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증산 계획 또 연기…국제유가는 소폭 하락
주요 산유국 모임인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가 내년 중으로 계획했던 원유 감산 완료 시점을 당초 계획보다 1년 늦추기로 했다. 유가 지지를 위해 산유량을 크게 축소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OPEC+는 온라인 회의를 열고 현재 시행 중인 하루 총 220만배럴의 원유 감산 조치의 완료 시점을 미룬다고 밝혔다. 당초 내년 1월부터 18만배럴을 시작으로 점진적 증산 전환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이를 내년 4월로 3개월 미루기로 했다. 또 증산 기간도 18개월로 늘린다.
이와 함께 아랍에미리트(UAE)는 하루 30만배럴의 점진적 증산을 내년 1월에서 4월로 연기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 내년 생산량이 당초 예상보다 80만배럴 이상 줄어들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RBC캐피털마켓의 헬리마 크로프트 이사는 OPEC+가 확고한 조치를 취하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한 것으로 평가했다. 그는 “OPEC이 신중하게 관망세를 유지해 수요 전망의 건전성을 확인하는 것이 현명한 대응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며 “시장의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예상대로 OPEC이 일시 중지 버튼을 눌러서 지켜보고 기다렸다가 내년 봄에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에너지애스펙츠 설립자인 암리타 센은 “내년 원유 공급 과잉 우려 대부분을 해소할 수 있는 매우 낙관적인 합의”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낮은 유가를 원한다고 생각해서 여전히 약세 전망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탠다드차타드의 폴 호르넬 원자재 책임자는 “2025년 계획량에서 엄청난 양의 원유가 감소하게 된다”며 “생산이 뒤로 밀려나서 2025년에 추가될 것으로 예상됐던 석유의 3분의2가 이제 2026년에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OPEC+가 감산 완료 시점을 미뤄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복귀가 미칠 영향을 평가할 시간을 벌게 됐다고 분석했다.
OPEC+는 지난해 11월부터 하루 220만배럴의 자발적 감산을 시행했다. 지난 6월 회의에서 이 조치를 9월에 해제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후 과잉 공급 우려가 커지며 국제유가가 약 11% 급락했다. 특히 최근 최대 원유 소비국인 중국의 수요가 감소하고 미국, 브라질, 캐나다 등 비OPEC 산유국 공급이 급증해 OPEC+의 증산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비OPEC 국가들의 일일 산유량이 150만배럴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며 OPEC+가 감산 조치를 모두 유지하더라도 내년에 하루 공급량이 수요를 100만배럴 이상 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IEA는 이러한 과잉 공급량이 여러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충격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JP모건체이스와 시티그룹은 OPEC+가 현재의 감산 조치를 유지하더라도 내년에 유가가 60달러대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로 인한 유가 방어 효과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오닉스코모디티의 해리 칠링구리안 석유 연구 및 분석 책임자는 “OPEC이 시간을 벌었지만 유가는 그 누구도 기다려주지 않으며 수요 전망이 더 악화되면 현재 감산으로 인한 지지력이 점차 줄어들어서 유가가 60달러대를 시험하게 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날 실제로 브렌트유 선물은 전날 대비 0.3% 내린 배럴당 72.09달러를,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0.35% 하락한 배럴당 68.3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OPEC+의 다음 회의는 내년 5월28일에 열린다.
최경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