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고가 수입차 시장에서 벌어진 세대 교체의 신호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1억5000만 원 이상 차량의 판매 증가는 단순한 통계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초고가 수입차 시장은 오히려 성장세를 나타내며 소비 양극화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최근 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소비계층의 이동이다.
기존에는 중장년층의 법인·사업자 중심 시장이었다면, 최근에는 개인 소비가 늘어나며 전체 흐름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특히 3040세대 소비자들이 고급 SUV를 중심으로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하며 브랜드 선호도 역시 예전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초고가 시장의 판도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으며, 브랜드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벤츠를 제친 BMW, 초고가 시장의 새로운 1위
올해 1~10월 기준 1억5000만 원 이상 초고가 수입차 신규 등록 대수에서 BMW는 총 1만84대를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1만57대로 불과 27대 차이로 2위에 머물렀다. 벤츠는 오랫동안 초고가 차량 시장에서 ‘절대 강자’로 자리해 왔다. 지난해에도 초고가 모델을 1만1924대 판매해 독보적인 1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BMW는 짧은 기간 동안 판매량을 빠르게 늘리며 추격했고, 마침내 올해 처음으로 벤츠를 앞서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BMW의 초고가 차량 판매 증가 속도는 특히 두드러진다. 2021년 2517대에 불과했던 판매량이 2023년 5445대, 올해는 이미 1만 대를 넘어섰다. 반면 벤츠는 전통적인 고급 전략을 유지했지만 SUV 라인업의 다양성·전동화 속도에서 뒤처지며 점유율 변화를 막지 못했다.

벤츠의 프리미엄 전략 흔들린 이유
벤츠는 오랜 기간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대중적인 입문 모델보다 고가 라인업 중심의 판매 구성을 유지해왔다. 이로 인해 수입차 전체 판매량이 BMW보다 낮더라도 초고가 시장만큼은 확고한 우위를 지켜왔다. 그러나 최근 실적 수치는 이러한 전략에 변화가 필요함을 보여준다. 벤츠는 3분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30% 이상 감소했고, 영업이익 역시 70% 넘게 줄었다.
단순한 판매 부진이 아니라 시장 구조의 변화가 이유로 지목된다. SUV 중심 소비 확대로 인해 세단 위주의 강점이 약해졌고, 전기차 라인업 경쟁에서도 BMW에 뒤처진 영향도 크다. BMW가 1억5000만 원대 이상 전기차를 1043대 판매한 반면, 벤츠는 절반 수준에 그친 점이 이를 보여준다. 소비 트렌드를 적시에 반영하지 못한 점이 벤츠의 초고가 시장 입지를 약화시키고 있다.

소비층의 급격한 젊어짐, 변화를 이끈 핵심 요인
초고가 시장 변화의 가장 중요한 배경은 소비자 연령대의 이동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소비층은 50~60대에서 30~40대로 대폭 이동했다. IT·금융·의료·스타트업 분야에서 빠르게 부를 축적한 젊은 부유층이 증가하며 이들의 소비 패턴이 주요 브랜드의 판매 흐름을 좌우하고 있다.
이들은 전통적인 플래그십 세단보다 실용성과 공간을 갖춘 고급 SUV를 선호한다. 디자인과 주행감, 디지털 사양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도 뚜렷하다. 안정성과 정숙성을 기반으로 한 벤츠의 세단 특유의 ‘클래식 럭셔리’보다는 BMW가 제공하는 역동성과 기술 중심 SUV 라인업이 젊은 고소득층의 생활 방식과 더 잘 맞아떨어진 것이다. 실제로 올해 초고가 차량 중 가장 많이 판매된 모델은 BMW X7로, 같은 기간 2864대가 등록되며 시장을 주도했다.

SUV·전기차 중심의 시장 재편, BMW가 앞서 나간 이유
현재 초고가 수입차 시장의 중심은 세단이 아니라 SUV다. 브랜드별 라인업 구성 차이가 판매량 격차로 이어지고 있으며, BMW는 다양한 SUV와 전기차 라인업을 갖춘 것이 큰 강점이 됐다. BMW는 일찍부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고성능 전기차 모델을 적극적으로 도입했고, 젊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옵션과 기술 사양을 공격적으로 확대했다.
반면 벤츠는 전기차 ‘EQ 라인업’을 확장하고는 있으나 고가 모델군의 선택지가 제한적이었다. 이는 초고가 시장의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결과로 나타났다. 최근 수년간 진행된 시장 흐름에서 전기·하이브리드 SUV는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자리잡았고, BMW가 이 분야에서 기술력과 제품 다양성을 앞서 구축한 점이 현재 시장 1위라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초고가 시장 판도 변화가 갖는 의미
벤츠와 BMW의 경쟁 구도 변화는 단순한 브랜드 순위 변동을 넘어 자동차 시장 내 소비 구조 변화까지 반영한다. 경기 침체 속에서도 고소득층의 소비는 줄지 않고, 오히려 나를 위한 소비·브랜드 정체성 소비가 강화되고 있다. 3040 젊은 부유층이 시장의 주도권을 잡으면서 라이프스타일 중심의 차량 선택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 초고가 시장의 방향을 결정할 중요한 기준이 될 전망이다.
SUV·전동화 라인업을 강화한 브랜드가 우위를 차지하는 흐름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벤츠가 전통적인 고급 전략을 유지할지 혹은 변화된 수요에 맞춰 전략을 재정비할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