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잠수함도 수주할까.... 폴란드 "잠수함 도입 곧 결정"

폴란드가 8조 원 규모의 대형 잠수함 조달 사업 결정을 코앞에 두고 있습니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가 현지시간 9월 16일 "이번 주 안으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한화그룹을 비롯한 글로벌 방산업체들의 수주전이 막바지에 달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안보 위기감이 고조된 가운데, 폴란드의 선택은 과연 어디로 향할까요?

그리고 한국의 한화그룹은 독일, 이탈리아, 스웨덴의 쟁쟁한 경쟁사들을 제치고 승부수를 던질 수 있을까요?

8조 원 규모 '오르카 프로젝트' 막바지 경쟁


폴란드가 추진하는 '오르카 프로젝트'는 단순한 잠수함 구매를 넘어서는 의미를 갖습니다.

약 8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규모의 해군 현대화 사업으로, 신형 잠수함 3척을 도입해 해저전 역량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죠.

투스크 총리는 "입찰 제안서를 검토했고, 이제 폴란드 정부가 프로그램 파트너를 결정할 것"이라며 "올해 말까지 잠수함 구매를 결정하도록 약속하는 결의안을 채택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프로젝트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군함을 사는 것이 아니라, 폴란드의 전략적 방향을 보여주는 지표이기 때문입니다.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폴란드는 나토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자국의 방어 능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한화그룹의 공격적 현지화 전략


한화그룹의 도전은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오션은 오르카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치밀한 현지화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폴란드 국영 방산기업 '후타 스탈로바 볼라'와 4천26억 원 규모의 자주포 부품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이 그 시작이었죠.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폴란드 조선업체 PGZ SW, 나우타 조선소와 '함정 건조와 유지·보수 협력' 양해각서까지 체결하며 현지 사업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폴란드와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적 접근으로 보입니다.

폴란드 입장에서도 기술 이전과 일자리 창출 등의 부가 가치를 얻을 수 있는 매력적인 제안인 것이죠.

나토 회원국들의 '홈그라운드 어드밴티지'


하지만 현실적으로 한화그룹이 넘어야 할 산은 높습니다.

폴란드 언론들은 나토 회원국인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TKMS), 이탈리아 핀칸티에리, 스웨덴 사브 등을 유력한 후보로 꼽고 있습니다.

TKMS 잠수함

이들 기업들이 갖고 있는 '홈그라운드 어드밴티지'는 무시할 수 없는 요소입니다.

특히 나토라는 군사 동맹 체계 안에서 무기 체계의 호환성과 상호 운용성은 매우 중요한 고려사항입니다.

독일의 TKMS는 이미 유럽 각국에 잠수함을 공급한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고, 이탈리아와 스웨덴 역시 나토 회원국으로서 정치적·군사적 신뢰도가 높은 상황입니다.

한국이 아무리 우수한 기술력을 자랑하더라도 이런 지정학적 요소들을 간과할 수는 없는 것이죠.

러시아 위협 속 폴란드의 전략적 고민


폴란드의 잠수함 도입 결정에는 러시아라는 변수가 크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벨라루스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직접적인 위협을 느끼고 있는 상황입니다.

카롤 나브로츠키 폴란드 대통령이 최근 "폴란드 영토에 외국 핵무기를 배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프랑스 LCI 방송 인터뷰에서 "폴란드 대통령으로서 폴란드가 핵 공유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한다고 믿는다"며, "원자력을 포함해 자체 핵기술을 보유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폴란드가 단순히 재래식 무기 현대화를 넘어 핵 억지력까지 고려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잠수함 도입 역시 이런 전략적 맥락에서 판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나토 핵 공유와 군사력 강화의 연결고리


폴란드가 추진하는 핵 공유 프로그램 참여 의지는 오르카 프로젝트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나토의 핵 공유 프로그램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회원국 영토에 미국 핵무기를 배치하고 공동으로 운영을 논의하는 체계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폴란드는 미국과 나토 회원국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파트너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폴란드가 독자적인 핵무기를 확보할 계획에 대해서는 "이 문제를 논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며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폴란드가 꾸준히 자국 영토 내 전술핵 배치 필요성을 거론해온 점을 고려하면, 군사력 강화에 대한 의지는 확고해 보입니다.

한화의 승부수, 과연 통할까


이런 복잡한 지정학적 상황 속에서 한화그룹의 도전은 더욱 의미가 큽니다.

기술력만으로는 부족하고, 정치적 신뢰와 전략적 파트너십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죠.

하지만 한국의 방산업체들이 최근 국제 무기 시장에서 보여준 약진을 생각하면 불가능한 일도 아닙니다.

폴란드와의 자주포 부품 공급 계약이나 현지 조선업체와의 협력 양해각서 체결 등은 한화그룹이 단순한 무기 판매자가 아닌 장기적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보입니다.

투스크 총리가 약속한 '이번 주 안' 결정 발표를 앞두고, 한화그룹이 과연 유럽의 전통 강자들을 제치고 8조 원짜리 대어를 낚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