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가 스포츠 중계에 눈독 들이는 이유

(출처:Unsplash)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많아지면서, 업계 성장이 정체돼 간다는 분석이 많다. 선두주자인 넷플릭스(Netflix)마저 올해 1분기 처음으로 구독자 수가 20만여명 감소한 데 이어, 2분기에도 97만여명 줄었다. 넷플릭스 측은 3분기 반등을 노리고 있으나, 경제 상황이 악화하면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OTT 업체들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눈을 돌리는 분야가 있다. 스포츠 중계권 확보다. OTT 업체들은 왜 스포츠 중계권에 목을 매는 걸까.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쿠팡 와우 멤버십 가입자들만 시청 가능한 OTT 서비스 쿠팡플레이다. 이달 중순 쿠팡플레이는 토트넘 홋스퍼 구단을 초청한 ‘쿠팡플레이 시리즈’ 축구 경기를 독점 중계했다.

​경기는 쿠팡플레이를 통해서만 중계됐는데,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지난 13일 치러진 토트넘 K리그 올스타팀 경기 시청자 수는 184만여명, 16일 중계한 토트넘과 세비야FC 시청자 수는 110만여명에 달한다. 두 경기에만 300만여명에 달하는 시청자가 몰린 것이다. 오프라인 티켓 총 10만7000여장도 모두 판매했다.

빅데이터 분석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경기가 이뤄진 13일과 16일 쿠팡플레이 일일 사용자 수는 각각 185만여명, 129만여명이다. 경기가 없었던 전날(62·65만여명)과 비교하면 2~3배 늘어난 수치다. 또 지난달 쿠팡플레이 ‘월간 이용자 수(MAU)’는 373만여명으로, 지난 4~5월 대비 50~60만여명 늘었다. 쿠팡 측은 올해 초부터 토트넘 쿠팡시리즈를 홍보해왔다. 이를 감안하면 스포츠 독점 중계가 쿠팡플레이 월간 이용자 수 증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보긴 어려울 듯하다.

쿠팡플레이를 이용할 수 있는 와우 멤버십 회원 수도 증가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와우 멤버십 회원 수는 올해 900만여명을 넘어섰다. 업계는 이번 토트넘 쿠팡시리즈 성공으로, 와우 멤버십 가입자 수가 1000만여명에 근접했다고 본다. 쿠팡 측도 쿠팡시리즈 중계가 회원 수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쿠팡이 이번 스포츠 독점 중계로 얼마나 많은 수익을 올렸는진 미지수다. 쿠팡 측의 공식 발표가 없어서다. 일각에선 경기장 티켓 판매 가격만 160억원 이상이라고 예상한다. 단 쿠팡이 경기 준비를 위해 투자한 금액이 100억원 이상이라고 알려졌다. 기타 비용을 합하면 예상보다 수익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스포츠 중계와 같은 콘텐츠 다양화 전략은 OTT 업계 후발주자들이 취해온 전략이다. 디즈니 플러스가 대표적이다. 디즈니는 인도에서 ‘디즈니 플러스 핫스타’를 운영하고 있다. 핫스타는 원래 21세기 폭스 산하 자회사인 스타인디아가 지난 2015년 선보인 OTT 서비스다. 이후 디즈니가 21세기 폭스를 인수하면서, 핫스타 플랫폼을 이용해 인도에서 디즈니 플러스 핫스타라는 이름으로 OTT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디즈니 플러스 핫스타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인도크리켓프리미어리그(IPL)을 중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구와 비슷한 크리켓은 인도 국민 스포츠로 불린다. 한해 시청자 수만 6억명에 달할 정도다. 디즈니 플러스 핫스타는 IPL 리그 중계로 상당한 구독자 수를 확보해왔다. 디즈니 플러스 핫스타 구독자 수는 전체 디즈니 플러스 구독자 수의 3분의 1(36%)에 달한다.

외신 버라이어티(Veriety)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전 세계 디즈니 플러스 구독자 수는 1억3700만여명이다. 이 중 5000만여명이 디즈니 플러스 핫스타 구독자다. 디즈니도 인도 구독자 수가 크게 늘었다는 데 동의한다. 디즈니는 올해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신규 구독자가 790만명 늘었다며, 절반은 인도에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IPL 시즌이 시작하는 3월을 기점으로 가입자가 크게 늘었다고 부연했다.

(출처:Veriety)

실제 IPL 리그는 경기당 조회수도 상당하다. 인도 매체 인디안텔레비전(IndianTelevision)은 “IPL 경기를 첫 중계한 2015년 핫스타 앱 내 조회수는 720만회에 달했다”며 “이는 1년 전 첫 경기 대비 6배 많은 수치”라고 했다. 이어 “같은 해 4000만명이던 시청자 수는 2019년 3억명으로 늘었고 매년 증가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디즈니 플러스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IPL을 포기하지 못한다. 많은 구독자가 떠나갈 수 있어서다. 시장조사업체 MPA(Media Partners Asia) 인도 지사 부사장인 미히르 샤(Mihir Shar)는 “디즈니 플러스가 IPL 경기 중계권을 내려놓으면 최소 1500만여명에 달하는 가입자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디즈니는 지난달 인도크리켓위원회(BCCI)를 통해 다시 IPL 경기 중계권을 재확보했다. 중계권 구매에 사용한 금액만 2358억루피(3조9000억원)에 달한다.

뒤늦게 OTT 서비스 애플TV 플러스를 내놓은 애플도 스포츠 중계에 발을 들였다. 애플은 지난다 미국프로축구(MLS) 리그 10년 독점 중계권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애플은 오는 2032년까지 애플TV 앱에서 MLS 경기를 중계한다. 중계권을 따내기 위해 애플이 투자한 금액은 얼마일까. 애플 측에서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다수 외신은 연간 2억5000만달러(3224억원) 정도로 추정한다.

스포츠 중계를 꺼리던 넷플릭스도 스포츠 중계권에 눈독을 들이는 모양새다. 넷플릭스는 자동차 경주대회 포뮬러 원(F1) 중계권을 노리고 있다. 국내서 F1은 비인기 스포츠지만, 해외선 다르다. 지난해 전 세계 F1 시청자 수는 15억명에 달한다. 쿠팡플레이, 디즈니 플러스 핫스타라는 성공 모델이 있는 만큼, 이들도 스포츠 중계로 외연 확장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출처:Ampere Analysis)

앞으로도 OTT는 스포츠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까. 영국 시장조사업체 암피어 애널리스트(Ampere Analysis)에 따르면 올해 유럽 스포츠 중계권 시장에서 OTT가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12%) 대비 8%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스포츠 경기는 OTT 시청자들이 선호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미국 시장 조사기관 팍스 어소시에이트(Parks Associate)는 OTT 생중계 시청자 61%가 스포츠 경기를 본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윤정환
tech-plus@naver.com​