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2,000km/h'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는 탄생 비밀

군사 목적으로 개발된 기술이 민간으로 넘어와 우리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케이스는 참 많은데요. 우리와 밀접한 이동수단인 비행기 역시 앞서 인류사에 끔찍한 상처를 남겼던 두 번의 세계대전을 통해 눈부시게 발전했습니다. 바다를 질주하는 함선, 땅을 울리는 전차뿐만 아니라 지천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하늘을 나는 비행기야말로 전장에서 엄청난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을 깨달은 전쟁국들은 더 높게, 더 빠르게, 더 무거운 것을 실어나를 수 있는 항공기 개발에 몰두했고, 이때부터 지금까지 가장 중요한 전략적 자산이 됐습니다.

각국의 개발진들은 기존 프로펠러 항공기, 즉 '프롭기'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기술 개발에 몰두했고 이때 나온 기술이 바로 '제트 엔진'이었습니다. 팬을 통해 빨아들인 공기를 압축해 연료와 함께 폭발시켜 뒤쪽으로 방출하는 것에서 추진력을 얻는 공기저항에 의해 일정 속도 이상 가속할 수 없는 프로펠러 방식 대비 연비와 내구성은 떨어졌지만, 대신 더 높은 고도에서 빠른 속도로 날 수 있었죠.

전쟁이 끝난 후 이 기술은 민항기에도 속속 적용되기 시작했는데요. 영국은 세계 최초로 제트 엔진을 장착한 'DH-106 코멧' 여객기를 선보였고 빠르게 상업 운행에 나서면서 위엄을 뽐냈습니다. 최고 시속 약 800km/h, 기상 상황에 따라 도착 시간이 크게 차이나는 기존 프로펠러 여객기들과 달리 고도 비행으로 안정적인 도착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고, 속도가 빨라 이동 시간도 절반 가까이 줄인 말 그대로 혁신이었죠.

참고로 오늘날 대형 항공기들이 주로 채택하고 있는 우리에게 익숙한 '이것'은 상대적으로 속력은 낮지만, 연소 효율과 안정성을 높인 '터보 팬(팬젯)' 방식으로 터보 제트 엔진과의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제트 엔진이라 원리는 같습니다.

하지만 불행은 예고 없이 찾아왔는데요. 만든 사람도, 쓰는 사람도 익숙지 않다 보니 크고 작은 실수로 비행기가 추락하는 사고가 연달아 일어나면서 영국산 비행기의 신뢰도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결국 수송기나 폭격기로 활용하기 위해 대형기 제작 노하우를 쌓아왔던 미국의 비행기 산업에 속수무책 따라잡혔고, 안정적인 품질을 내세운 '보잉 707' 같은 제트 여객기가 등장하면서 세계 여객기 시장을 내줄 수 밖에 없었어요.

이왕 이렇게 된 거 제대로 한 방 갈겨야겠다고 생각한 영국은 아예 경쟁국들이 고민만 하고 있던 물건을 가장 먼저 선보여 틈새 시장을 노린다는 구상을 하는데, 바로 '초음속 여객기' 사업이었습니다. 다만 계산기를 두드려볼수록 혼자 감당하기에는 만만치 않은 자원이 필요한 것을 알게 됐고, 영국은 같은 목적을 가진 항공 강대국 프랑스를 꼬드기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렇게 미국과 소련에 맞서 유럽의 자존심을 세워보자는 일념 하나로 뭉쳐 '영국 항공기 회사'와 훗날 유럽의 다국적 항공기업 '에어버스'의 초기 멤버가 되는 프랑스의 '아에로스파시알' 두 업체가 협력해 개발을 진행했죠.

마침내 1966년 최초의 시험기가 만들어진 데 이어 1969년에는 시험 비행까지 성공적으로 마치게 됩니다. 하지만 2차 대전이 끝났다고 곧바로 평화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죠. 아시다시피 이 시기는 냉전, 당연히 경쟁국들이 지켜보고만 있진 않았는데요. 초음속 대형기에 대한 생각은 사실 모두가 하고 있었기 때문에 비슷한 시기 미국도 초음속 비행기를 개발하고 있었지만, 사업성에 의문이 생겨 포기, 구 소련의 '투폴레프'에서는 아예 콩코드를 쏙 빼닮은 비행기를 한 발 앞서 선보이면서 세계 최초의 초음속 여객기 타이틀을 빼앗아 가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당초 계획대로 초음속 비행으로 승객을 안전하게 실어나르는, 전 세계 사람들이 기억하는 진정한 여객기로서의 상업 운행은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이 독차지했기 때문에 크게 억울하진 않았을 것 같네요.

