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벳 130조 유상증자, 앤트로픽은 상장 추진...막오른 ‘쩐의 전쟁’

지난 1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800억 달러(약 121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했어요.

유상증자는 주식을 새로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건데요. 그런데 하루 뒤 공시에는 규모가 847억 5000만 달러(약 130조 원)로 규모가 더 커져 있었어요. 투자자 75곳 이상이 몰려들면서 당초 계획보다 더 많은 주식을 발행하게 됐거든요.

'역대 최대 규모의 기술 기업 주식 발행'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번 거래는, 인공지능(AI) 기반시설(인프라)을 둘러싼 자금 유치 경쟁이 자본시장 전체로 번지고 있다는 신호로 읽혀요.

오늘의 디깅에서는 왜 AI 시대 기업들이 이토록 막대한 자금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지, 그리고 이 ‘돈의 전쟁’이 어디까지 번지고 있는지 이야기해 볼게요.

기업은 돈을 어떻게 조달할까?

첫 문단부터 유상증자라는 딱딱한 단어가 나와 피곤하시죠? 걱정마세요. 먼저 기업들이 어떻게 사업 자금을 마련하는지 간단히 살펴볼게요.

기업들은 보통 내부에 쌓아둔 현금을 먼저 쓰고, 부족하면 회사채를 발행해 돈을 빌려요. 그래도 자금이 더 필요할 때 꺼내는 카드가 바로 유상증자예요. 유상증자는 회사가 새 주식을 발행해 투자자에게 팔고 그 돈을 사업 자금으로 쓰는 방식이에요. 다만 주식 수가 늘어나는 만큼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가 희석될 수 있어 기업 입장에서도 부담이 큰 수단으로 꼽혀요.

젠틀몬스터, 구글-삼성 협업 인텔리전스 아이웨어 (사진=젠틀몬스터 제공)

그런데 이번에 알파벳이 바로 그 유상증자 카드를 꺼내 들었어요. AI 인프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현금과 회사채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투자 규모가 커졌기 때문이에요.

알파벳의 20년 만의 결단

알파벳은 그동안 막대한 현금을 바탕으로 자사주를 적극적으로 사들이며 주주들에게 이익을 돌려주는 데 적극적인 기업으로 꼽혀왔어요. 그런 알파벳이 2005년 이후 20여 년 만에 대규모 자본 조달에 나선 거예요.

올해 1분기 기준 알파벳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무려 1268억 달러(약 191조 원)예요. '현금 부자' 구글조차 자체 자금만으로는 AI 인프라 투자 경쟁을 감당하기 어려워졌다는 거죠.

알파벳은 지난해 11월 250억 달러, 올해 2월에는 300억 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 데 이어 유럽 시장에서도 110억 달러를 추가로 조달했어요.

부자 할아버지까지 등판

여기서 시장을 놀라게 한 이름이 등장했어요. 바로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이끄는 투자 회사 ‘버크셔 해서웨이’예요. 전통 제조업과 금융업 중심 투자로 유명한 버크셔는 이번 유상증자에 100억 달러(약 15조 원)를 투자했어요.

기업의 내재된 가치보다 싸게 거래되는 주식을 사서 장기 보유하는 투자 방식인 '가치투자‘의 상징인 버핏이 AI 인프라의 장기 성장성에 직접 베팅한 거예요. AI 거품 논란 속에서도 이 투자가 묵직하게 읽히는 이유예요.

AI 시대, 설비투자가 곧 경쟁력

이처럼 자금 마련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명확해요. AI 경쟁에서 '연산 능력(컴퓨팅 파워)'이 핵심 자원이 됐거든요.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실적 발표에서 가장 큰 고민이 뭐냐는 질문에 “연산 능력”이라고 답했어요.

연산 능력은 컴퓨터가 얼마나 빠르게, 많은 계산을 처리할 수 있는지를 뜻해요. AI 모델이 고도화될수록 더 많은 연산이 필요하고, 결국 더 많은 설비투자가 필요해요.

설비투자(CapEx·Capital Expenditure)는 공장, 기계, 서버처럼 미래 수익을 위해 미리 투자하는 돈이에요. 자본지출이라고도 표현해요.

특히 AI 시대에는 데이터센터, GPU, 전력 인프라가 바로 그 자산이고요. 알파벳의 올해 CapEx 전망은 최대 1900억 달러(약 287조 원)에 달해요. 알파벳·마이크로소프트·메타·아마존 4개 회사의 올해 CapEx도 최대 7250억 달러(약 1100조 원), 내년에는 1조 달러(약 1515조 원)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요.

업계에 따르면 알파벳·마이크로소프트·메타·아마존 4개 회사의 올해 CAPEX는 최대 7250억 달러(약 1100조 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출처=각 사 공시 및 공식 가이던스 취합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이들이 2025년부터 2030년까지 AI 인프라 구축에 투입할 자금이 총 5조3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어요. AI 인프라 투자 경쟁이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뜻이에요.

