 할 때에도 잘 맞았다. 거의 모든 러닝에 적합하다 보니 자주, 여러 번 신었다. 그래서 여러 켤레를 사두었는데 지금 사둔 것이 마지막, 3켤레째다. 이제는 구할 수 없는데 단종되었기 때문이다. 아쉽다.
추천 아이템_가민 포러너 255_러닝에 특화된 스마트 워치를 추천한다. 러닝을 객관적인 지표로 볼 수 있는 장비이기 때문이다. 특히 러닝 외에도 클라이밍을 비롯한 다른 운동을 하기 때문에 여러 기능을 담고 있는 가민 포러너 255를 사용하고 있는데, 러닝만 한다면 포러너 55와 같은 하위 모델도 좋다. 좋은 장비를 사면 뛰고 싶어진다.
좋아하는 러닝 코스_중랑천 코스를 좋아한다. 이유는 단순한데 집과 가깝기 때문이다. 장거리 달리기를 하면 시간을 많이 써야 하는데, 가장 효율적인 코스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강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긴 거리를 뛸 때도 제약이 없어서 편리하다.
5. 달리기가 평생 취미인 러너
최진주 @jinju.choi (https://www.instagram.com/jinju.choi)
최진주는 올해로 15년차 러너다. 2010년 봄, 무작정 한강을 달리고 돌아와 시원하게 씻어내는 기분이 좋았다. 그해 가을, 위 런 서울(WE RUN SEOUL) 10km 대회에 나가 피니시 라인을 밟는 순간 느낀 짜릿한 성취감이 꾸준히 뛰게 된 결정적 이유였다. 러닝을 처음 시작했던 20대 때에는 지금보다 더욱 무모하게 도전했는데, 러닝도 일단 시작했던 운동이었다. 뛰면서 부족한 점을 배우고 있는데, 마라톤에 나가본 뒤에 부족한 부분을 깨닫고 배우기도 했다. 부상으로 오래 쉬어야만 했을 때도 보강운동, 자세, 훈련 방법, 나에게 맞는 러닝화 등 디테일한 부분을 신경 쓰고 있다. 지금은 대회에 참가하는 것보다 더 자주, 오래 뛰는 것이 목표다. 일상의 한 부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숨 막힐 때까지 속도를 올렸다가도 속도를 줄이고 싶으면 천천히 걸을 수도 있어서 러닝을 좋아한다. 몸의 움직임, 시간의 온전한 주인이 되는 감각이 좋았다. 속도나 움직임을 원하는 대로 조절하는 것이 해방감을 주기 때문에, 러닝에 깊이 빠져들었다. 그러다 보니 뛰는 동안 몸의 움직임, 감각에 집중하게 되면서 기분이나 감정을 컨트롤하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 그녀는 러닝을 통해 건강한 정신력과 몸의 에너지를 얻었다. 지금의 목표는 오래도록 취미로 이어나가, 레이스를 완주하는 진격의 할머니가 되는 것이다.
애착 러닝화_나이키, 베이퍼플라이 넥스트% 2_처음으로 구매했던 카본 플레이트 레이싱화였다. 대회를 앞두고 막바지 훈련용이나 대회에 나가서 신을 레이싱화로 아껴두었는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회에 나갈 수가 없게 되었다. 그래서 자연히 이 러닝화를 신발장에 모셔놓고 지내야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뛰러 나가는 길에 ‘아껴서 뭐 하나’ 싶은 마음이 들어서 신고 나가 뛰었다. 첫 발을 박차고 뛰어나가는 순간의 기분이 참 좋았다. 기능적인 측면은 당연히 좋지만, 이 러닝화를 신으면 마음먹은 대로 언제나 시원하게 내달릴 수 있었다. 애틋한 러닝화다.
추천 아이템_풋롤러_10년 가까이 사용하고 있는 풋롤러를 추천한다. 달리기 전, 후로 발 근육을 풀어주기 위해 사용한다. 부드러운 탄성과 함께 롤러 중앙에 구멍이 있는 원통형 구조라 발을 굴리는 압력에 따라서 적절한 자극을 줄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골프공처럼 마사지하다가 놓쳐서 멀리 굴러가지도 않고 미끄럽지 않은 천연고무 소재라 추천한다. 작고 가벼워서 여행 중에도 가지고 다닐 수 있다.
양말_자신에게 잘 맞는 양말을 찾아야 한다. 일반적인 양말에 비하면 비싸긴 하지만 발 컨디션에 영향을 많이 끼치는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러닝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장거리를 뛰면 발가락이나 발바닥에 물집이 자주 잡혔는데 양말을 바꾸면서 줄어들었다. 일본 브랜드 따비오(Tabio)를 개인적으로 추천한다. 발가락 양말인데 착용감이 신세계였다. 발바닥 면에 있는 고무돌기가 신발 깔창을 잡아주면서 맞춤형 러닝화를 신은 것 같았다. 일본에 가는 친구에게 항상 구매 대행을 요청했는데 최근에는 한국에서도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좋아하는 러닝코스_‘동작역 – 동작대교 북측 방향 – 서빙고 – 잠수교 남측 방향 – 동작역’ 순환 코스를 좋아한다. 서울의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는 다리를 2개나 건너면서, 거리도 5km 이상이 나온다. 다리 위에서는 계절마다 변하는 바람을 느낄 수 있고 서울의 낮과 밤 하늘을 볼 수 있는 낭만적인 코스다. 개인적으로 잠수교 무지개 분수에서 가 울려 퍼질 때 뛰었는데, 그때 너무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