기체 이름 '콩코드'는 '샤를 드골' 당시 프랑스 대통령이 양국 간의 우호를 기념하고자 화합, 조화, 협력이라는 뜻의 불어 '콩코르드'를 제안했고 영국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지어졌습니다. 딱 봐도 보통의 여객기들과는 생김새부터가 남다른데요. 초음속 여객기라는 명칭에 걸맞게 날카로운 전면부와 전장 60m에 달하는 가늘고 늘씬하게 뻗은 동체, 우아하게 이어진 날개 아래로 두 쌍의 거대한 제트 엔진이 붙은 모습은 범상치 않은 카리스마를 뿜어냈습니다.

콩코드는 흔히 '여객기' 하면 떠올리는 동체 옆으로 날개가 길게 뻗은 보편적인 후퇴익 날개가 아닌 초음속 전투기에 주로 사용되는 동체와 날개가 커다란 삼각형을 이루는 '델타익' 구조를 채택했습니다. 공기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음속 이상의 빠른 속력을 요구하는 기체에 사용되는 방식인데, 우리가 접는 종이비행기가 대표적인데요. 날개와 동체가 명확한 구분 없이 이어지고 날개폭을 줄이면 줄일수록 속도가 빨라지는 것을 떠올리면 이해가 되실 거예요.

또 설계 상 떠오르는 힘, 양력을 극대화하는 장치인 '플랩'이 없었고, 전투기처럼 앞코가 길쭉하게 뻗어있는 형태로 디자인됐는데, 이게 착륙 시 지면을 확인해야 되는 조종사의 시야를 둥글게 가렸기 때문에 특정 환경에서 기수를 살짝 구부리는 '두룹 노즈'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지극히 기능적인 이유였지만, 덕분에 마치 콩코드를 살아있는 한 마리 새처럼 보이게 만드는 개성있는 디자인이었어요.

이 밖에 일반적인 여객기들보다 꼬리 부분이 길고 날카롭게 뻗어 있고, 이/착륙 시 앞부분이 들려있는 각도가 크다보니 바닥에 닿을까 조마조마한데요. 후미 충돌, 즉 테일 스트라이크를 방지하기 위해 깨알같은 보조 바퀴를 달아놨습니다.

학꽁치같이 가느다란 동체만 봐도 짐작이 되시죠? 당연하게도 실내 공간이 넓진 않았습니다. 단거리 소형 여객기 수준으로 최대 약 100여 명의 승객을 태울 수 있었어요. 거의 움직이는 호텔 수준으로 내부를 구성하는 점보제트기와는 극명하게 차이가 나는 부분이죠. 또 훨씬 높은 고도를 비행했던 만큼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보통의 여객기들과는 차원이 달랐다고 하네요.

범상치 않은 외모에 걸맞게 속도 하나는 확실했습니다. '애프터 버너'를 포함한 4개의 터보제트 엔진을 통해 웬만한 전투기보다 빠른, 순항 속도가 무려 음속의 2배인 마하 2.0, 시속 2,000km/h가 넘는 속력으로 목적지까지 날아갈 수 있었습니다. 보통 7시간 이상 걸리는 뉴욕과 런던을 그의 절반인 단 '3시간 반' 만에 오가며 기대만큼 상당한 성능을 뽐냈어요. 오전에 뉴욕에서 열리는 회의에 참석하고 오후에는 런던에 돌아와 가족과 저녁을 먹을 수 있는 말 그대로 전 세계를 하루 생활권으로 만들어주는 꿈의 여객기였습니다. 속도가 곧 돈으로 직결되는 민항기 시장에서 이는 콩코드의 가장 큰 존재 이유이자 메리트였죠.

미군의 'F -35 라이트닝 ll' 전투기의 최고 속력이 마하 1.5, 외계인의 기술력으로 의심받는 'F-22 랩터' 전투기의 최고 속력이 마하 2.4라는 것을 떠올리면 새삼 오래된 이 콩코드 여객기의 속도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짐작이 되시죠?

본 콘텐츠는 해당 유튜브 채널의 이용 허락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콩코드의 속도에 감탄한 수많은 항공사들의 러브콜을 받아 순식간에 전 세계 16개 항공사에서 도합 '74대'의 주문을 받게 됐습니다. 우선적으로 영국의 '브리티시 에어웨이'와 프랑스의 '에어프랑스', 두 국가대표 항공사에 취역하면서 유럽의 항공기술을 상징하는 얼굴 마담으로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죠. 1976년에는 아시아 지역 판촉을 위해 우리나라 김포공항에도 잠시 방문한 적이 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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