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9이 사라졌다?”…美 판매량 37대의 진짜 이유는 ‘재고 절벽’
2025년 5월, 기아의 플래그십 전기 SUV EV9이 미국 시장에서 단 37대만 판매되며 업계에 충격을 안겼다. 이는 전월 대비 98% 이상 하락한 수치로, 한 달 전까지도 ‘세계 올해의 차’로 평가받으며 주목받던 모델이 순식간에 존재감을 잃은 듯한 모양새다.
하지만 EV9의 부진은 단순히 소비자 외면 때문이 아니었다. 시장을 들여다보면, 이번 판매 급감은 수요 하락이 아니라 철저한 공급 부족에서 비롯된 결과로 분석된다.

EV9, 한 달 만에 ‘잠적’?…내막은 재고 소진
EV9의 5월 판매량은 고작 37대. 이를 두고 “EV9이 실패했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실제 사정은 다르다. 미국 현지 딜러망과 기아 공식 웹사이트, 심지어 중고차 플랫폼에서도 EV9의 재고는 거의 확인되지 않았다. 사실상 소비자들이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이는 EV9의 2025년형 모델이 모두 소진되고, 2026년형 입고가 지연되면서 발생한 일시적인 ‘공백기’였다. 실제로 EV 전문 매체 일렉트렉은 “EV9의 재고가 예상보다 빠르게 바닥났다”며 “5월에는 실질적으로 구매 가능한 차량 자체가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

2025년형 EV9, 예상보다 빠른 조기 완판
기아는 2025년형 EV9에 대해 최대 1만 달러(약 1,370만 원)의 현금 할인 또는 무이자 할부 등 공격적인 구매 혜택을 제공했다. 특히 3열 전기 SUV라는 독보적인 포지션과 합리적인 가격 전략이 맞물리며, 시장에서는 조기 완판이 이뤄졌다.
2024년 한 해 동안 EV9은 미국에서만 2만2,000대 이상이 판매됐고, 북미법인 CEO 윤승규는 “EV9의 성공적인 론칭이 기아의 전기차 브랜드 이미지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처럼 빠른 인기로 인해 2025년형 재고가 조기에 동나버렸고, 그로 인해 5월 판매량 통계에서는 급감 현상이 벌어진 셈이다.

EV9 없는 5월, 내연기관 SUV는 활짝 웃었다
한편, 같은 기간 기아의 미국 전체 판매량은 전년 대비 5.1% 증가한 7만9,000대를 기록했다. 내연기관 SUV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텔루라이드는 1만1,000대 이상, 쏘렌토도 8,000대 가까운 판매고를 올렸으며, K5는 무려 6,957대로 전월 대비 256.8%나 급증했다. 카니발도 6,975대로 탄탄한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 전기차는 EV9뿐 아니라 EV6도 부진했다. EV6는 801대가 판매되며 전월 대비 약 70% 하락했다. EV9의 부재와 함께 기아의 전기차 라인업이 전체 판매 실적에 미치는 비중이 크게 줄어들며, 전기차 전략의 공백이 드러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차는 정반대 행보…전기차 집중 전략 본격화
같은 그룹 내 현대차는 완전히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이오닉 9을 중심으로 미국 현지 생산을 통해 세액공제 혜택을 확보하고, 충전 인프라 확대와 보조금 연계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로 인해 아이오닉 9은 미국 매체들로부터 ‘2025년 가장 기대되는 전기차’로 선정되기도 했다.
전기차 중심의 생산 체계와 정책 연계 전략, 충전 포트 표준화 등에서 현대차는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으며, 기아는 상대적으로 아직 내연기관 중심의 비즈니스 구조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026년형 EV9, 사양 업그레이드 후 반격 나선다
기아는 최근 EV9의 2026년형 모델을 미국 시장에 순차적으로 투입하기 시작했다. 새 모델은 일부 기능이 향상되었음에도 가격은 대부분 그대로 유지되며, 상품성은 오히려 강화됐다. 기본 모델인 라이트 스탠다드 레인지는 5만4,900달러(약 7,514만 원)로, 1회 충전 주행거리는 약 370km다.
롱레인지 모델은 기존보다 2,000달러 인하된 5만7,900달러(약 7,924만 원), GT라인은 7만1,900달러(약 9,841만 원)로 조정됐다. 특히 모든 4륜구동 모델에 ‘터레인 모드’가 기본 적용되며, 기존 4WD 시스템은 제외되었다.
기아는 여기에 최대 5,000달러(약 685만 원)의 고객 혜택도 제공한다. 4,000달러는 직접 현금 리베이트로 지급되며, 나머지 1,000달러는 타 브랜드 EV 또는 PHEV 보유 고객을 위한 ‘정복 보너스’다. 또한, 72개월 3.49% 고정금리 할부 옵션도 제공된다.

현지 생산 + 세액공제까지…총 1,700만원 할인 가능
2026년형 EV9은 조지아주 현지 공장에서 GT라인을 제외한 모든 트림이 생산되고 있어 미국 연방정부의 7,500달러(약 1,028만 원) 세액공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이를 포함하면 총 할인 혜택이 최대 1만2,500달러(약 1,712만 원)에 달하는 셈이다.
또한 EV9 리스 프로그램도 운영 중으로, 기본 모델 기준 월 399달러(약 54만6,000원)부터 시작된다. 3열 전기 SUV라는 희소성과 실내공간, 상품성 등을 고려할 때 가격 대비 경쟁력은 여전히 유효하다.

EV9 판매 급감, 전략 실패 아닌 전환기
5월 EV9의 극적인 판매 감소는 표면적으로는 충격적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차량 공급 공백, 재고 전환기, 전략적 리셋이 맞물린 결과로 볼 수 있다. 기아는 EV9의 성공적인 미국 시장 안착을 기반으로, 향후 EV6 후속 모델, 충전 인프라 협력 확대, 가격 전략 조정 등 본격적인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은 단기 판매량보다 장기 전략이 더 중요하다. 현재의 일시적 부진을 전략 실패로 단정짓기보다는, EV9의 재정비와 함께 기아가 다음 단계로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한 해석일 것이다.


기아 EV9, ‘부진 아닌 도약’의 시간
기아는 2026년형 EV9을 통해 다시 한번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존재감을 되찾을 준비를 마쳤다. EV9의 진짜 시험은 이제부터다. 빠른 공급 정상화와 전략적 보완을 통해, EV9은 다시 한 번 플래그십 전기 SUV의 위상을 증명할 수 있을까. 업계는 그 다음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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