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거물’ 한동훈도 경선, 그게 룰…다 끝나고 尹에 직접 설명했으면” [인터뷰]

“尹 주변에 똑똑한 사람 많아…경선, 큰일 난 것 아니다”
이준석과 ‘비공식 회’동 가능성 “모두에게 보여줄 필요 없다”
다음 의제 ‘기초과학’…“박정희 때처럼 과감한 투자해야”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이승환·신현주 기자] “거물. 신선한 사람”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이같이 표현했다. ‘잠룡’으로 떠오른 한 장관이지만 4호 혁신안(전략공천 원천 배제) 예외 대상은 아니었다. 인 위원장은 “한 장관에게 (경선이) 뭐가 힘드냐. 한 장관이 경선을 치르는 데 애로사항이 있냐”고 했다. 그러면서 “한 장관이 (지역구에) 출마하겠다고 하면 (경쟁자들이) 다 비키지 않겠냐”고 강조했다.

“혁신위 임기 끝난 뒤 尹에게 혁신안 설명하고 싶다”

인 위원장은 2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나 “(한 장관은) 인지도나 인물이 거물급이지만 그럼에도 격식과 룰은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위는 지난 17일 용산 대통령실 발(發) ‘낙하산 공천’을 근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당 지도부 일각에선 한 장관을 비롯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등 내년 총선에서 당의 간판이 될 인물들은 전략공천 하거나 비례대표 순번을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 위원장 발언은 이같은 주장을 정면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 위원장은 “수능은 공평을 위해 있는 것 아니냐. 수능을 쳐서 그 실력대로 좋은 대학, 좋은 과에 가는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 주변에 똑똑한 사람이 많은데, 그 사람들 보고 경선을 치르라고 해서 큰일 난 것은 아니다”고 부연했다.

혁신위와 당 지도부 간 신경전은 ‘친윤계 중진 불출마·험지 출마’ 권고안 발표 이후 지속됐다. 인 위원장은 지난 17일 김기현 대표와 만나 오해를 풀었다며 “(김 대표에게) ‘오보가 많다’, ‘친윤계 중진의원 이름을 거명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인 위원장은 본인에게 ‘윤심’이 실렸다는 일부 보도를 강력 부인하면서도 임기 후 윤석열 대통령을 한 번 만나고 싶다는 의향을 비쳤다. 혁신위 활동에 대해 윤 대통령에게 직접 설명할 기회를 갖고 싶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인 위원장은 “추측이지만 다 끝나고 혁신안 배경을 설명해드릴 날이 왔으면 좋겠다”며 “12월도 아니고 1월이라도 괜찮다”고 했다.

이준석 관련 “더러운 빨래를 모두에게 보여줄 필요 없다”

취임 한 달을 맞은 인 위원장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유승민 전 의원 등 정치 원로를 만나 의견을 청취했다. ‘비명계’ 중진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강연도 직접 섭외했다. 최근 이 의원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힘 입당도 검토하고 있다.

인 위원장은 이 의원에 대해 “연세는 있지만 참 신선하고 마음이 젊다는 생각을 했다. 능력 있고(able) 잔잔한(stable)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다만 이 의원의 국민의힘 합류 가능성에 대해선 “개인의 선택을 언급해선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인 위원장표 ‘빅텐트’의 최종 목표는 단연 이준석 전 대표다. 인 위원장은 이날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출판 기념회에 참석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끝내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판기념회에는 이 전 대표도 참석했다. 인 위원장은 조만간 이 전 대표에게 비공식적으로 정중히 회동을 제안하겠다는 의중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인 위원장은 “부산에 가서 (이 전 대표와) 안 좋지 않았냐. 진지한 대화를 해야 하는데 언론 앞에 (만나는 모습을) 공개할 필요는 없다”며 “미국 속담에 ‘더러운 빨래를 모두에게 보여줄 필요는 없다’는 말이 있다”고 했다.

“서대문 출마하지 않겠다…병원 돌아가는 것이 제일 아름다워”

인 위원장은 남은 한 달 간 ‘의대 정원’, ‘기초 과학’ 관련 의제를 다룬 다음, ‘공천’ 의제로 다시 넘어올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까지 공천 혁신에 초점을 맞춰 혁신안을 마련했다면 다음 스텝은 정책 분야에 무게를 두겠다는 뜻이다. 이어 공천 의제를 다시 꺼내며 혁신위 활동에 균형을 잡을 방침이다.

인 위원장은 “기초과학을 밀고 ‘박정희 시대’로 가야 한다”며 “정치적으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라 과학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에는 똑똑한 사람이 많은데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았다”며 “과학이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카이스트, 대덕 연구단지에 가서 강조하려 한다”고 했다.

인 위원장은 “우리가 혁신안을 발표하면 잊어버리고 또 다른 것을 이야기하면 잊어버리면 안 된다”며 “마지막에 다 요약(summary)을 해야 한다. (공천과 관련해) 구체화할 것은 구체화하고 오해는 풀고 공천관리위원회에 넘겨야 한다”고 밝혔다.

인 위원장은 혁신위 임기를 마친 뒤 다시 ‘의사’ 신분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앞서 인 위원장이 서울 서대문갑 지역구에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인 위원장은 “서대문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고 병원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그것이 제일 아름다울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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