AI 자금 경쟁에 등장한 ‘대어’

알파벳의 유상증자 발표와 같은 날인 지난 1일, 또 하나의 굵직한 소식이 들어왔어요. AI 모델 ‘클로드’ 개발사인 앤트로픽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기업공개(IPO·주식시장 상장) 신청 서류를 비공개로 제출한 거예요.

IPO는 아직 주식시장에서 정식으로 거래되지 않는 비상장 기업이 처음으로 일반 투자자에게 주식을 파는 것으로, 한꺼번에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수단이에요.

경제 전문 매체 블룸버그는 “미국 공개 자본시장의 독보적인 유동성을 먼저 활용하는 기업이 AI 칩·데이터센터·인재 확보에서 즉각적인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분석했어요.

오픈AI보다 먼저 상장 추진

앤트로픽은 최근 650억 달러(약 98조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9650억 달러(약 1460조 원)를 인정받았어요. 이는 최대 경쟁사이자 GPT를 개발한 오픈AI(8520억 달러)를 앞지른 수치예요. AI 코딩 서비스 수요 급증이 성장 동력으로 꼽혀요.

연도별 매출 기준, 2026년은 전망치. /자료=미국 증권 업계

당초 시장에서는 오픈AI가 앤트로픽보다 더 빨리 상장할 것으로 봤는데, 앤트로픽이 먼저 서류를 낸 거예요. 월스트리트저널은 “앤트로픽과 오픈AI 중 IPO 시장에 먼저 진입하는 쪽이 AI 투자 자금을 우선 확보할 것”이라고 짚었어요. 오픈AI 역시 조만간 상장 서류를 제출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어요.

스페이스X도 자금 유치 참전

최근 자금 유치 전쟁에는 초대형 변수가 하나 더 있어요. 바로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도 이달 중 미국 나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다는 거예요.

스페이스X가 목표로 하는 기업가치는 1조 7500억 달러(약 2648조 원)에 달해요. 기업가치는 상장 후 시장이 회사를 얼마짜리로 평가하는지를 나타내는데요. 이는 현재 시가총액(전체 주식 가치의 합) 기준으로 세계 최상위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에요.

관심이 워낙 뜨거워 통상 투자자 설명회 이후 결정하는 공모가를 설명회 전에 주당 135달러로 먼저 고정했어요. 공모가는 기업이 상장할 때 투자자들에게 처음 판매하는 주식 가격을 뜻해요. 투자자들이 이 가격을 받아들일 만큼 수요가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여요.

한정된 자금, 누가 먼저 차지할까

이처럼 알파벳의 유상증자와 앤트로픽·스페이스X·오픈AI의 상장 계획이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지면서 자본시장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어요.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올해 1분기 AI 기업 투자 유치는 전체 벤처투자(성장 가능성이 높은 신생기업에 투자하는 자금)의 79%를 차지했어요.

돈이 AI 관련 기업으로 몰리면서 올해 1분기 핀테크 투자액은 전 분기보다 37% 감소했고, 반도체·우주·양자컴퓨팅 같은 딥테크 기업들도 자금 조달 압박을 받고 있어요.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시장 안에는 제한된 산소만 존재한다”며 “스페이스X가 막대한 자금을 먼저 빨아들일 것이며, 두 번째 상장 기업은 세 번째보다는 유리하지만 첫 번째만큼 좋은 위치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어요. 투자금도 결국 한정돼 있기 때문이에요.

돈을 끌어오는 자가 승리자?

현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어요. 스페이스X만 봐도 스타링크를 제외한 두 개 사업 부문은 여전히 현금을 소모하고 있고, 2024년 순이익을 냈던 스페이스X는 2025년 순손실로 돌아섰어요. 투자 분석업체 모닝스타는 스페이스X 기업가치를 목표치보다 48% 낮은 7800억 달러로 평가했어요.

그럼에도 기업들은 투자를 멈추지 못하고 있어요. AI 경쟁에서 뒤처지면 미래 시장 자체를 잃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에요. 앞으로 연기금과 대형 자산운용사, 사모 인프라 자금까지 AI 인프라 투자에 투입될 전망이고요. 하지만 앤트로픽, 오픈AI 같은 AI 선도 기업으로 자금이 몰릴수록 후발 AI 기업과 비AI 기업들은 더 큰 자금 조달 압박을 받을 수 있어요.

AI 시대의 경쟁은 기술 경쟁을 넘어 자본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어요. 누가 더 뛰어난 AI를 만들 수 있느냐 뿐 아니라, 누가 더 많은 돈을 끌어올 수 있느냐가 승패를 가르는 시대가 되고 있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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