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비에 신경 쓰는 것은 지갑과 환경을 모두 지키는 현명한 선택이다.
이를 위해서는 가장 연비 효율이 높은 차량을 찾는 것 외에도, 차량의 에어컨 사용 여부에 따라 연비가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아두는 것이 좋다.
에어컨은 작동 시 엔진의 동력을 사용하며, 그만큼 연료를 더 태우게 된다. 그렇다면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내리는 것이 실제로 연비를 높이는 좋은 방법일까? 공학적 질문의 답은 늘 그렇듯 단순하지 않다. 핵심은 차량의 공기역학적 설계에 있다.
자동차는 가능한 한 공기 저항을 최대한 줄이도록 설계돼 있으며, 이는 엔진이 덜 힘들게 작동하도록 도와준다.
그러나 창문을 내리면 공기 흐름이 흐트러져 저항이 증가하고, 그 결과 엔진은 더 많은 힘을 내야 하며, 이는 결국 연료 소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차량마다 구조가 다르고, 외부 온도 같은 조건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답은 없다. 그러나 일반적인 기준으로는 저속에서는 창문을 내리고 에어컨을 끄는 것이, 고속에서는 에어컨을 켜고 창문을 닫는 것이 연비에 더 유리하다.
미국 에너지부(U.S. Department of Energy)에 따르면 고온에서 에어컨이 강하게 작동할 경우 연비가 최대 25%까지 나빠질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상당한 수치다.
SAE 인터내셔널(SAE International, 항공우주 및 자동차 공학자 협회)은 에어컨 사용이 차량 총 연료 소비의 4%에서 30%를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반면 창문을 내리는 것이 연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연구가 많지 않다. 컨슈머 리포트는 “그 효과가 무시할 만하다”라고 평가했지만, SAE는 시속 80km/h 부근에서 가장 큰 연비 손실이 발생하며, 그 이후에는 속도가 더 빨라질수록 영향이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해당 테스트 차량 기준으로는 2.4~5.6km/L의 연비 손실이 발생했다.
결론적으로, 고속 주행 시에는 에어컨을 켜는 것이 오히려 연비에 유리할 수 있으며, 저속에서는 창문을 내리는 쪽이 낫다는 것이다. 단, 두 선택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의 연료 소비 증가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황에 맞는 유연한 판단이 필요하다.
박근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