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 서초 옛 정보사 터 복합개발…누가 어떻게 바꿀까
연내 시공사 선정, 내년 상반기 착공 목표
"신한은행 지분 참여…본PF 성공 전망"
GBD와 떨어진 서리풀공원, 장점이자 단점?
부동산 개발업체 엠디엠그룹이 추진하는 옛 국군정보사령부(정보사) 부지 개발사업이 이르면 내년 상반기 첫 삽을 뜬다. 시행사는 지난 6월 오피스타운 조성을 위한 건축허가를 받은 데 이어 연내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총사업비 4조원, 공사비 2조원대로 예상되는 대형 프로젝트에 주요 건설사들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보사 부지 개발사업은 서리풀공원 내 위치해 서리풀 복합개발 사업으로도 불린다. 정보사는 50년 넘게 서초구 방배동과 서초동을 갈라놓은 장벽이었다. 대법원 등 서초 법조단지와 서래마을 등을 곁에 둔 이곳에 첨단 업무타운이 들어서면 2019년 개통한 서리풀터널과 함께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입지 자체는 강남역~삼성역을 잇는 기존 강남 업무권역(GBD)보다 열위라는 평가도 있다. 거대한 '도심숲세권'이라는 특이 조건을 어떻게 활용할지 관건이다. 과감하고 독창적인 개발사업을 선보여온 문주현 회장의 엠디엠이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끈다.
연말로 밀린 시공사 입찰…내년 본PF 전환
서리풀 복합개발은 국군정보사령부(정보사)가 있던 서울 서초구 서초동 1005-6 외 6개 필지를 개발하는 사업. 땅 면적은 9만㎡가량으로, 정사각형이라면 한 변이 300m 남짓한 넓이다. 특징은 주거시설 없이 문화·업무시설 등으로 이뤄지는 개발이란 점이다.
엠디엠은 신한은행, 이지스자산운용과 컨소시엄을 꾸려 2019년 1조956억원에 토지를 낙찰받았다. 이어 개발사업을 수행할 특수목적법인 에스비씨피에프브이(PFV)를 설립했다. 2020년 인근 토지도 525억원에 추가 매입했다. 그리고 지난 6월 건축허가에 맞춰 1조2000억원 규모 브릿지론을 조달해 잔금도 치렀다. 그렇게 국방부로부터 부지 소유권을 넘겨받았다.
부지는 서리풀터널을 기준으로 북측, 남측으로 나뉜다. 건축허가 상 북측 부지(2만2800㎡)에는 연면적 9만8227㎡로 지하 4층~지상 7층, 1개동의 업무시설과 근린생활시설이 들어선다. 남측(6만5470㎡ 중)엔 연면적 48만1748㎡ 규모 지하 7층~지상 19층, 5개동의 업무시설과 근린생활시설, 판매시설, 문화 및 집회시설이 조성된다. 기본설계는 해안건축사사무소가 했다.
에스비씨PFV는 지난해 9월 "서울시 박물관과 서초구 공연장, 도로를 공공기여(기부채납)한다"고 공시했다. 가칭 '서리풀 보이는 수장고'와 '서리풀 사운드'다. 총금액은 3515억원 수준으로 향후 진행 상황에 따라 변동될 여지가 있다. 서울시는 남측 서초대로 사거리와 서리풀공원을 이어주는 녹지공원 및 보행 데크도 계획하고 있다.
본PF(프로젝트파이낸싱)는 시공사 선정 이후 조달할 계획이다. 업계에 따르면 엠디엠은 지난 7월 삼성물산·현대건설·대우건설·현대엔지니어링·DL이앤씨·포스코이앤씨·한화 건설부문 등 대형 건설사를 대상으로 입찰 설명회를 개최했다. 총사업비 4조원이 넘는 이 사업의 공사비는 2조원대로 알려졌다. 2곳 이상의 시공사가 컨소시엄을 꾸려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
입찰 설명회에 참석한 한 건설사 관계자는 "입찰 마감이 원래 10월24일이었는데 12월로 연기됐다"며 "구체적인 공고가 나오면 사업성 검토를 거쳐 입찰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엠디엠 관계자는 "시공사 선정은 연내 마무리하고 내년 초 본PF 전환, 상반기 착공을 계획하고 있다"며 "컨소시엄은 입찰하는 시공사의 의지에 달렸다. 정해놓은 건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플래닛 관계자는 "최근 상업용부동산은 공사비 상승과 금리 인상으로 PF 조달이 매우 어려운 시장 상황"이라면서도 "책임준공을 전제로 대형 건설사들이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컨소시엄 형태의 시공 참여가 예상돼 부담이 조금은 덜할 것"이라고 봤다.
이어 "사업에 엠디엠플러스가 대주주로 참여하고 이지스자산운용 펀드와 신한은행도 지분 참여를 하고 있어 큰 이변이 없는 한 자금 조달은 문제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서리풀~테헤란로~삼성역 'GBD 넓어진다'
정보사 부지 개발은 20년 전부터 논의돼 왔다. 1971년 정보사가 자리 잡으면서 방배동과 서초동이 50년 넘게 교통이 단절됐기 때문이다. 2002년께 국방부는 아파트를 지어 분양 대금으로 부대 이전 비용을 마련하려 했다. 하지만 서울시와 주민들은 녹지를 보전하고 문화공간을 조성할 것을 요구했다. 수년에 걸친 협의 끝에 2015년 정보사는 안양 박달동으로 이전을 마쳤다.
정보사가 떠난 땅은 오랜 시간 주인을 찾지 못했다. 2013년부터 입찰에 올랐지만 국제금융위기 여진이 남은 탓에 8차례 유찰됐다. 아파트도 오피스텔도 없이 문화시설과 오피스만 지을 수 있어 사업성이 제한되고, 서리풀공원에 둘러싸인 교통적 한계도 배경이다. 이후 2019년 서리풀터널이 개통되고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서야 6년여 만에 팔렸다.
서울 핵심 강남 업무권역(GBD)인 테헤란로 일대와 비교하면 입지적인 아쉬움은 존재한다는 평가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강남역, 삼성역 일대만큼 핵심 오피스 지역이 아니고 교통도 상대적으로 치우쳐 있다"며 "랜드마크만큼 높게 짓지 못한다면 수용할 수 있는 상주 근로자가 적을 수밖에 없어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부동산플래닛 관계자는 "테헤란로 권역과 분명한 차이가 있지만 서리풀 복합개발이 완성되면 서초권역도 범 GBD권역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며 "연면적이 총 17만평 규모에 달해 준공시점 GBD 권역 내 공급 충격은 불가피하지만 장기 공실이 발생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리풀공원에 둘러싸인 입지가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류강민 알스퀘어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교통 접근성이 가장 중요했던 것과 달리 최근엔 주변 환경을 좀 더 신경 쓰는 추세"라며 "요즘 오피스는 카페처럼 쉴 공간을 마련하는 게 트렌드인데, 정보사 부지는 서리풀공원이 가까운 장점이 있어 정보통신(IT) 업계에서 특히 긍정적으로 보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진수 (jskim@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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